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도가 오르기 전에 - 기후위기의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남성현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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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한 책들을 일부러 찾아보려고 한다. 일상 속에서 무디어가는 위기감을 일깨우는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오르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라고 풀어서 읽었다. 지구온난화로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올랐다고 하는데, 기후위기에 대한 다른 책에서 그 의미를 비유로 풀어준 내용이 생각난다. 1도라는 수치가 주는 무게감이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아기의 고열이 지속될 때를 생각해보라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아이의 고열로 응급실, 병원 입원, 위험한 고비 등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탓인지, 그 비유가 직접적으로 와닿았다. 그만큼 지구 기온이 올라간다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실감이 되었다.

이 책은 기후과학자이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인 저자가 '기후'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지구를 구성하는 하늘, 땅, 바다, 얼음 등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를 설명하고, 궁극적으로 기후위기의 대비책을 강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어떤 면에서는 전문지식을 정리한 것이지만, 실상 기후위기에 처한 우리 모두 알아야 할 내용이다. 각 장의 제목을 질문식으로 했기에, 그에 해당하는 답변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 장점이 있다. 과학서적을 즐겨 보는 편이 아닌 독자로서 볼 때, 전반적으로 술술 읽히는 문장들은 아니었다. 기후위기에 대한 궁금증과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독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기후 개념을 구체화하기 전에, 기후와 기상의 구분은 중요하다. 기후는 긴 시간 동안의 평균적인 상태이고, 기상은 매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날씨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를 '성품', 기상을 '기분'에 비유한다. 기분이 변화무쌍할 수는 있지만 성품이 달라지면 '기후변화'와 같이 문제가 된다.

지구의 기후는 태양 활동의 변화, 태양과 지구의 상대적 위치 변화 등 외적 요인에 민감하다. 또한 화산 분화에 따른 성층권 에어로졸 농도 변화, 얼음으로 덮인 면적 변화, 바닷속 내부의 거대한 흐름의 변화 등 지구 시스템 내부의 상호 작용에 따른 변화도 있다. 이런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 같은 인위적인 변화와 구별되는 '자연적 기후 변동성'이다. 문제는 인위적 기후변화가 앞서 언급한 자연적 기후변화의 범위를 벗어나 급속도로 지구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이런 설명처럼, 이 책은 지구온난화가 문제라는 식으로 간략하게 서술하기보다, 차근차근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전문지식을 덧붙이며 기후, 기후변화, 나아가 기후위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서술한다. 그것은 고산 지대의 만년설, 영구 동토층,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거대한 빙상, 북극 해빙 등 얼음의 변화, 전 세계 바다의 평균 해수면 상승, 전 지구적인 물 순환 변화에 따른 강수 패턴 추이와 관련된다. 이런 변화는 가뭄, 폭염, 폭우, 폭설, 한파 같은 기상 이변, 산불과 홍수, 산사태, 태풍, 해일 등의 자연재해로 이어진다. 또한 생태계 변화로 동식물 생존의 위협과 생물 다양성 훼손, 농업 수확량의 차질로 대규모 난민 발생 등 인류 생존까지 위협하기에 이른다. 이 책은 이런 개괄적인 위기 상황을 더욱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취한다. 책 내용을 통해, 다음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로 만년설이 다 녹으면 어떻게 될까? 땅이 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까?

지구 평균 기온의 1도 상승을 조금 더 보충해보면, 그것은 지구상의 모든 위치에서 균일한 1도 상승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지역적 편차가 있고 실제로 2도 이상 오르는 지역도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는 1.5도를 넘어 빠르게 온난화되는 지역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다음 질문들과 해당 답변도 찾아볼 수 있다.

폭염은 앞으로 더 심해질까? 더워진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일까? 바닷속 생태계는 어떻게 변해 갈까?

저자는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의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와인이 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와인 생산 최적지도 변해 와인 품질의 타격뿐 아니라 포도나무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아 와인 생산이 불가능해질 우려도 제기된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생산량은 20-30년 안에 현재의 절반 수준이 되고 초콜릿의 맛이 변할 수 있다고 예고된다.

땅, 하늘, 바다와 얼음 등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현상들이 일어나는 배경,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한편으로, 저자는 기후위기에 맞선 어떤 대비책이 있는지를 서술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그와 관련된 질문들과 해당 답변부터 찾아 읽었다.

기온이 오르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해수면 상승을 막을 수는 없을까? 기후위기는 막을 수 없을까? 희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 책에서는 영화 <설국열차>가 언급되는데, 영화 속 세계 정상들이 지구온난화 대책을 세운다. 비행기로 냉각제 'CW-7'이라는 물질을 대기 중에 살포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그 냉각제는 이산화황으로 추정한다.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빙하기가 닥치면서 모든 생물이 사라지는 설국을 맞고 열차 내부 사람들만 생존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섣부른 지구공학적 수술 시도를 경계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과학적 진단'을 강조한다. 하늘과 땅, 바다와 얼음이라는 현장에서 수집된 환경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지구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자는 것이다. 이 책 덕분에 과학적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가지는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겨본다.

이 책은 관련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 모두에게 필독서다. 막연하고 희미한 기후위기에 대한 정보로, 환경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까지 흐릿해지면 안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과학적 이론과 근거, 오늘날의 현상에 비추어 기후와 기후위기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위기 대비책을 모색해볼 수 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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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생태환경 놀이 가자! -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필수 미래교육
김용만 지음 / 책장속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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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장거리 여행이 막혀버린 탓일까. 집 근처 공원의 나무, 꽃, 풀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아이와 함께 습지공원, 수목원, 숲길을 자유롭게 거닐면서 자연 체험을 해주고 싶은데, 안팎의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현재 상황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친환경 놀이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는 와중에, 생태환경 놀이에 대한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살아 있는 생태체험 활동'을 담은 책 <얘들아, 생태환경 놀이 가자!>이다.

이 책에서는 '생태환경교육' 곧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을 표방한다. 이 책은 크게 교실 안 생태환경, 학교 생태환경, 학교 밖 생태환경, 에코 라이프 실천 및 생태환경 지킴이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과정과 연계 지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태환경교육(유아부터 성인에 이르는 100여 권의 환경부 선정 우수환경도서 목록 포함)도 부록으로 수록하고 있다. 앞으로 '생태전환교육'이 강화된다고 하니, 이 책은 특히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듯하다. 자녀에게 자연 체험과 놀이, 환경교육의 기회를 주고 싶은 부모들에게도 반드시 읽어볼 내용을 담고 있다.

생태환경에 관한 온책 읽기 및 토론은 독자들이 곧장 실천해볼 수 있는 활동이다. 실제 작품을 예로 들어 읽기(토론) 전, 읽기(토론) 중, 읽기(토론) 후 활동을 보여주는데,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담은 6컷 만화, 편지, 극본, 찬반토론 진행 방식 등도 직접 볼 수 있다. 먹이사슬 놀이 및 여러 보드게임, 자연친화적 감성을 기르는 천연염색과 뜨개질 활동, 생태환경 주제를 다룬 영화 감상과 연극, 낭독극 활동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다가온 부분은, 생태 탐사 영역이다. '공원숲 티어링' 프로그램처럼 지자체가 운영하는 숲 체험 활동을 찾아봐도 좋겠구나 싶다. 책에서는 우리나라 전국 습지의 위치와 특징,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 생태탐사 전 주의사항과 준비물도 챙겨볼 수 있다.

에코 라이프 실천 방법으로 직접 플라스틱 재활용품을 만들어볼 수 있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알게 된다. 생태환경 지킴이로서 시화집, 동화책, 만화책 만들기를 해볼 수도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생태환경 놀이란 교과목뿐 아니라 우리 일상 속 체험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는 문학 활동이 많았다는 점도 특징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그림책과 동화를 많이 접하게 되는 유아, 초등학생 시기에 독후활동 가운데 생태환경 놀이가 자연스럽게 연계될 여지가 많겠구나 싶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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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과학상식 : 귀여운 강아지 과학 퀴즈! 과학상식 85
권찬호 지음, 차현진 그림 / 글송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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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부터 '세계 불가사의 수학'까지, 앞서 84권의 '퀴즈! 과학상식' 학습만화 시리즈가 나왔는데요, 이번에는 85권째 '귀여운 강아지 과학' 편입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또한 아이가 좀 크면 반려견을 길러볼 마음을 품고 있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된 책이에요. 막상 읽기 시작하니,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가 꽤 많다는 실감을 해봅니다. 제가 강아지 상식이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그만큼 189쪽 분량에 꽉꽉 알찬 정보를 채우고 있습니다.

총 서른 가지의 질문과 답변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내용상 크게 3장으로 나누었습니다. 신기한 강아지의 비밀, 궁금한 강아지의 세계, 놀라운 강아지 미스터리! 등장인물 소개가 재미있네요. '전국 어린이 방귀왕' 타이틀을 지닌 나봉구, 안드로메다은하에서 온 꼬마 외계인 왕짱을 비롯해 안내견, 충견, 초능력 강아지 등이 나와 있어요. 각 질문마다 강아지 품종을 하나씩 소개하고,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약,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가령, "강아지 코는 왜 촉촉하게 젖어 있을까?"라는 내용에서는, 토이 푸들을 소개하고 강아지 코로 알아보는 건강 정보를 정리해주는 식이지요.

이 책을 통해 강아지 품종과 그 특성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토종견인 삽살개와 진돗개는 물론, 퍼그, (프렌치) 불도그, 시바이누, 세인트버나드, 포메라니안, 웰시코기, 사모예드, 시추, 요크셔 테리어, 미니어처 슈나우저, 비글, 몰티즈, 래브라도 레트리버, 파피용, 닥스훈트, 차우차우, 달마티안, 보더 콜리, 시베리아허스키, 불 테리어, 골든 레트리버, 독일 셰퍼드, 비숑프리제, 치와와, 아프칸하운드, 코커 스패니얼 등을 한 마리씩 만나볼 수 있어요.

진돗개의 경우, 군견이 되기 힘들다네요. 영리하고 용맹하지만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 군견병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을 때 새로운 군견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명 말썽꾸러기 3대 악마견도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주인공들은 비글, 슈나우저, 코커 스패니얼입니다.

"강아지는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에서는 열세 살 뱀파이어 소년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뱀파이어 아빠는 아들에게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주지요. 아빠는 아들에게 사람의 평균 수명과 비교해 강아지의 평균 수명을 알려줍니다. 소형견과 중형견이 대형견보다 오래 산다는 정보, 최소 15년 이상 보살피고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키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담고 있네요. 가라앉는 분위기의 반전일까요. 이 에피소드에서는 소년이 강아지 '순돌이'의 피를 빨기 위해 달려드는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래야 천년만년 함께 살 수 있다면서요. 순돌이는 놀라서 도망갑니다. 순돌이의 생각까지 덧붙이고 있어요.

싫어요! 뱀파이어 강아지로 변해 영원히 사는 건 싫거든요!

"안내견을 만지거나 부르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한 정보는 상식 이전에 예의로 알아두어야 할 듯합니다. 보행 중인 안내견을 낯선 사람이 만지거나 안내견에게 말을 걸거나 간식을 주는 행동을 삼가야 하는 이유는, 주의력을 분산시켜 시각 장애인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해요. 안내견 '해피' 이야기는 뭉클합니다. 32세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던 해피는 강아지 별로 떠났고요, 그로부터 50년 후 시각장애인도 세상을 떠나게 되지요. 천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는데, 바로 해피였어요. 주인님을 천국까지 안내하기 위해 50년을 기다렸다면서요. 그러면서 이렇게 소원을 말하는군요.

안내견으로 살면서 함부로 짖지도, 마음껏 뛰지도,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무엇이든 늘 참아야 했거든요. 하지만 천국에 도착해서 주인님이 앞을 보게 되면, 저도 다른 반려견들처럼 주인님께 안겨 마구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요. 그리고 주인님과 함께 마음껏 푸른 들판을 뛰어놀고 싶어요.

시각장애인과 동행하는 안내견을 볼 때면,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대단하구나 싶었는데요, 어쩌면 모든 안내견이 '해피'처럼 행동 면에서 참아야 하는 부분이 있겠구나 싶어 안쓰러워지네요. 물론 시각장애인 분들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벗이자 가족일 테니 안내견들은 참 고마운 존재이지요.

개인적으로, 강아지 미스터리 가운데 "로켓을 타고 우주를 날아간 강아지"는 처음 알게 된 정보여서 새로웠지요. 1957년 11월 3일 떠돌이 개였던 라이카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가 발사되었어요. 우주 활동 중 생물의 변화와 생존 가능성의 정보 수집용이었다고 해요. 과학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동물 실험과 동물 학대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책에는 강아지에게 먹이면 안 되는 음식들도 나와 있어서, 실제로 강아지를 키우고 있거나 조만간 키우려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어요. 사랑스럽고 다정한 성품, 이런저런 능력을 갖춘 강아지의 면모를 다시금 발견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감동, 생각거리를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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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엠의 등대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76
톤 쿠네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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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바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등대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면 좋을 듯했고요. 주인공 소년 비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내용도 궁금했지요. <비엠의 등대> 그림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입니다. 작가 톤 쿠네는 네덜란드의 그림책 작가인데요, 사진가, 조각가, 영화감독이기도 하네요. 그런 이력 덕분일까요. 그림들이 꽤 섬세한데요, 특히 세찬 바람과 거센 파도가 잘 묘사되어 있어요.


비엠은 등대지기 아빠, 말 한 마리와 같이 살아요. 비엠은 날마다 바닷가에서 놀아요. 재미있는 놀잇감이 많아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해가 저물면 아빠가 불을 켠 등대를 보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는 것을 알지요. 그러던 어느 날, 새우 잡기에 열중하는 사이, 비엠은 해가 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이상한 일은 등대에 불이 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비엠은 곧장 등대로 달려가지요. 아빠는 없었어요. 열려 있는 창문 밖으로 고기잡이배가 한 척 보였습니다. 비엠은 그 배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발빠르게 행동하는데요...


도대체 아빠는 어디에 가신 것일까요. 그리고 비엠이 혼자 어떤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요. 이 그림책에서 숨가쁜 장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아빠가 나타나 쓰러진 비엠을 안고 무사히 등대로 돌아갈 때 안도하게 되지요. 섬마을 어부들이 비엠을 헹가래 쳐주는 장면에서는, 함께 비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등대는 밤마다 바다를 향해 불빛을 비추지요.

고깃배들이 안전하게 항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작가는 글을 열자마자 등대의 역할부터 명시합니다. 등대가 없었을 때는 많은 배들이 조난을 당했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그림책 속에서 비엠이 했던 행동들은 소년 등대 역할이었군요. 등대의 전구가 망가져서 불빛을 비출 수 없을 때, 비엠 스스로 불빛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이니까요. 그 덕분에, 위험한 사고도 막게 되고 뱃사람들의 목숨도 구하게 되었지요.


아빠 입장에서는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아들 목숨이 위태로웠을 수도 있었기에, 큰일날 뻔했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을 듯해요. 부모가 자녀에게 '용기'를 가르쳐준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용기 있게 나서는 일이란 잔잔한 바다 위를 안전한 배를 타고 편안하게 가는 일만은 아닐 테니까요.


<비엠의 등대>라는 제목 그대로, 등대가 있는 바다 이야기를 보고 싶었는데요, 이 그림책을 읽고 나서 당연하고 자연스럽게도 인생 바다를 연상하게 되었어요. 때로는 모진 바람과 사나운 풍랑에 배가 이리저리 흔들릴 때가 있겠지요. 저의 남은 삶도, 아이가 어른으로 커갈 삶도 그저 평화롭기만 했으면 좋겠지만, 자신만의 등대를 위해, 그 불빛을 지키기 위해 용기 내야 할 때가 있다는 것도 망각해서는 안 될 듯해요. 저에게는, 중의적인 바다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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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 꿀약방 : 반짝반짝 소원을 빌어요 웅진 우리그림책 82
심보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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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펼쳐갈 이야기에 궁금증을 가졌던 그림책이에요. <붕붕 꿀약방> 그림책이 두 권 나왔었네요. 작가 소개를 보고 알았어요. 앞선 두 권은 봄, 여름 이야기인 듯하고요, 지금 제가 소개할 책은 가을 이야기입니다. 부제는 '반짝반짝 소원을 빌어요'인데요, 주인공이자 화자인 꿀비를 따라가보면 어떤 이야기인지 알게 되겠지요.

그림책 배경은 추석이에요. 꿀비와 꽃비 할머니, 다른 곤충들 모두 바쁘군요. 가을 축제에 함께 모여서 나눌 음식들을 준비하는 모양이에요. 꿀약방에서는 꿀비와 꽃비 할머니가 소원 사탕을 만듭니다. 둥근달이 뜨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소원 사탕을 뿌리게 되나 봐요. 그런데 소원 사탕이 뭘까요? 주재료는 꽃가루와 꿀입니다. 꿀비가 레시피를 자세히 알려주니, 그림책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매번 꽃비 할머니가 소원 사탕을 뿌리셨던 듯한데, 할머니가 꿀비에게 말씀하시네요.

"오늘은 꿀비가 소원 사탕을 날려 보렴."

이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알리려는 순간, 꿀비의 사촌 호박벌이 나타나면서 꿀비가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려요. 호박벌은 꽃비 할머니께는 달맞이꽃을, 꿀비에게는 꽃가루를, 풀색노린재에게는 은행 열매를 선물로 준비했어요. 호박벌은 쿵덕쿵덕 떡방아도 잘 찧고요, 송편도 곤충 친구들이 감탄할 만큼 예쁘게 잘 빚어요. 호박벌의 밝고 환한 표정과 달리, 꿀비는 울상이에요. 떡방아는 무겁고요, 송편 모양은 쪼글쪼글이에요. 그때 사슴벌레가 큰 소리로 말하지요.

"오늘 소원 사탕 뿌리기는 호박벌이 하는 게 어때?"

다들 좋은 생각이라며 손뼉을 쳤는데요, 꿀비뿐 아니라 저도 손뼉을 칠 수가 없었어요. 소원 사탕 뿌리기는 원래 꽃비 할머니가 하시던 일이었다면서요. 그런데 곤충 친구들끼리 그렇게 정해버려도 되나요? 할머니의 허락도 없이요? 더구나 꿀약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꿀비가 소원 사탕을 만들었던 게 아닌가요? 수고한 사람 따로, 생색내는 사람 따로, 그러면 안 되잖아요. 아무리 호박벌이 인기가 많다고 해도요. 또 호박벌은 잘난 척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요.

"호박벌아, 우리 같이 소원 사탕 날리자."

결국 꽃비 할머니가 건네준 소원 사탕 바구니를 들고, 꿀비는 호박벌을 찾아 제안하지요. 둘이 함께 소원 사탕을 날리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호박벌이 왜 흔쾌히 나서기를 꺼렸는지, 곤충 친구들이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볼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보름달 가까이에서 소원 사탕을 뿌리는 예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밤하늘의 불꽃놀이 같아요. 실제로 그림 일부에 반짝거리는 효과를 입혔어요. 왠지 꿀비와 호박벌처럼, 소원 사탕을 오물거리며 소원을 빌면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그림책 끝부분에 '붕붕 꿀약방 친구들' 이름이 나와 있어요. 그림을 보면서 붉은갈고리밤나방, 꼬리박각시, 오리나무잎벌레, 홍단딱정벌레 등 낯선 곤충 이름도 친근해질 수 있겠어요. 이 그림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겠지요.

얼마전 추석 당일은 아니고 전날 보름달을 보았지요. 이 그림책을 미리 보았다면, 밤하늘과 달을 보면서 꽃비가 소원 사탕을 뿌리는 장면이 곧장 연상됐을 듯해요. 찬 바람이 불고 낙엽이 흩날리는 계절이 오면, 쓸쓸함이 먼저 들게 되는데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기분도 가라앉게 되고요. 그런데 이 그림책을 통해, 가을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봅니다. 풍성함의 계절 가을에, 음식뿐 아니라 마음도 넉넉히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아이들에게 풍성함과 나눔이 가득한 가을 풍경을 보여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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