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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사랑학교 ㅣ 게리 토마스의 인생학교 7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1년 1월
평점 :
최근에 게리 토마스의 <부모학교>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몰입하고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꽤 만족스러웠다. 그로부터 얼마 안 되어, 같은 저자의 <부부사랑학교>를 다녀오게 되었다. 여러 번 딴생각에 빠지거나 먼산을 바라보게 되는 마음과 끊임없이 갈등하기도 했지만 역시 만족스러웠다. 앞선 내적 갈등은 지극히 본능적이며 이기적인 자아와 인격적, 영적으로 성숙하고 싶은 자아 사이의 부딪힘 탓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어가는 과정은, 배우자로서의 내 모습을 깊이 성찰해가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경이로운 실체"인 결혼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결혼생활을 잘 가꾸어가야 하는지 분명한 성경적 관점을 제시해준다. 또한 구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더 친밀한 연합"과 "더 깊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전체 2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평생사랑 가꾸기'(해당 장에 대한 자기점검 및 적용질문) 내용과 기도문이 첨부되어 있다.
이 책은 먼저, 결혼을 약속했거나 준비 중인 예비 부부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들이 이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실제 결혼생활에 적용한다면, 소모적인 부부싸움의 횟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실망과 기대의 반복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 책은, 결혼생활 중에 어떤 종류가 되었든 위기감을 느끼는 부부들에게 혹은 한쪽 배우자들에게 꼭 필요할 듯하다.
저자가 강조하는 '위대한 집념'은 하나님 나라의 삶을 추구하는 것, 하나님을 먼저 예배하는 것, 함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것이다. 저자는 하나님의 딸과 결혼했음을 깨달은 후 결혼관이 새롭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장인이나 시아버지시다. 그런 관점으로 배우자를 바라본다면, 잘못을 지적하는 검사가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하는 변호사 입장이 된다. 배우자의 문제를 분노와 원망과 심판의 눈으로 보지 않고 너그러운 눈으로 보게 된다. 그렇다고 저자는 배우자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 두둔하는 것과는 선을 긋는다.
"사람의 행위를 배격하면서도 그 사람 자체를 향해서는 공감을 품을 수 있다. 상대의 반응에 전혀 수긍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고통은 함께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열쇠다."(41쪽)
저자는 우리가 이 땅에서 '순례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장차 올 그날, 영원을 소망한다면 자신을 향한 배우자의 반응에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결혼생활을 자신이 배우자를 섬길 기회로 삼게 된다. 마른 우물 같은 사람에게 물을 길으려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부어주시는 성령을 구하게 된다. 머잖아 몸이 흙으로 변할 인생을 의지하기보다 천지를 다스리시는 분을 붙들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기혼자들도 '수도사'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 그래야 배우자에게 서운함 대신 감격, 원망 대신 감사를 가지게 될 터이다.
독자들마다 저자의 서술 과정에서 오래 머물게 되는 지점이 각자 다를 것이다. 부부 공동의 사명은 무엇인가. 배우자를 당연시해온 부분은 무엇인가. 배우자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들이 있는데 모질게 대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질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많이 생각해보게 된 항목들이다. '결혼생활'이라는 나무에 물 주기를 잊어버린 적은 없었던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결혼이란 심어 놓기만 하면 저절로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 우리는 설계사와 건축자의 마음가짐으로 결혼생활을 계획하고 벽돌을 한 장씩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한다."(190쪽)
저자는 이 책에서 부부간의 친밀한 연합을 향한 여정을 몇 가지로 소개한다. 그 여정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의도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의지와 행동을 하나님께 구한다면, 결코 혼자만의 힘겨운 길이 아니다. 저자는 모든 결혼이 실망의 지점에 이르고 모든 인간관계에 궁극적 만족이 없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를 "거룩한 순간이요 신성한 환멸"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결혼생활에서 인간적인 실망과 불만을 품을 때 자칫 자기연민과 후회, 원망이 솟구칠 여지가 많은데, 거기에 함몰되지 않을 방법은 실상 관점을 달리하는 것뿐이기에...
"우리는 지금 결혼생활에 '없는 부분'을 혹평하는 게 아니라 '있는 부분'을 즐거워한다."(256쪽)
"나와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받는 게 아니다(그 필요는 하나님이 이미 채워 주셨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270쪽)
'있는 부분'을 즐거워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자세. 이런 관점은 비단 결혼생활에 국한된 것만은 아닐 터이다. 그동안 나는 어떤 배우자였던가. 냉철하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아가 저자는 고린도전서 13장을 묵상하면서 "나는 배우자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가?"라고 자문해보라고 제안한다. 결혼 후에 그 성경구절은 그전과 많이 다르게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사랑은 오래 참고"의 첫 구절부터, 참 어렵구나 하고 느껴졌으니까.
저자는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와 션티 펠드한의 <행복한 결혼의 뜻밖의 비결>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주기도 한다. 두 책의 내용에서 제시한 것은 모두 능동적 요소다. 선물이고 내 쪽에서 주도하는 것이 전제다. 한마디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저자는 여기에 더해 '은밀한 섬김'을 덧붙인다. 배우자를 위해 뭔가를 하되 배우자가 눈치를 채거나 알지 못하게 하는 섬김 말이다. 이것은 주목받고 인정받으려는 욕심조차 십자가에 못 박혀 이타적 사랑으로 하늘의 상을 기대하는 행위다. 이것 자체가 즐겁고 유익하며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될 수 있다.
아직 돌이킬 기회가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을 통해, 나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을, 능동적 사랑의 미비함을, 영원을 품는 굳건한 믿음의 연약함을 돌아볼 수 있었다. 부지런히 먼저, 많이, 궁극적으로 은밀히 사랑하는 삶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