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백신의 놀라운 비밀 - 백신의 탄생에서 접종까지 한 권으로 읽는 상식 & 비상식 18
후나세 슌스케 지음, 김경원 옮김 / 중앙생활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돌이 갓 지났을 무렵, 예방접종을 하고 나서 갑자기 고열이 생기면서 응급실로 달려간 적이 있다. 이런저런 검사 끝에 혈소판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져 있다면서, 갑자기 입원하게 되고 면역 글로불린을 맞고 정상 수치를 회복한 뒤 일주일 만에 퇴원하였다. 그때 원인을 물어본 내게, 의사는 "예방접종의 영향일 수도 있고 바이러스 때문일 수도 있죠"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그전에도 백신에 대한 부작용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몸이 많이 약하거나 약물 알레르기 등 뭔가 부작용 요인을 가진 사람에 한해 그렇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일을 계기로 그 부작용이 건강하고 아무 이상 없던 내 아이에게도 올 수 있구나, 하는 두려운 실감을 하게 되었다. 이후 백신 관련 책들을 찾아봤지만, 일반 의사들의 말과 너무 판이해서 혼란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서, 백신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알 필요를 느껴서 이 책 <우리가 몰랐던 백신의 놀라운 비밀>을 보게 되었다.

 

저자는, 자궁경부암 백신이 효과 없을 뿐 아니라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후생노동성에 자궁경부암 백신 피해자 사례에 대해 말하자 돌아온 답변은 "실제로 백신에 의한 부작용인지 알 수 없다"는 식이다. 감염 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다른 백신 접종에 대한 질문에는 "만약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전염병이 크게 유행할지도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계나 언론도 동일하게 하는 답변이기도 하다. 저자는 빌 게이츠 재단을 비롯한 거대 의료 마피아가 '백신에 의한 인구 삭감'을 부르짖고 있다면서, 자궁경부암 백신의 목적도 인구 삭감이라고 말한다. 그 백신에 불임제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인플루엔자 백신도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인플루엔자는 변이 속도가 빨라 백신이 바이러스의 유행을 따라잡을 수 없고, 그 바이러스는 혈액으로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서 백신을 맞아도 목구멍이나 코는 무방비 상태가 되어 접종을 해도 인플루엔자에 걸리게 된다.

 

저자는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와 백신의 재료를 제시하고, 오늘날 백신 이권의 뿌리에 대해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731부대의 생체 실험 데이터는 통째로 종전 후 미국에 넘겨졌고 록펠러연구소 등으로 넘어가 제약회사의 백신 개발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백신의 탄생과 '백신 신화'를 설명하면서, 소위 의료 마피아가 백신에는 효과가 있다, 백신의 성공률은 높다, 백신은 안전하다, 백신에는 위험 성분이 없다는 내용을 교육, 매스컴, 의학계를 통해 퍼뜨린다는 것이다. 미국의 록펠러와 영국의 로스차일드, 양대 재벌이 세계 의료 이권을 쥐고 있는 세력이다.

 

저자는 "백신은 생물학무기"라는 입장을 가지고, 거대 제약회사와 의사의 유착관계, 백신의 부작용과 사망 사례, 백신 효과를 의심 혹은 부정하는 의료진의 저서 등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건강서적 등을 보면서 종종 느꼈던 점은, 일본에서는 대다수 의료진과 언론 등의 관점과 다른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렇지 못할까 하는 것이다.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너무 큰 것인지, 다수결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것인지... 백신에 대해, 의사들이나 언론의 천편일률적인 말이 아닌 다른 내용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무조건 음모론이나 헛소리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일단 이 책에서 근거로 드는 자료들을 자세히 살펴본 이후에 판단할 일이다.

 

참고로, 이 책 말미에는 우리나라 병리학 전문의 소견이 첨부되어 있다. 이 책을 추천하기보다 독자가 고려할 점을 알려준다는 차원으로 쓴 내용이다. 저자가 쓴 내용을 전부 수용하기보다 비판적으로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이라는 의미일 텐데, 아무래도 출판사 입장에서 이 책의 출간 이후 나올 반대 견해에 대해 미리 방어막을 쳐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국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설령 판단을 한다고 한들, 실제로 개인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백신 논란은 정말 어렵고 혼란스러운 문제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모학교 게리 토마스의 인생학교 5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모가 되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돌아보면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단순히 넋 놓거나 안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부모가 된다는 것, 자녀 양육의 의미를 예습할 수 있는 시간 말이다. 그때 막연히 생각했다. 성경에서 영적 거듭남을 말하지만, 자녀 양육은 인격적 거듭남의 시간이 아닐까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아기,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의 시간을, 자녀를 통해 다시 살아보는 것이라고. 실제로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로 인해 오히려 새로워지는 나를 발견했다. 그럴수록 두렵고 떨리는 임무를 맡은 기분이 들었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그 답변이 필요한 나는 <부모학교>를 찾아나섰다.

 

이 책은 리커버북으로 2007년 처음 출간되었다. (출간 당시 저자는 열여섯, 열셋, 열한 살 자녀를 둔 40대 아버지다.) 해당 주제에 대한 모든 스테디셀러가 그렇듯이, 이 책은 '자녀 양육'에 관한 최고의 영적 지침서라 할 만하다. 이 책은 크게 14장으로 구성하여 자녀 양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이 책을 통해, 자녀 양육이 부모의 신앙과 성품을 돌아보게 하고 성숙시킨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성경과 저자 가정의 예화, 다른 사례 등 풍성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에서, "자녀 양육은 아이들이 내게 어떻게 반응하느냐보다 하나님이 나를 어떤 일로 부르셨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와닿았다. 배우자나 자녀는 하나님이 우리 영혼에 주신 영적 갈증을 채울 수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나님 갈망을 놓칠 때, 배우자가 그랬듯이 자녀도 우상이 되어버릴 것이다. 책 속에는 현재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도 있었다. 저자가 "자녀들이 도전, 실패, 거부, 고통에 부딪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그렇다. 저자 말대로 타락한 세상의 삶에서 고통이 기정사실이라면, 부모로서 가급적 자녀가 고생하지 않도록 바라고 애쓰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성경적 통찰로 나아가게 된다.

 

저자는 "자녀가 잘되면 너무 많은 공로를, 자녀가 잘못되면 너무 많은 비난을 자기에게 돌리는 경향"을 지적한다. 이러한 죄책감이 자신을 돌아보는 데 도움을 주기는 하나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를 피난처 삼을 일이다. 부모님에게 하나님 차원의 사랑을 기대하는 우려만큼, 내가 하나님 차원의 사랑을 아이에게 줄 수 있다는 착각도 위험하다. 이와 함께 저자는 부모의 영적 잘못이 자손의 삶에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윗세대 혹은 집안의 영적 잘못을 내가 끊어야겠다는 믿음의 결단도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경청, 기쁨, 용기, 분노 다스리기, 인내와 오래 참음, 희생 등을 신앙과 자녀 양육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일깨워준다. 결국 저자는 자녀 양육을 "신성한 소명"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다음 두 구절을 되새겨본다.

 

"신성한 자녀 양육은 짧은 우리 인생을 미래 세대들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일에 집중하라고 부른다. (중략) 우리에게 자녀를 맡기신 하나님의 신성한 위탁을 수용하자."(255쪽)

"자녀들을 최후의 피난처로 안내하되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고 그분 안에 쉬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신성한 자녀 양육의 핵심이다."(340쪽)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놓친 채 자녀 양육에 매달렸던 것은 아닌가, 내가 자녀 양육의 주도자로 자처하며 막중한 책임감과 자책감 사이에서 갈등했던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주고 웃음을 안겨주는 아이에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진정한 유산은 무엇일까. 이런 궁극적인 질문을 해봄으로써, 그에 비한다면 너무도 사소하거나 소모적인 것들에 신경썼던 일들도 훌훌 털어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인을 읽는 말 - 4가지 상징으로 풀어내는 대화의 심리학
로런스 앨리슨 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가면서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나를 존중하는 사람과만 대면하게 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과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어쩌면 서운함을 비롯해 여러 감정을 증폭시키기보다 어긋난 지점이 무엇인지 서로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단순히 남녀 차이, 세대 차이, 성격 차이 등으로 치부해버린다면, 가족 안에서도 단절만 생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말에 대한 중요성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 말을 하는 데만 급급해서 상대방의 말을 간과하거나 오해하고 쉽게 단정짓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아닐까. 새삼 말이 어렵구나 느껴지는 요즘, 나에게 필요한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원제는 'RAPPORT'(라포르)다. 이것은 주로 두 사람 사이의 상호신뢰관계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로 알려져 있다. <타인을 읽는 말>이라는 번역서 제목은 꽤 적절해 보인다. '4가지 상징으로 풀어내는 대화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도 관심을 돋운다. 그 네 가지란 대립의 티라노사우루스, 순응의 쥐, 통제의 사자, 협력의 원숭이다. 스스로 혹은 상대방이 어떤 동물처럼 소통하는지 알아보는 책이라니, 간략한 책 소개만으로도 흥미롭다.

 

저자는 심리학자 부부로, 라포르 전략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만든 전략이 영국에서 부모 교육과 강력 범죄자 신문에 적용되던 차에, 이들은 미국 HIG(2009년 테러 용의자 신문 방식의 개선을 목표로 만든 조직)로부터 '대테러 심리 모델' 연구를 요청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라포르 전략은 애초의 목적인 범죄나 테러리스트 조직 파악에 유용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20년 부부인 이들은, 지금도 서로에게 "라포르 전략을 쓰고 있으며 여전히 잘 먹힌다"고 말한다. 10대 자녀에게도(자녀가 부모에게 역으로 쓸 때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서론에 제시된 다음 내용은, 이 책의 핵심 구절이다. (그런데 '동정' 대신 '공감'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론해본다.)

 

"라포르 전략이란, 당신이 자리를 뜨자마자 사라지는 겉만 멀쩡한 단기성 속임수가 아니다. 상대방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렇다고 테러리스트와 친구가 되란 뜻은 아니다.)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와 상관없이 존중, 존엄, 동정을 보일 때 진정한 라포르가 형성된다. (중략) 당신에게 건강한 인간관계의 기반이자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비밀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20-21쪽)

 

이 책은 크게 1부에서 라포르 전략의 네 가지 기본 원칙(HEAR)인 솔직함(Honesty), 공감(Empathy), 자율성(Autonomy), 복기(Reflection)를 소개하고, 2부에서 네 가지 동물에 대입한 의사소통 유형을 다룬다. 이처럼 구성 방식은 간결한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자세한 개념 설명부터 일상 대화의 예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도표, '나의 상징 찾기' 테스트, 전체 각 장의 '요약'과 2부 각 장의 '한발 더 들어가기'로 주요 내용 정리와 추가 예시 등 다양하고 깊이 있게 내용을 펼쳐놓았다.

 

1부의 '복기'를 간단히 소개해보면, 그것은 수중음파탐지기(SONAR)를 약자로 사용한다. 단순 복기(Simple), '한편으로는' 복기(On the one hand. 양쪽의 상반된 시각, 감정, 증거를 상대방에게 다시 요약하는 것), 언쟁 금지(No arguing), 긍정(Affirmation), 재구성하기(Reframing)를 명심해야 한다. 2부 내용 중에서는, 내 성향과 닮은 '순응의 쥐'에 대해 살펴보겠다. 모든 동물 상징에는 좋은 점, 나쁜 점이 있는데 애니멀 서클 가운데 정보를 끌어내는 데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동물은 '좋은 쥐'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쥐는 세상의 모든 것,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균형감을 중시한다. 때로 우리는 더 좋은 것을 위해 자신의 자존심이나 이익을 희생할 필요가 있다. 겸손은 좋은 쥐가 가진 진정한 본질이다. 당신이 책임자로서 좋은 쥐를 선택하면 다른 사람에게 자립심과 개인적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갖게 할 수 있다. (중략) 좋은 쥐는 인내하고, 사과하며, 자신이 모든 걸 알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건 약하다는 표시가 아니라 미덕이자 강점이다."(230,236쪽)

 

이 책은 자신의 대화법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개인의 인생을 넘어 "이 세상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라포르 전략이, 가정 안에서뿐 아니라 학교, 직장, 사회 곳곳에서 적용될 수 있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
아만다 리틀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쉬운 책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의 모험가들이라면 뭔가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하는 것일 테니, 생소한 내용들이 가득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예상대로 그랬고 읽어가는 데 여러 번 숨고르기를 해야 했지만, 잘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된 점은 유익했다. 이 책을 통해, 기후 위기와도 연관성 있는 식량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워보고, 앞으로 이런 모험가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게 될 터이다.

 

번역서에 '한국어판 서문'이 있다는 것은 반갑다. 출판사 측에서 저자에게 따로 의뢰한 것일 텐데, 이 서문에는 우리나라 독자들이 왜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쓴 <음식의 모험가들>을 읽어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저자는 한국의 '먹는 문제'가 수입에 크게 좌우되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팬데믹으로 국제 무역이 어려워질 때 이런 취약점이 나타났다고 본다. 한국은 이를 계기 삼아 공중보건, 인구 문제, 환경 위협에 견딜 수 있는 식량 공급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저자는 음식의 모험가들을 소개하기 전에, 기원전 4000년부터 시작된 농업부터 식량 공급에 대한 두려움이 대두된 1700년대 후반의 상황, 식품에 쓰이는 여러 기술에 대한 불신의 사례 등을 간략하게 서술한다. 이 책의 방향을 알 수 있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내가 보기에는 두 가지 접근법의 절충안이 반드시 있을 것 같았다. (중략) 우리의 과제는 과거의 경험과 가장 발달한 기술에서 지혜를 빌려 식량을 생산하는 '제3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렇게 접근하면 생명의 근원을 무너뜨리는 대신 복구하면서 수확물을 개선할 수 있다."(47쪽)

 

막연하게 이 책이 소규모 농업, 친환경적 작물, 가급적 전통적인 방식 등을 지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위의 대목을 보면서, 음식의 미래를 보여주는 저자의 여정이 '제3의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구나 실감해본다.

 

저자는 음식의 모험가를 찾아 미국 위스콘신의 사과 농장, 캘리포니아의 로봇 제초기, 뉴저지의 수직농장, 실리콘밸리의 배양육, 인디애나의 퇴비화 프로그램, 매사추세츠의 3D프린터 음식 등 전통방식과 새로운 기술의 양극단처럼 보이는 사례를 만나게 된다. 다른 나라의 경우, 중국의 컴퓨터 제어 농장,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장, 이스라엘의 해수 담수화 기술, 인도/에티오피아의 인공강우, 멕시코의 고대 작물 복원을 선보인다. 그중 한두 가지를 소개해본다.

 

'실리콘밸리의 배양육' 편은 흥미로웠다. 저자는 살아 있는 동물에서 채취한 소량의 근육, 지방, 연결 조직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고기를 배양하는 스타트업인 멤피스미트를 찾아간다. 실제로 그곳에서 직접 배양육을 맛본 저자의 소감은 "바로 익숙함, 진짜 같음, 그리고 지극한 평범함"이었다. '케냐의 크리스퍼 옥수수' 편에서 유전자변형과 편집을 거친 씨앗, 곧 GMO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볼 수 있었다.

 

케냐 정부는 2012년 GMO 작물의 수입과 상업적 경작을 금했다. 아프리카대륙 54개 국가 중 7개국만이 목화에 한해 GMO 작물이 허가됐다. 그런데 유전자변형과 편집을 거친 씨앗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급자족, 더위와 가뭄, 병충해를 이겨낼 대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2019년 케냐 국립환경관리부는 최초의 상업용 GMO 도입을 허가한다. 저자는 일흔두 살의 케냐 여성 오니앙고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음 말이 인상적이다.

 

"이건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본 모든 연구에 따르면, GMO로 얻는 이익이 위험을 훨씬 능가해요. 그리고 그 위험은 통제할 수 있죠. (중략) 우리는 구걸하던 상황에서 식량을 수출하는 상황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자급자족할 수 없는 사람에게 진보란 없어요. (중략) 우리에게는 항상 뒤처지는 농업보다는 그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이 필요해요. 토종이나 현대의 씨앗 모두 필요해요. 다양한 영양과 풍부한 생산량이죠."(119-120쪽)

 

저자 표현대로 "진열대 위 콘칩"의 재료가 GMO인지 아닌지 따지는 수준이 아니라, 아프리카대륙 사람들에게 몬산토산 씨앗은 절박한 동아줄 같은 것일까. 어떤 상황에 처했느냐에 따라, 그 씨앗을 받아들이게 되는 입장이 달라질 것 같다. 어려운 대목이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국지적인 소규모 유기농들의 네트워크뿐 아니라 지금보다 나은 대규모 기업형 농업의 필요성을 말하고, 토종 작물의 보호뿐 아니라 스마트 양식장, 인공지능 로봇, 좋은 GMO, 크리스퍼(유전자 편집 기술)로 만든 작물도 필요하다고 본다. 모든 이들에게 지속가능한 식품을 공급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면 양측이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GMO 앞에 '좋은'을 붙인 의도는 저자가 기존에 가진 부정적 편견이 사라졌다는 의미일까. 적어도 흑백논리식 사고방식을 벗어나 식량 위기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할 듯하다. 건강과 영양을 운운하고 이것저것 고를 처지가 아닌 빈곤와 기아 앞에서, 혹은 기후 변화로 눈에 띄게 식량 선택의 폭이 좁아져버린 상황에 직면할 때,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다면 현재 내가 마트 진열장에서 스쳐 지나가는 재료나 식품들이 뭔가 다르게 보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스트 코로나 로드맵 - 팬데믹 이후 미래 기술과 4차 산업혁명
이종호 지음 / 북카라반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책들이 여러 분야에서 나오고 있지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코로나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아직 코로나가 물러간 것은 아니지만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책을 읽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찰나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영어식 조합의 제목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은 중간에 '코로나'가 끼어 있는 탓일까. 오히려 깔끔한 제목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미래 기술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내용이라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오래전부터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 말은 많이 들어왔는데, 정작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그 개념부터 제대로 알고 가자는 마음도 들었다.

 

먼저 저자 소개를 봤다. 저자는 건축공학 전공으로 프랑스 유학, 현재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우수 논문상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고 특허 10여 개를 20여 개에 출원했으며 현재까지 100여 권을 집필했다고 나와 있다. 기술 분야에 대해 문외한이라서, 사실 이런 책을 접하기 전에 저자 소개부터 확인하는 편이다. (이 책의 경우 인문학자가 풀어쓴 책이라도 봤겠지만.) 이 책은 제목과 차례 구성, 초보자도 이해하기 쉬운 서술,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2도 편집, 참고 자료까지, 코로나 이후 변화될 모습을 한눈에 담았다.

 

크게 4부로 나누어진 책에서, 1부는 코로나19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 언론과 과학잡지에 나왔던 이슈들을 총정리해준 느낌이라 요약본으로 적합해 보인다. 2부에서는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의 개요를 담았다. 팬데믹이 4차 산업혁명을 더 빨리 촉진시켰다는 전제 아래, 저자는 포스트 팬데믹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예상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사물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으로 인간의 모든 행위와 생각이 빅데이터의 형태로 저장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68쪽)

 

저자는 기술의 유익함을 무시할 수 없고, 창과 방패처럼 기술과 법, 사회적 인식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할 일이라고 말한다. 개인 정보 유출 문제와 해킹은 단순한 사안이 아니겠구나 싶다. 사물 인터넷 시대에는 TV, 자동차, 쓰레기통 등 모든 사물이 해킹될 수 있는데, 저자가 든 예를 보면 무인 자동차로 이동할 때 누군가 해킹해 운전자를 이상한 목적지로 데려갈 수 있다. 해커가 냉장고를 해킹해 냉장고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가정의 온도 조절기를 최대치로 높이고 협박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신종 범죄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해커가 컴퓨터 앞에 앉아 쥐락펴락하며 각종 범죄 행각을 벌일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물론 이 책은 부작용에 초점을 둔 내용이 아니다. 저자가 그리는 미래에 대해 개인적인 상상을 해볼 여지가 많다.)

 

그 외에도 2부에서는 5G, 비대면 교육, 물류 유통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3부 '핵심 기술'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자율 주행 자동차, 핵융합과 인공 태양을 서술하고, 4부 '유망 기술'에서는 헬스 케어, 교육, 교통, 물류, 제조, 환경, 문화, 정보 보안 등 여덟 개 분야에 해당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유망 기술을 소개한다. 처음 차례를 봤을 때는 저자가 유망 기술을 선정한 줄 알았다. 그런데 4부 도입부를 읽어보니 "2020년 4월에 발표한"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앞뒤 맥락을 봐도 주최자는 안 나와서 검색을 해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전문가 논의를 거쳐 만든 목록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다. 생소한 개념들에 대해 익숙해지는 효과도 있겠다. 이 책이 담은 내용과 별개로, 머리가 복잡해지기는 한다. 변화의 물결이 너무 세찬 느낌이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올 미래라고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더 빨리 재촉되며 숨가쁘게 달려가야 하는 느낌이 든다. 새로운 시대를 비대면으로 맞이하고 준비해야 하는 2021년의 우리는, 이럴수록 대면 못지않은 협력과 합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소회가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