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학교 게리 토마스의 인생학교 5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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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돌아보면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단순히 넋 놓거나 안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부모가 된다는 것, 자녀 양육의 의미를 예습할 수 있는 시간 말이다. 그때 막연히 생각했다. 성경에서 영적 거듭남을 말하지만, 자녀 양육은 인격적 거듭남의 시간이 아닐까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아기,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의 시간을, 자녀를 통해 다시 살아보는 것이라고. 실제로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로 인해 오히려 새로워지는 나를 발견했다. 그럴수록 두렵고 떨리는 임무를 맡은 기분이 들었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그 답변이 필요한 나는 <부모학교>를 찾아나섰다.

 

이 책은 리커버북으로 2007년 처음 출간되었다. (출간 당시 저자는 열여섯, 열셋, 열한 살 자녀를 둔 40대 아버지다.) 해당 주제에 대한 모든 스테디셀러가 그렇듯이, 이 책은 '자녀 양육'에 관한 최고의 영적 지침서라 할 만하다. 이 책은 크게 14장으로 구성하여 자녀 양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이 책을 통해, 자녀 양육이 부모의 신앙과 성품을 돌아보게 하고 성숙시킨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성경과 저자 가정의 예화, 다른 사례 등 풍성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에서, "자녀 양육은 아이들이 내게 어떻게 반응하느냐보다 하나님이 나를 어떤 일로 부르셨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와닿았다. 배우자나 자녀는 하나님이 우리 영혼에 주신 영적 갈증을 채울 수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나님 갈망을 놓칠 때, 배우자가 그랬듯이 자녀도 우상이 되어버릴 것이다. 책 속에는 현재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도 있었다. 저자가 "자녀들이 도전, 실패, 거부, 고통에 부딪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그렇다. 저자 말대로 타락한 세상의 삶에서 고통이 기정사실이라면, 부모로서 가급적 자녀가 고생하지 않도록 바라고 애쓰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성경적 통찰로 나아가게 된다.

 

저자는 "자녀가 잘되면 너무 많은 공로를, 자녀가 잘못되면 너무 많은 비난을 자기에게 돌리는 경향"을 지적한다. 이러한 죄책감이 자신을 돌아보는 데 도움을 주기는 하나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를 피난처 삼을 일이다. 부모님에게 하나님 차원의 사랑을 기대하는 우려만큼, 내가 하나님 차원의 사랑을 아이에게 줄 수 있다는 착각도 위험하다. 이와 함께 저자는 부모의 영적 잘못이 자손의 삶에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윗세대 혹은 집안의 영적 잘못을 내가 끊어야겠다는 믿음의 결단도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경청, 기쁨, 용기, 분노 다스리기, 인내와 오래 참음, 희생 등을 신앙과 자녀 양육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일깨워준다. 결국 저자는 자녀 양육을 "신성한 소명"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다음 두 구절을 되새겨본다.

 

"신성한 자녀 양육은 짧은 우리 인생을 미래 세대들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일에 집중하라고 부른다. (중략) 우리에게 자녀를 맡기신 하나님의 신성한 위탁을 수용하자."(255쪽)

"자녀들을 최후의 피난처로 안내하되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고 그분 안에 쉬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신성한 자녀 양육의 핵심이다."(340쪽)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놓친 채 자녀 양육에 매달렸던 것은 아닌가, 내가 자녀 양육의 주도자로 자처하며 막중한 책임감과 자책감 사이에서 갈등했던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주고 웃음을 안겨주는 아이에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진정한 유산은 무엇일까. 이런 궁극적인 질문을 해봄으로써, 그에 비한다면 너무도 사소하거나 소모적인 것들에 신경썼던 일들도 훌훌 털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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