내가 이렇게 밤식빵을 좋아하게 된 이유에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가 있다. 늦은 저녁, 술을 잔뜩 마시고귀가하는 아빠가 통닭이나 아이스크림, 단팥빵처럼 자신들의 입맛을 반영한 음식을 한가득 사 오는 모습이다. 미디어에서 많이접해 익숙한 모습이다. 실제로도 많은 아버지가 그런 식으로 귀갓길에 아이들의 입맛은 반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취향으로 가득 채운 군것질을 사들고 갈 것이다. 우리 아빠도 그런 사람이다.
주 종목은 빵, 그것도 밤식빵,
‘그래, 뭐 어떻게든 해보지 뭐.
그렇게 비닐을 열었다. 일단 씻기로 했다. 두세 배는 늘어난 김칫국물을 싹 다 버리고 한 포기, 한 포기, 찬물에 깨끗이 씻었다.
붉은 김치가 노랗게, 노란 내 손은 붉게 변했다. 고무장갑이라도끼고 할 걸 그랬다. 김치 통에 나누어 담는데 한 20포기는 되었나보다. 이사 가기까지는 3주 정도 남았을 시점, 누구에게 나눠주기도 좀 민망한 김치였으므로 스스로 처리하자면 하루에 한포기는해치워야 한다. - 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