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을 슬며시 댔습니다. 깜짝 놀라 돌아보는 해수에게 "축하해"라고 속삭이자 해수가 싱겁게 웃고는 아잇적으로 돌아간 듯 내 품에 안겼어요. 나는 그런 동생을 안고서 부쩍 마른등을 쓰다듬었지요. 그런데 그 순간 내 뒷목으로 서늘한 기운이 스치더군요. 아주 잠시였지만 매우 분명하게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그 한 해는 우리 자매가 가까이서 보낸 예외적인 한때였습니다. 해수가 중학생이 됐을 무렵 외고 자퇴생이었던 나는 기숙학원에 들어갔고, 해수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는 내가 대전에 있는 의대로 진학한 뒤라 우리는 줄곧 떨어져지냈죠. -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