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저런 인간들의 균과 냄새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하자 김윤자는 머리가 아프다.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참는다.
김윤자는 염치를 잊지 말자고 생각해왔다. 부끄러움을 말이다.
공공장소에서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았다. 아니다. 이말은 적절하지 않다. 그건 남을 배려한다기보다도 그녀 자신을 위하는 일이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긍지를 지키는 일이니까.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핸드폰이 제멋대로 울리게 놔두지 않고 이런 데서 전화를 받지 않으면 된다.
김윤자는 그러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핸드폰이 없다. 전화가 울릴 수 없다.
그런데 냄새에 관해서는, 자신이 없다. 자신한테서도 저런 냄새가 날지 모른다. 씻을 수 있을 때 최대한 씻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니까……… 김윤자는 갑자기 위축된다.
아…… 하스미 시게히코가 아니라 하라 세쓰코다. -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