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짝 배신당했다는 기분이 들 즈음, 엄마에게 전화가왔)다.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화기 너머로 엄마가 물어보신다. "부모가 되어보니 어떠니?"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 얼버무릴 뿐이다. "좋죠. 아이키우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도 많아요."
돌봄 노동을 통해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시작이 얼마나연약한지, 제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다들 처음에는 누군가의 ‘아기였다는 사실이 나를 겸손하게 한다. 동시에 부모, 나, 자식 이렇게 삼대를 통시적으로 보고, 좀 더 객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깨달음이다. 이게 곧 어른이 된다는 기분일까. - P182

그럼에도 그 미완의 맛을 가뿐히 뛰어넘는 새로운 맛의 차원이 있었다. 말하자면 기분이 만들어내는 맛. 그토록 원하던 라면을 먹고 있는 거라는 사실 자체가 주는 흡족의 맛. 〈남극의 쉐프> 속 요리사가 어찌 저찌 만들어낸 라멘도 다들 그 맛으로 맛있게 먹었으리라. - P1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