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처음에는 잘 안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을 거고, 거기에 주변의 악담 아닌 악담까지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어요? 그럼에도 뛰어들 수있었던 이유는 뭔가요? 실제로 퇴사를 하고 나서 금방 불안감이 찾아왔어요. 그런 걸 해소하기 위한 어떤 울타리 같은 게 필요했고, 그게 저한테는 아로파 모임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단순히 가게가 아니라 공동체를 운영한다고 스스로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저희끼리 계속 규칙을 만들어가고있고,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매달 모여서 회의를 하면서 하나의 그룹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 P151
여기가 원래 엄청난 구옥이잖아요. 이런 곳을 분위기 있는 바로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심지어 직접 했다면서요? 이 건물이 일제 강점기부터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옛날에는 여관이었대요. 명동에 오는 일본 사람들이 묵고 가는 곳이어서 이 라인 전체가 다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들어올 때는 인쇄 기획 사무실이었어요. 이걸 바로 만들어야 하는데, 인테리어를잘 아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저희도 인테리어를 하시는 분들한테 견적도 받아봤어요. 근데 기본 5천만 원씩 부르는 거예요. 저희는보증금까지 다 합쳐도 3천만 원 갖고 있었는데.(웃음) 할 수가 없는 금액이었고, 그래서 블로그에서 셀프 인테리어 정보 찾아보면서 직접 만들게 됐죠. - P153
지금은 ‘을지로의 터줏대감‘이 됐잖아요. 저희가 저번에 왔을 때도 줄이 엄청 길더라고요. 멤버들이랑 가게가 왜 잘되는지 얘기해본 적 있나요? "근데 여기를 왜 오는 거야? 진짜 여기 왜 오지? 짜파게티는 집에서 먹으면 되는데 여기 왜 오지?" 식으로 저희끼리 얘기하기도 했죠.(웃음) 저희가 내린 결론은, 여기가 되게 생뚱맞은 곳에 있잖아요. 골목을 접어들어 왔는데 전혀 와인바가 없을 거 같은 곳에 갑자기 이런 공간이 나오니까 그런 반전 요소를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친구한테도 "내가 진짜 되게 이상한 데를 발견했는데 같이 가보자." 하는 식으로 알려주고 싶고, 그게 재방문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 P154
주의해야 할 것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사실 저도 지금 주의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웃음) 만약에 돈이 엮이는 일을 같이 하게 된다면 친한 사이여도 어느 정도 문서화된 것들이필요할 것 같아요. 저희는 협동조합 방식에서 빌려온 정관이라는 걸 따로 만들었다고 했잖아요. 그런 식으로 권위 있는 문서는 필요할 것 같아요. 저희는 사실 이걸 공증하는 단계까지 거치지는 않았어요.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공증인이 된다‘ 같은 어떻게 보면 낭만적이고 귀여운문장들이 문서화되어 있는 건데, 어떤 방식이 되더라도 명문화해서 처음부터 룰을 잘 세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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