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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가 오르기 전에 - 기후위기의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남성현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기후위기에 대한 책들을 일부러 찾아보려고 한다. 일상 속에서 무디어가는 위기감을 일깨우는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오르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라고 풀어서 읽었다. 지구온난화로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올랐다고 하는데, 기후위기에 대한 다른 책에서 그 의미를 비유로 풀어준 내용이 생각난다. 1도라는 수치가 주는 무게감이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아기의 고열이 지속될 때를 생각해보라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아이의 고열로 응급실, 병원 입원, 위험한 고비 등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탓인지, 그 비유가 직접적으로 와닿았다. 그만큼 지구 기온이 올라간다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실감이 되었다.
이 책은 기후과학자이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인 저자가 '기후'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지구를 구성하는 하늘, 땅, 바다, 얼음 등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를 설명하고, 궁극적으로 기후위기의 대비책을 강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어떤 면에서는 전문지식을 정리한 것이지만, 실상 기후위기에 처한 우리 모두 알아야 할 내용이다. 각 장의 제목을 질문식으로 했기에, 그에 해당하는 답변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 장점이 있다. 과학서적을 즐겨 보는 편이 아닌 독자로서 볼 때, 전반적으로 술술 읽히는 문장들은 아니었다. 기후위기에 대한 궁금증과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독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기후 개념을 구체화하기 전에, 기후와 기상의 구분은 중요하다. 기후는 긴 시간 동안의 평균적인 상태이고, 기상은 매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날씨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를 '성품', 기상을 '기분'에 비유한다. 기분이 변화무쌍할 수는 있지만 성품이 달라지면 '기후변화'와 같이 문제가 된다.
지구의 기후는 태양 활동의 변화, 태양과 지구의 상대적 위치 변화 등 외적 요인에 민감하다. 또한 화산 분화에 따른 성층권 에어로졸 농도 변화, 얼음으로 덮인 면적 변화, 바닷속 내부의 거대한 흐름의 변화 등 지구 시스템 내부의 상호 작용에 따른 변화도 있다. 이런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 같은 인위적인 변화와 구별되는 '자연적 기후 변동성'이다. 문제는 인위적 기후변화가 앞서 언급한 자연적 기후변화의 범위를 벗어나 급속도로 지구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이런 설명처럼, 이 책은 지구온난화가 문제라는 식으로 간략하게 서술하기보다, 차근차근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전문지식을 덧붙이며 기후, 기후변화, 나아가 기후위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서술한다. 그것은 고산 지대의 만년설, 영구 동토층,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거대한 빙상, 북극 해빙 등 얼음의 변화, 전 세계 바다의 평균 해수면 상승, 전 지구적인 물 순환 변화에 따른 강수 패턴 추이와 관련된다. 이런 변화는 가뭄, 폭염, 폭우, 폭설, 한파 같은 기상 이변, 산불과 홍수, 산사태, 태풍, 해일 등의 자연재해로 이어진다. 또한 생태계 변화로 동식물 생존의 위협과 생물 다양성 훼손, 농업 수확량의 차질로 대규모 난민 발생 등 인류 생존까지 위협하기에 이른다. 이 책은 이런 개괄적인 위기 상황을 더욱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취한다. 책 내용을 통해, 다음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로 만년설이 다 녹으면 어떻게 될까? 땅이 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까?
지구 평균 기온의 1도 상승을 조금 더 보충해보면, 그것은 지구상의 모든 위치에서 균일한 1도 상승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지역적 편차가 있고 실제로 2도 이상 오르는 지역도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는 1.5도를 넘어 빠르게 온난화되는 지역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다음 질문들과 해당 답변도 찾아볼 수 있다.
폭염은 앞으로 더 심해질까? 더워진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일까? 바닷속 생태계는 어떻게 변해 갈까?
저자는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의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와인이 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와인 생산 최적지도 변해 와인 품질의 타격뿐 아니라 포도나무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아 와인 생산이 불가능해질 우려도 제기된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생산량은 20-30년 안에 현재의 절반 수준이 되고 초콜릿의 맛이 변할 수 있다고 예고된다.
땅, 하늘, 바다와 얼음 등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현상들이 일어나는 배경,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한편으로, 저자는 기후위기에 맞선 어떤 대비책이 있는지를 서술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그와 관련된 질문들과 해당 답변부터 찾아 읽었다.
기온이 오르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해수면 상승을 막을 수는 없을까? 기후위기는 막을 수 없을까? 희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 책에서는 영화 <설국열차>가 언급되는데, 영화 속 세계 정상들이 지구온난화 대책을 세운다. 비행기로 냉각제 'CW-7'이라는 물질을 대기 중에 살포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그 냉각제는 이산화황으로 추정한다.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빙하기가 닥치면서 모든 생물이 사라지는 설국을 맞고 열차 내부 사람들만 생존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섣부른 지구공학적 수술 시도를 경계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과학적 진단'을 강조한다. 하늘과 땅, 바다와 얼음이라는 현장에서 수집된 환경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지구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자는 것이다. 이 책 덕분에 과학적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가지는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겨본다.
이 책은 관련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 모두에게 필독서다. 막연하고 희미한 기후위기에 대한 정보로, 환경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까지 흐릿해지면 안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과학적 이론과 근거, 오늘날의 현상에 비추어 기후와 기후위기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위기 대비책을 모색해볼 수 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