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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 꿀약방 : 반짝반짝 소원을 빌어요 ㅣ 웅진 우리그림책 82
심보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9월
평점 :
꿀벌이 펼쳐갈 이야기에 궁금증을 가졌던 그림책이에요. <붕붕 꿀약방> 그림책이 두 권 나왔었네요. 작가 소개를 보고 알았어요. 앞선 두 권은 봄, 여름 이야기인 듯하고요, 지금 제가 소개할 책은 가을 이야기입니다. 부제는 '반짝반짝 소원을 빌어요'인데요, 주인공이자 화자인 꿀비를 따라가보면 어떤 이야기인지 알게 되겠지요.
그림책 배경은 추석이에요. 꿀비와 꽃비 할머니, 다른 곤충들 모두 바쁘군요. 가을 축제에 함께 모여서 나눌 음식들을 준비하는 모양이에요. 꿀약방에서는 꿀비와 꽃비 할머니가 소원 사탕을 만듭니다. 둥근달이 뜨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소원 사탕을 뿌리게 되나 봐요. 그런데 소원 사탕이 뭘까요? 주재료는 꽃가루와 꿀입니다. 꿀비가 레시피를 자세히 알려주니, 그림책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매번 꽃비 할머니가 소원 사탕을 뿌리셨던 듯한데, 할머니가 꿀비에게 말씀하시네요.
"오늘은 꿀비가 소원 사탕을 날려 보렴."
이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알리려는 순간, 꿀비의 사촌 호박벌이 나타나면서 꿀비가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려요. 호박벌은 꽃비 할머니께는 달맞이꽃을, 꿀비에게는 꽃가루를, 풀색노린재에게는 은행 열매를 선물로 준비했어요. 호박벌은 쿵덕쿵덕 떡방아도 잘 찧고요, 송편도 곤충 친구들이 감탄할 만큼 예쁘게 잘 빚어요. 호박벌의 밝고 환한 표정과 달리, 꿀비는 울상이에요. 떡방아는 무겁고요, 송편 모양은 쪼글쪼글이에요. 그때 사슴벌레가 큰 소리로 말하지요.
"오늘 소원 사탕 뿌리기는 호박벌이 하는 게 어때?"
다들 좋은 생각이라며 손뼉을 쳤는데요, 꿀비뿐 아니라 저도 손뼉을 칠 수가 없었어요. 소원 사탕 뿌리기는 원래 꽃비 할머니가 하시던 일이었다면서요. 그런데 곤충 친구들끼리 그렇게 정해버려도 되나요? 할머니의 허락도 없이요? 더구나 꿀약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꿀비가 소원 사탕을 만들었던 게 아닌가요? 수고한 사람 따로, 생색내는 사람 따로, 그러면 안 되잖아요. 아무리 호박벌이 인기가 많다고 해도요. 또 호박벌은 잘난 척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요.
"호박벌아, 우리 같이 소원 사탕 날리자."
결국 꽃비 할머니가 건네준 소원 사탕 바구니를 들고, 꿀비는 호박벌을 찾아 제안하지요. 둘이 함께 소원 사탕을 날리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호박벌이 왜 흔쾌히 나서기를 꺼렸는지, 곤충 친구들이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볼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보름달 가까이에서 소원 사탕을 뿌리는 예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밤하늘의 불꽃놀이 같아요. 실제로 그림 일부에 반짝거리는 효과를 입혔어요. 왠지 꿀비와 호박벌처럼, 소원 사탕을 오물거리며 소원을 빌면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그림책 끝부분에 '붕붕 꿀약방 친구들' 이름이 나와 있어요. 그림을 보면서 붉은갈고리밤나방, 꼬리박각시, 오리나무잎벌레, 홍단딱정벌레 등 낯선 곤충 이름도 친근해질 수 있겠어요. 이 그림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겠지요.
얼마전 추석 당일은 아니고 전날 보름달을 보았지요. 이 그림책을 미리 보았다면, 밤하늘과 달을 보면서 꽃비가 소원 사탕을 뿌리는 장면이 곧장 연상됐을 듯해요. 찬 바람이 불고 낙엽이 흩날리는 계절이 오면, 쓸쓸함이 먼저 들게 되는데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기분도 가라앉게 되고요. 그런데 이 그림책을 통해, 가을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봅니다. 풍성함의 계절 가을에, 음식뿐 아니라 마음도 넉넉히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아이들에게 풍성함과 나눔이 가득한 가을 풍경을 보여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