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 생활은 넌더리 날 정도로 학을 뗐던 덕분에 행정고시 같은 시험류는 제 진로에서 배제를 했고, 일찍부터 취업 준비를 했어요. 이왕 취업 준비를 할 거면 회사가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카드를 다 손에 쥐고 있자‘는 생각으로 되게 촘촘하게 준비했고요. 나는 성실한 시녀니까. (웃음) - P17
동료나 선후배들은 괜찮았어요? 회사 생활 힘들게 하는 게 일이나 조직문화도 있지만, 사람이 힘들게 하면 그 고통이 배가되잖아요. 그 부분에도 사실 팟캐스트가 되게 도움이 됐는데, 제가 월 하면 조용히 하지 않고 동네방네 떠들면서 하거든요. 팟캐스트도 하다 보니까자랑하고 싶은 거예요. 회사에서 친해진 과장님, 차장님들한테 내가 이런 거 하고 있다. 근데 은근히 반응이 좋다‘ 그렸더니 그분들이 열심히 들어주시더라고요. 거의 1호 퇴사러 팬이랄까?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겉으로 봤을 때는 이 사람들이 되게 무뚝뚝하고 똑같은 정장에 독같은 넥타이 메고 회사 생활하는 사람들인데, 한꺼풀 벗겨놓고 보니까 사실은 나랑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나랑 비슷한 지점에서 고통받고아파하는 인간인 거예요. 일로 묶였을 때는 사실 되게 피곤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지만, 회사 밖의 다른 이슈로 얘기를 꺼내니까 생각보다 인간적으로 잘 통하는 거죠. 그러면서 갈등이 해소된 경우도 있었던 것 같아요. - P26
365일 동안 했던 일들이 주는 성취감과 회사에서 느꼈던 성취감이 어떻게 질적으로 다르게 느껴졌는지도 궁금하네요. 우리는 돈에 얼굴이 없다고 얘기를 하잖아요. 근데 저는 돈에도 얼굴이 있는 것 같아요. 회사에 소속되어 한 달 동안 일하고 번 300만 원과, 내가 회사 밖에서 삽질하고 고군분투해서 번 돈 150만 원, 이 둘을 비교하면 숫자적으로는 당연히 회사에서 번 돈이 많지만, 저는 후자의 방법으로 번 150만 원이라는 돈이 더 밀도 있고, 단단하고, 튼튼한 돈인 것 같아요. ‘근육질의 돈‘이랄까요? 앞으로 저는 그런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요. - P38
그게 결국 특별히 못된 사람이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그만큼 일반적이고 뿌리 깊다는 뜻인 것 같아요. 또 힘들었던 게,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였어요. "저 청소 일 해요."라고 하면 "네?" 이래요. 그럼 또 설명을 해야 돼요. 이 일을 왜 하게됐는지부터.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 누가 처음 만나서 ‘저 회사 다녀요. 이러면 "어?" 이러지 않잖아요. 저 사람이 왜 멈칫하는지 저는 아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초조해지고, 안 그러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딱 정해진,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삶이 아니라서 더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요. - P54
어릴 때 ‘꿈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의사, 대통령, 선생님 이런 거 얘기하잖아요. 근데 제가 오래전에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봤는데, 외국에서는 꿈이 뭐냐고 했을 때 직업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삶을 살지를 꿈이라고 얘기한대요. ‘직업 꿈‘으로 얘기하는 게 우리나라나, 우리 사회와 비슷한 곳에서 주로 그렇다더라고요. 예지 님은 지금 다시 꿈이 뭐야?‘라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할 거예요? - P62
‘덕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이유는 뭔가요? 제가 회사를 다닐 때 택배로 물건 시킨 걸 보고 사람들이 되게 덕후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왜 나한테 자꾸 덕후라고 하는 거지?‘ 기분이 별로 안 좋았죠. 당시만 해도 사회적으로 오타쿠, 덕후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 좋았어요. 덕후라고 하면 돌아이, 히키코모리, 사회 부적응자 같은 느낌이었고, ‘어우 덕후 냄새 나~‘처럼 쓰일 정도로 비하하는 문화가 있었거든요.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였던 거죠. 근데그게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도 어떻게 보면 원가를 그냥 좋아하는 것뿐이잖아요. 애니메이션 좋아하고, 게임 좋아하고, 좋아하는 걸 가지고 왜 그렇게 비난을 할까? 누구나 좋아하는 게 하나씩은 있지 않나? 미드라든가, 맛집이라든가, 자기도 평소 관심 있는 게 있고, 취미가 있을 텐데 그걸 좋아한다고 누가 욕하면 화가 나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한 거죠. ‘아, 이걸로 잡지를 만들어야겠다.‘ 사회적으로비웃는 덕후의 습성들을 각 호의 주제로 하는 잡지를 만들어서, 이걸 다섯 개 사면 덕후의 습성을 다섯 개 가졌으니까 ‘오덕후‘, 열 개를 사면 ‘십덕후‘가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저를 비웃는 사람들을 반대로 비웃기 위한 책인 거예요. "너도 덕후야." 이렇게 얘기를 하려고. (웃음) - P72
그동안은 잼 자체에 너무 매몰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잼있는인생‘이 사람들에게 주고 싶었던 그 재미라는 가치를 다시 재정립해 보려고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게 오히려 확장되더라고요. 인생이 재미없어지는 이유가 되게 다양하잖아요. 최근에는 그걸 진단해볼 수있는 ‘종합 노잼 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어요. 또 ‘잼있는인생‘이 선물용으로 많이 팔렸다고 했잖아요. 그러면서 선물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예를 들어 회사에서 선물을 검색하는 건 막내고 받는 사람은 나이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젊은 세대인 막내가 잼있는인생‘이재밌으니까 추천을 하면, 어른들은 잼은 설탕이 많아서 건강에 안 좋다고 컷을 한대요. 그걸 보고 좀 다양한 타깃을 공략할 수 있는 선물이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생각한 게 ‘즙‘이에요. 이름도 정했어요. ‘내마련‘. (웃음) 우리가 내 집 마련하느라 건강을 잃었잖아요. 내 건강을위해 즙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로 즙 담보 건강 대출‘ 해서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있어요.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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