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싶다. 비싼 돈 주고 들어온 전셋집에서 언제 쫓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최선을 다해 안 나가고싶다. 앞으로 펼쳐질 이 집의 역사에서 최장 시간 칩거 세대주‘ 기록만큼은 뺏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열정적으로, 성의 있게, 온 힘을 다해서 안 나가고 싶다. - P138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시간의 압박으로 밥을 먹는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을 반성한다. 밥은 유용한 것이고, 한 번뿐인 인생의 최대 행복 중 하나라는 걸 늦게 알아버린 나 자신을 질타한다. 직업상 그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 포기가 고통스럽지 않았던 나의 과거를 후회한다. 이제 나는 매일 무엇을 먹을지고민하며, 그것을 먹고야 말았을 때의 쾌락을 알아버렸다. 오늘의이런 나는 정말 행복하고, 오늘의 이런 나의 얼굴에 화장을 하는분장실장님은 말한다.
"정민이가 입이 터지지 말았어야 했는데." - P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