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서 목베개 두 개를 꺼내서 내 양옆에 앉은 두 사람의 목에 끼워주면 이상할까? 방금 내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졸던사람이 후닥닥 뛰어나가는 걸 보고 떠올린 생각이다. 졸다가 뛰어나간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며 나는 이제 홀가분함을 느낀다. 몸을 비틀 필요도 없고 어깨춤을 출 필요도 없다. 언젠가 양쪽에서 모르는 머리 둘이 헤드뱅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딱 한 번 자리라는 것을 포기했다. 대부분은 몸을 적당히 비틀면서 견딘다.
물론 헤드뱅잉하는 사람이 정해진 건 아니다. 나도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헤드뱅잉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제일 억울하다.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싶은 거지만 그런 믿음에 근거는 없다. 잠결에 목 운동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표정이었고, 그 표정은 사실 본인만 모른다. - P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