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 끓어오르는 내 몫의 뚝배기 속에 수저를 넣고 휘저으면 먹음직스러운 황태 살들이 끝도 없이 나오며 김을 뿜어낸다.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견뎌 새롭게 태어난 생선 황태에 담긴 인내와 너그러움을 단전에서부터 받아들이면 다시 새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 그러나몸과 마음의 극심한 부조화를, 다시 말해 고통스러운 숙취를 겪고 있다면 대뜸 건더기부터 밀어 넣을 순 없다는 게 문제다. 그 무엇도 받아들이기 버거워하는 몸에겐 뜨끈한 국물로 조금씩 조심스러운 화해의 숟가락질을 건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