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소동 엉뚱하게 초등 저학년 이상 읽기 시리즈 2
이진아 지음, 전성순 그림 / 출판놀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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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읽을 책을 만났다. 제목과 표지 그림만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초등 저학년 이상 읽기 시리즈'라서 좋았다. 초등 고학년 이상의 책들이 모험, 판타지 등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할 수 있겠지만, 그런 책들은 해당 시기가 되어 읽으면 될 터이다. 연령대에 맞춘 독서에 딱히 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그림과 이야기,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 책은 나의 그런 마음에 딱 부합한다.

 

전체 분량도 많지 않고 글씨도 크고 그림도 많이 실려 있다.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다른데도, 글의 분위기와 그림체가 꽤 닮아 있다. 둘 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다. 크게 다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동물들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내용 흐름이 잔잔하다. 표제와 동일한 제목 '엉덩이 소동' 이야기가 그중 가장 극적 요소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제일 재미있기도 했다.

 

솔직히 '수상한 선인장'을 읽어가면서 어떤 놀라운 비밀이 공개될까 궁금했다. 점층적으로 진행되는 현상 속에서 뭔가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이 숨어 있나 기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는 다른 결말로 마무리되어 순간 '어, 이게 끝인가'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결말이 오히려 상상의 여지를 남겨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주제도 꽤 많다. 식물 키우기, 자란다는 것, 선인장이 수상한 이유 등에 대해...

 

곰을 위해 친구들이 준비해주는 '봄날의 크리스마스'는, 이팝나무를 소재 삼은 우정 이야기다. 아기 토끼를 위로해주는 숲속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메아리 엄마'에서는, 보름달이 중요한 소재다. '안녕, 별'은 제목처럼 별이 등장한다. 자연과 어우러진 동물들의 이야기라서 각 결말이 더 여운을 준다. 동물들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각각 곰, 아기 토끼, 별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참 예쁘다. 

 

이 동화책은 동물들이 서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재밌게 어울려 놀고 어떤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유아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일상에서도, 함께하는 즐거움이 많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비대면 사회와 기술진보의 세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이들의 유년 생활이 삭막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이 동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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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사랑학교 게리 토마스의 인생학교 7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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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게리 토마스의 <부모학교>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몰입하고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꽤 만족스러웠다. 그로부터 얼마 안 되어, 같은 저자의 <부부사랑학교>를 다녀오게 되었다. 여러 번 딴생각에 빠지거나 먼산을 바라보게 되는 마음과 끊임없이 갈등하기도 했지만 역시 만족스러웠다. 앞선 내적 갈등은 지극히 본능적이며 이기적인 자아와 인격적, 영적으로 성숙하고 싶은 자아 사이의 부딪힘 탓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어가는 과정은, 배우자로서의 내 모습을 깊이 성찰해가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경이로운 실체"인 결혼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결혼생활을 잘 가꾸어가야 하는지 분명한 성경적 관점을 제시해준다. 또한 구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더 친밀한 연합"과 "더 깊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전체 2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평생사랑 가꾸기'(해당 장에 대한 자기점검 및 적용질문) 내용과 기도문이 첨부되어 있다.

이 책은 먼저, 결혼을 약속했거나 준비 중인 예비 부부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들이 이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실제 결혼생활에 적용한다면, 소모적인 부부싸움의 횟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실망과 기대의 반복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 책은, 결혼생활 중에 어떤 종류가 되었든 위기감을 느끼는 부부들에게 혹은 한쪽 배우자들에게 꼭 필요할 듯하다.

저자가 강조하는 '위대한 집념'은 하나님 나라의 삶을 추구하는 것, 하나님을 먼저 예배하는 것, 함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것이다. 저자는 하나님의 딸과 결혼했음을 깨달은 후 결혼관이 새롭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장인이나 시아버지시다. 그런 관점으로 배우자를 바라본다면, 잘못을 지적하는 검사가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하는 변호사 입장이 된다. 배우자의 문제를 분노와 원망과 심판의 눈으로 보지 않고 너그러운 눈으로 보게 된다. 그렇다고 저자는 배우자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 두둔하는 것과는 선을 긋는다.

"사람의 행위를 배격하면서도 그 사람 자체를 향해서는 공감을 품을 수 있다. 상대의 반응에 전혀 수긍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고통은 함께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열쇠다."(41쪽)

저자는 우리가 이 땅에서 '순례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장차 올 그날, 영원을 소망한다면 자신을 향한 배우자의 반응에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결혼생활을 자신이 배우자를 섬길 기회로 삼게 된다. 마른 우물 같은 사람에게 물을 길으려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부어주시는 성령을 구하게 된다. 머잖아 몸이 흙으로 변할 인생을 의지하기보다 천지를 다스리시는 분을 붙들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기혼자들도 '수도사'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 그래야 배우자에게 서운함 대신 감격, 원망 대신 감사를 가지게 될 터이다.

독자들마다 저자의 서술 과정에서 오래 머물게 되는 지점이 각자 다를 것이다. 부부 공동의 사명은 무엇인가. 배우자를 당연시해온 부분은 무엇인가. 배우자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들이 있는데 모질게 대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질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많이 생각해보게 된 항목들이다. '결혼생활'이라는 나무에 물 주기를 잊어버린 적은 없었던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결혼이란 심어 놓기만 하면 저절로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 우리는 설계사와 건축자의 마음가짐으로 결혼생활을 계획하고 벽돌을 한 장씩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한다."(190쪽)

저자는 이 책에서 부부간의 친밀한 연합을 향한 여정을 몇 가지로 소개한다. 그 여정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의도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의지와 행동을 하나님께 구한다면, 결코 혼자만의 힘겨운 길이 아니다. 저자는 모든 결혼이 실망의 지점에 이르고 모든 인간관계에 궁극적 만족이 없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를 "거룩한 순간이요 신성한 환멸"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결혼생활에서 인간적인 실망과 불만을 품을 때 자칫 자기연민과 후회, 원망이 솟구칠 여지가 많은데, 거기에 함몰되지 않을 방법은 실상 관점을 달리하는 것뿐이기에...

"우리는 지금 결혼생활에 '없는 부분'을 혹평하는 게 아니라 '있는 부분'을 즐거워한다."(256쪽)

"나와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받는 게 아니다(그 필요는 하나님이 이미 채워 주셨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270쪽)

'있는 부분'을 즐거워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자세. 이런 관점은 비단 결혼생활에 국한된 것만은 아닐 터이다. 그동안 나는 어떤 배우자였던가. 냉철하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아가 저자는 고린도전서 13장을 묵상하면서 "나는 배우자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가?"라고 자문해보라고 제안한다. 결혼 후에 그 성경구절은 그전과 많이 다르게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사랑은 오래 참고"의 첫 구절부터, 참 어렵구나 하고 느껴졌으니까.

저자는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와 션티 펠드한의 <행복한 결혼의 뜻밖의 비결>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주기도 한다. 두 책의 내용에서 제시한 것은 모두 능동적 요소다. 선물이고 내 쪽에서 주도하는 것이 전제다. 한마디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저자는 여기에 더해 '은밀한 섬김'을 덧붙인다. 배우자를 위해 뭔가를 하되 배우자가 눈치를 채거나 알지 못하게 하는 섬김 말이다. 이것은 주목받고 인정받으려는 욕심조차 십자가에 못 박혀 이타적 사랑으로 하늘의 상을 기대하는 행위다. 이것 자체가 즐겁고 유익하며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될 수 있다.

아직 돌이킬 기회가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을 통해, 나의 부족함과 어리석음을, 능동적 사랑의 미비함을, 영원을 품는 굳건한 믿음의 연약함을 돌아볼 수 있었다. 부지런히 먼저, 많이, 궁극적으로 은밀히 사랑하는 삶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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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줄게요 - 늘 괜찮다는 당신에게
박지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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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과 표지를 보자마자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도 그랬다. "안아줄게"라는 반말이 아니어서 좋다. 언젠가 나보다 연장자인 분들에게 위로를 담은 책을 건네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반말 제목은 좀 그럴 것 같았고, 사실 적당한 책도 찾지 못했다. 이 책은 내용 속에 어르신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내용을 담은 듯하다. 드디어 선물용 위로책을 만났다.

 

솔직히 내용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커다란 곰이 안아주는 모습이 그냥 좋아 보였고, 그 그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한 페이지씩 읽어갈수록 내용이 너무 좋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순간 멈칫, 마음도 쉼표,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글에 따라 내가 곰이 되어 누군가를 안아주기도 하고, 내가 글 속의 주인공이 되어 곰에게 안겨 있기도 했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독자인 내게도 전해져 오는 듯하다.

 

작가의 시선은 따뜻할 뿐 아니라 굉장히 폭넓다. 커다란 곰은 여러 직업군의 사람들, 고단한 하루를 보낸 수많은 '나'를 포근하게 안아준다. 각자의 서사를 가진 돌멩이와 도시의 생존자인 민들레도 감싸준다. 사실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를 안아준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알아주는 일"이 될 테니까. 

 

작가는 포옹하고 포용하되 날카로운 문제의식도 담고 있다. 거리로 내쫓긴 강아지, 잊지 말자는 다짐을 주는 '평화의 소녀상', 사냥꾼의 표적이 되는 북극곰, 실험실에 있다가 안락사되는 토끼, 지구온난화로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펭귄, 로드킬로 희생되는 야생동물, 영혼을 살해당하는 아이들,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생수병까지, 우리가 잊고 사는 진실을 보도록 이끌어준다. '흔하디흔한 여행기'의 몇 구절을 소개해본다.

 

나 생수병./ 당신과 헤어진 후/ 나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나요? (중략)

내 여행의 종착지, 당신의 식탁에 도착했어요.

우리, 오랜만이네요.(124-125쪽)

 

폐기물 스티커가 붙은 서랍장, 공중전화부스 속 전화기, 12월 26일이 되면 방치되는 크리스마스 트리, 버려지는 곰인형, 1993년 캐릭터 '꿈돌이', 한때 인기상품이었던 과자, 고물이 되어버린 자전거 등 작가가 머무는 대상에는 추억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 대상들을 통해, 지나간 꿈에 잠겼다가 앞으로의 꿈을 펼쳐보자는 의미일까.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구절(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이 떠오른 '한 번이라도'의 경우, 그림은 좌변기를 끌어안은 곰의 뒷모습이다. 얼핏 보면 엉뚱하고 우습게 느껴지는 그림이, 다음 글과 어우러진다.

 

묻고 싶다

 

당신은 한 번이라도

세상 어디에도 꺼내놓지 못한

저마다의 바닥을

헤아려보려 애쓴 적이 있던가?(185쪽)

 

이 책에서 여러 사람들과 사물들을 만난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대상을 본다. 어쩌면 최고의 위로는, 내 문제 속에 침잠할 때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돌아보며 함께할 때 발견되는 게 아닐까. 나를 안아줄 누군가를 찾기보다 내가 안아줄 누군가를 떠올려보게 되는 책, 행운의 네 잎 클로버가 아니라 행복의 세 잎 클로버가 떠오르는 그림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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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아빠 오늘도 근무 중 - 불은 잘 못 끄지만 전화는 잘 받는 아빠와 세 아들 이야기
김종하 지음 / 호밀밭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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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 중 "불은 잘 못 끄지만 전화는 잘 받는"이라는 표현을 보고, 처음에는 '불을 잘 못 끄는 소방관이면 안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표지 그림에서도 짐작이 되고, 책 소개에도 저자가 최근 3년간 본부 상황실에서 119 신고 전화를 받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나와 있었다. 소방관의 업무도 여러 분야일 텐데, 딱 한 가지 이미지만 떠올렸던 듯하다. 그만큼 나와 다른 직업군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같다. 그런 사람들이 가족이나 지인 중에 있다면 그나마 이해의 폭을 넓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고정된 이미지나 편견으로 해당 직업군을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잘 모르는 직업군에 대한 궁금증으로, 40대 소방관의 일과 가정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 책을 펼쳤다.

 

저자는 15년차 소방관이자 맞벌이 부부로, 아내, 세 아들과 살고 있다.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아이 교장 선생님과의 상담, 녹색 어머니회(현재는 녹색 부모회로 바뀌었음) 참석, 학교 공개수업이나 방과 후 활동수업 참여 등은 주로 아빠인 저자의 몫이다. 아이들 유치원이나 학교 행사에 항상 엄마들이 따라다니는 분위기는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 중 누구라도, 조부모 등 다른 양육자라도 다같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 아니면 가족이 참여를 할 수 없다고 해도 아이가 괜히 주눅들거나 외로워할 필요가 없는 문화가 조성되면 안 될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어떤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소방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책 속에서 여러 번, 다른 직업으로 바꿀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현장, 예방, 대응 부서에서 일해왔고 지금도 성실히 일하는 중이다. 어느 직업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처음부터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채 매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저자처럼 하루하루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어느 순간 15년차에 이르고 선배와 후배 사이를 이어주는 중간 간부급이 되고, 그에 따라 이전과 다른 무게의 낯설음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식이 아니겠는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저자의 아버지가 생전에 소방관이셨음이 드러난다.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저자가 이 직업군을 선택한 배경에 아버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저자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아버지를 이어 후원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보면 아버님이 굉장히 중요한 유산을 저자에게 물려주셨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왠지 아버님처럼 저자 역시 세 아들에게 닮고 싶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살고 있지 않을까. 저자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조금 깊이 풀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물론 마흔을 맞는 심정 등 여러 소회를 드문드문 내보이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아쉬웠다.

 

저자는 2018년 인문학 공부를 하고 글을 쓰면서 직업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불평, 불만이 사라지고 전화 응대도 더 전문적으로 해내는 모습으로. 그래서일까. 이 책 전반에 걸쳐 명언, 시 구절, 다른 책들의 인용 등이 섞여 있다. 신고 전화를 받는 업무 중의 일화, 서로 다른 성향의 아내와 맞춰가는 모습, 세 아이들과의 에피소드가 일기식 구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일상 이야기는 잔잔히 읽어갈 수 있지만, 이 책에 나온 '119신고시 팁'은 꼭 알아둘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고속도로에서 신고할 때, 문자로 신고하는 방법, 전봇대 번호나 엘리베이터 번호 알려주기, 청각장애우의 신고 방법 등을 확인해볼 수 있다.

 

나이 들수록 점점 세상의 폭이 줄어든다고 한다. 자기 기준에 비추어 다른 세상의 사람과 소통하는 일도 점차 줄어들게 되고, 코로나 같은 상황에 처하면 더욱 그렇다. 다른 직업군, 다른 성별, 그리고 다른 환경의 사람들 이야기에 잠깐 동안이나마 귀기울여보는 시간은, 결국 내게 주어진 삶을 돌아보고 더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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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쭌TV, 가짜 뉴스를 조심해! 스콜라 꼬마지식인 29
윤선아 지음, 국민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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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정보가 넘쳐흐르는 시대, 우리는 어느 순간 수많은 정보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지 혼란스럽다. 과연 사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하기도 힘들다. 정보 자체보다 우리의 판단과 선택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사회는 더 그럴 것이고, 그런 점에서 어릴 때부터 정보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지는 일은 필수다. 그런 점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책들은 꼭 필요하다.

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가짜 뉴스에 대해 알려준다. 적당한 크기의 판형, 양장본, 페이지마다 수록된 그림, 알아둘 개념 박스 등 구성이 꽤 알차다. 부록으로, 우리 주변의 매체, 1인 방송 구상, 가짜 뉴스 구별 방법 등이 나와 있다. 어른들이 내용을 읽어준다면 영유아들도 이 책의 그림을 넘겨보며 흥미롭게 볼 수 있겠다. 조금 아쉬운 점은 스토리다.

줄거리가 좀 더 명확하고 흥미로웠으면 좋았겠다. 준희가 1인 크리에이터 유미를 부러워하며 자기도 동영상 채널을 만드는 이야기인데, 그 중간중간 나오는 내용들이 좀 산만한 느낌이 든다. 여러 개념들을 많이 소개해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오히려 이야기 흐름이 그 개념들을 설명하기 위해 진행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유미의 자작극과 가짜 뉴스의 경우, 자작극을 벌인 것에 대한 잘못은 언급도 되지 않고 가짜 뉴스의 피해자가 된 모습만 부각되고 있다.

위즈덤하우스의 스콜라 꼬마지식인 시리즈는 저학년 지식 정보책이다. 그림과 함께 교과서에 나오는 주제들을 만날 수 있는 구성이 좋다. 어른들이 읽어주거나 책 속에 나오는 개념들을 더 자세히 풀이해줄 수 있겠다. 이번 책의 경우, 가짜 뉴스를 주제로 1인 크리에이터가 되는 법, 그 과정에서 조심할 사항들이 잘 나와 있다. 이 책을 기본으로 다양한 매체 종류, 비판적으로 보기,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방법 등을 아이 눈높이에 맞게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뉴스 출처가 분명해도 가짜 뉴스일 수 있다는 현실까지 알려준다면, 아이들이 혼란스럽기는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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