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자 기자를했으나 국내에 현존하는 거의 모든 공채에서 낙방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건 나랑 안 맞는구나 싶었고, 그렇다면 나랑 맞는 건 무엇이며 내가 진짜로 쓰고 싶은 건 무엇인지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소설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소설 때문에 인생이 크게 휘청인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나역시 언제나 소설가의 꿈을 간직한 채 습작생의 마음으로살아가고 있었으니까. - P13

아니, 그건 제가 더 잘 알죠. 쓰는 건 저잖아요.
내기할래요?
나는 광호 씨가 한 말이 공기 중에 충분히 스며들기를기다렸다. 광호 씨가 지금 자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저기요, 광호 씨. 모든 사람이 광호 씨처럼 용감할 수는 없어요.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요.
그건 용기의 문제가 아니에요.
광호 씨가 내 말을 자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시간의 문제죠. 중요한 건 시간이에요. - P25

거기엔 아무런 차별이 없어서 특별한 용기도 자긍심도 필요 없는 세상. 우리가 누구에게 어떤 종류의 끌림을 느끼든 그건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어서 누군가의 인정도 응원도 필요 없는 세상. 그날의 광호 씨는 시간이 흐르면 그런 세상이 반드시 도래할 거라는 자신의 믿음에 내기를 걸고 싶었던 게 아닐까. 우리가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다면그런 세상은 틀림없이 앞당겨질 거라는 신념을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
*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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