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타임라인에 올라오던 언니의 일상은 자취를 감췄지요. 이미 올렸던 사진들마저 지운 언니는 개인사를 외부에 노출하는 걸 극도로 꺼렸습니다. 대신 활동에 대한 공지나 오래 매만지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글들만 게시했어요. 그런 언니의 글을 눈여겨본 매체들에 간간이 청탁을 받아 기고하던 중, 젠더 이슈가 폭발하면서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랬기에 나는 언니의 초고가 방어적으로 보이는 까닭을 이해할 수있었습니다. 헌재 결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중적인공감대를 조성하는 것이 이 모임의 주된 목적이었고, 언니에게도 자신을 믿고 모인 사람들을 비난과 편견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다분히 모성적인 수사를 끌어들였을 때의 문제 또한 가볍지 않다고 여겼기에 한 번쯤은 의견을 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 P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