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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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한나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것아이를 낳고 막 복직했을 때였고, 그녀는 얼른 것께 아이를 키워놓고보러 갈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며 한나에게 호언장담을 했다. 둘째아이를 낳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때였다. - P144

"안타깝네요."
"뭐가요?"
갑자기 내밀한 곳을 함부로 침범당한 것 같은 당혹스러움에 그녀는 본의 아니게 날카로운 말투로 되물었다. 어떤 상처는 시간이아무리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작은 자극에도 고무공처럼 튀어올랐다.
"아, 무용하셨어도 정말 좋았을 골격을 가지셨거든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가 정말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말해,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 미안해졌다.
"네가 이해해, 직업병이야."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간 미용실 창가에서 건너편 건물의 발레교습소 풍경을 본 이후부터 그녀는 줄곧 발레리나를 동경해왔으나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아 무용을 배워볼 수조차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한나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장난스러운말투로 말하면서도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 P145

"아냐, 관둘래."
"왜?"
"분명 턱도 없이 비쌀 텐데."
남편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그럼 슬프니까?"
"그럼 슬프니까."
그녀가 웃으며 답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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