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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 평가로 깊어지는 수업 - AI 시대, 학생 주도성을 살리는 질문 중심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의 모든 것
이은총.장은선 지음 / 푸른칠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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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교육부 선도학교인 ‘질문하는 학교’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질문탐구 수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질문탐구 수업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질문이 탐구로 이어지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먼저 질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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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등학생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자, 질문해 봅시다.”라고 한다고 해서 좋은 질문이 쏟아질 리 없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실험 수행평가에 ‘질문’을 넣는 일이었다. 실험을 수행하면서 생긴 궁금증을 한 가지 이상 작성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질문의 수준이나 질을 평가하지 않았다. 질문을 작성하기만 하면 점수를 주었다. 그랬더니 거의 모든 학생이 질문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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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질문을 하나씩 살펴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기도 했고, 실험을 조금만 확장하면 새로운 탐구로 이어질 수 있는 질문도 있었다. 반대로 학생이 어떤 오개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질문도 있었다. 질문은 단순히 학생의 궁금증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어디까지 사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평가 자료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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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행평가 이후에도 실험을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작성하게 했다. 그러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결과 확인에 머물던 질문들이 점차 변인을 바꾸거나 원인을 추론하고, 새로운 실험 가능성을 생각하는 질문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질문의 질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이 보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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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만들어졌는데, 이 질문을 어떻게 실제 탐구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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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개인적인 고민을 가지고 이은총·장은선의 『질문과 평가로 깊어지는 수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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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부분에는 ‘학생 주도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학생 주도성’이라는 말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처음 들으면 너무나 좋은 말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실제 교실에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 수업을 주도하면 좋은 수업인가? 그렇다면 교사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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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접한 ‘교사 주도성’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학생의 주도성을 강조하기에 앞서 나는 과연 내 수업을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시키려는 ‘교사 주도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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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에 대한 부분에서도 비슷한 의문이 들었다. 메타인지의 중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실제 교실에서 자신의 학습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조절할 수 있을 정도의 학습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자칫 ‘학생 주도성’이나 ‘메타인지’ 같은 말들이 교실의 현실과 동떨어진 좋은 말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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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책에서 만난 다음 문장은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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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전문성 역시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완성되어 고정되는 무엇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해 가는 여정이다.”(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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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는 크게 공감했다. 좋은 수업의 정답을 찾는 것보다 지금의 수업에 안주하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계속 시도해 보는 것이 교사의 전문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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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깊이 있는 학습’에 대한 설명도 수업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깊이 있는 학습은 단순히 더 많은 지식을 배우거나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사전 지식 및 경험과 연결하여 온전한 자기 지식으로 만들어 가는 학습이다.(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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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서는 결국 두 가지 질문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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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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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개념적 이해’이다. 개념적 이해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념 간의 관계와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새로운 상황에 일반화하고 전이할 수 있는 수준의 이해를 의미한다.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일수록 모든 정보를 기억하는 것보다 정보를 연결하고 구조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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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도 개념적 이해가 여전히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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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은 종종 “이런 것도 배워야 해요? AI한테 물어보면 다 나오는데요.”라고 말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AI 시대이기 때문에 개념적 이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AI가 만들어 내는 사고의 획일성, 사고를 외부에 맡겼을 때 발생하는 인지적 공백, 그리고 실제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면서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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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이 부분을 읽으며 깊이 있는 학습과 AI 시대의 교육을 연결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AI가 답을 빠르게 제공할수록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암기하는 능력이 아니라 AI가 제시한 답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자신의 기존 지식과 연결하여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결국 ‘깊이 있는 학습 → 개념적 이해 → 전이 → AI 시대에 필요한 학습’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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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에는 ‘질문하는 학교’의 확산을 위한 공개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요즘 가장 큰 고민 역시 수업의 흐름이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라고 요구하는 수업이 아니라, 수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이 탐구로 이어지는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수업 설계 부분을 특히 꼼꼼하게 읽으며 실제 수업에 적용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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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책 한 권을 읽었다고 갑자기 대단한 수업이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번의 공개수업으로 ‘질문탐구 수업’을 완성할 수도 없다. 다만 수행평가에 질문 한 줄을 추가했던 작은 시도가 학생들의 질문을 조금씩 변화시켰던 것처럼, 지금의 또 다른 시도가 내 수업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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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은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질문, 탐구, 평가, 개념적 이해가 어떻게 연결되어 깊이 있는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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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최근의 교육 담론도 떠올랐다. 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그 많은 답안을 누가 채점하느냐”는 질문이 나오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너무 쉽게 “AI가 채점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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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는 단순히 학생의 답안에 점수를 부여하는 행위가 아니다. 학생이 무엇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학생의 사고를 드러내며, 다시 질문하고 배우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AI가 채점할 수 있는가를 논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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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평가하려는가? 그리고 그 평가를 통해 학생에게 무엇을 배우게 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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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 평가로 깊어지는 수업』을 읽으며 결국 다시 나의 수업으로 돌아왔다.

질문하게 하고, 질문을 들여다보고, 그 질문이 다시 탐구로 이어지게 하는 수업.

아직은 그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학생들의 질문은 처음부터 깊지 않아도 된다. 질문할 수 있는 교실을 먼저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질문을 교사가 놓치지 않는 것. 어쩌면 깊이 있는 수업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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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교육교사모임 서평이벤트아 참여하여 도서를 증정 받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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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의 산책 - 별로 떠난 떠돌이 개
알무데나 파노 지음,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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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우주견 라이카는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비행한 최초의 동물이다. 나 역시 그 정도의 사실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을 읽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라이카가 애초부터 돌아올 수 없는 우주선에 실렸다는 사실이었다.


모스크바의 떠돌이 개였던 라이카는 귀환 기술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우주 경쟁의 한가운데로 내몰렸다. 결국 로켓의 단열재가 떨어져 나가며 우주선 내부 온도가 41도까지 치솟았고,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 속에서 발사 후 불과 5~7시간 만에 생을 마감했다. 인류 최초의 우주견이라는 영광 뒤에는 이렇게 잔인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마리 개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한 줄을 남기기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냉전이라는 시대적 경쟁 속에서 라이카는 과학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되었고, 그 선택은 오랫동안 정당화되었다.


책을 덮으며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인공지능 시대가 떠올랐다. 기술은 언제나 발전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까.


예를 들어 AI 데이터센터는 서버의 과열을 막기 위해 막대한 양의 냉각수를 사용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로 인해 지역 수자원 부족과 주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기술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비용' 정도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100년 뒤 우리의 후손들은 이 시대를 어떻게 평가할까. 냉전 시대 사람들이 라이카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처럼, 우리 역시 미래 세대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곱 살 아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는 "왜 다시 돌아오지도 못하는 우주선에 강아지를 보냈어?"라고 물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아직 냉전이라는 시대를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순수한 질문이 가장 본질적인 질문인지도 모른다. 시대와 이념, 국가 간 경쟁을 모두 걷어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한 생명을 희생시킨 인간의 선택뿐이기 때문이다.


『라이카의 산책』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른들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나 그 발전이 무엇을 희생시키고 있는지 끊임없이 돌아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라이카'를 만들면서도 그것을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책을 증정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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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의 교사, 다시 교실 문을 열다 -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의 시대, 교육을 살리는 회복과 연대의 기록
실천교육교사모임 지음 / 푸른칠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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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교사들이 아동학대 신고를 경험했고, 이제는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는 일이 더 이상 뉴스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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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법은 특별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지, 평범한 교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아동학대 관련 법을 마주하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교사일수록 법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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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대부분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다. 아동학대처벌법 역시 가정 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피해 아동을 신속히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목적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 법은 때때로 본래의 취지와 다른 모습으로 작동한다. 학생의 주관적인 감정이 곧바로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많은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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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행되는 '학생맞춤통합지원(학맞통)'도 비슷한 고민을 안겨준다. 기초학력 부진, 경제적 어려움, 심리·정서적 위기를 겪는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여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정책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또 하나의 행정업무(폭탄)가 추가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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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예산은 지원되지만 정작 학생을 직접 지원할 전문 인력은 부족하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전교생이 700명 정도인데 사회복지사가 없다. 내가 지금까지 근무했던 학교 역시 모두 마찬가지였다. 결국 일반 교사가 복지 업무와 학맞통 업무까지 떠맡게 되고, 학생을 만나는 시간보다 각종 서류를 작성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사람 없이 운영되는 정책은 결국 '페이퍼 워크'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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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낀 것은 법의 무서움이었다. 법은 한번 제정되면 바꾸기 어렵고, 시간이 흐르면서 본래의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이 제한된 우리나라에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수많은 교사들이 같은 문제를 이야기해도 제도가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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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책 속 사례들이 인상 깊었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들의 상당수는 교육활동을 매우 원칙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생활지도의 모든 절차를 지키고, 기록을 남기고, 학부모와 소통했음에도 신고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대부분은 '혐의없음'으로 끝났지만, 수개월 동안 조사받으며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은 혐의없음이라는 결과만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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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자신이 더 걱정되었다. 평소 교실에서 학생들과 농담도 많이 하고 즉흥적으로 말하는 편이다. 학생들과 관계가 좋을 때는 유쾌한 유머가 되지만,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다면 나 역시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는 것만큼 자신의 말 한마디까지 끊임없이 검열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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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아동학대 혐의를 소명하는 과정이었다. 경찰 조사만 받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학교에는 사건 경위서를 제출해야 하고, 학생인권센터의 민원에도 답해야 하며, 교육청에는 교육활동 확인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한 번의 신고만으로도 여러 기관을 상대로 반복해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교사를 얼마나 쉽게 의심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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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학교에도 부적절한 교사가 존재한다. 그래서 학생을 보호하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바라보는 시스템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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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체벌 부활 논의가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체벌을 원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도 체벌을 교육적으로 효과적이라고 믿는 교사는 없다. 특히 젊은 교사들은 학생 시절부터 체벌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인 만큼 체벌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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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체벌을 해도 되는 세상이 오더라도 체벌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사랑스러워서만이 아니라, 체벌이 학생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 또한 체벌을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 결국 체벌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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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문제는 결코 하나의 법만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아동학대 관련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학교가 악의적인 민원에 대해 무한정 대응하지 않아도 되는 장치도 필요하다. 반복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에게는 일정한 책임을 묻는 제도 역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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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시사일황 정영진 씨는 악성 민원인의 자녀를 강제전학시킬 권한이 학교에 있다면 상당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이 있다.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학교가 일방적으로 모든 부담을 떠안는 구조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결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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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학교가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하는 민원도 존재하며, 실제로 대부분의 학부모는 교사를 존중하고 학교의 교육을 신뢰한다. 결국 문제는 극소수의 악성 민원인이다. 학생의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동학대를 주장하거나, 학교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앞으로 교육 현장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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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교사들의 억울한 사례를 모아 놓은 책이 아니었다. 학생 보호와 교권 보호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지, 그리고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학생을 통제할 권한이 아니라, 정당한 교육활동을 안심하고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신뢰와 보호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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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사례를 전해준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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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력을 키워주는 예쁜 말 고운 동시 따라 쓰기
초등글쓰기연구소 엮음, 서다정 그림 / 빅퀘스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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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말 고운동시 따라쓰기 책을 읽으며 ‘문해력’이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요즘 ‘금일’, ‘중식’ 같은 단어를 두고 문해력 논란이 생기지만, 사실 이는 문해력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유머 소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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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나민애 교수의 말처럼, 진짜 문제는 ‘긴 글을 읽지 않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사로서 느끼는 점도 같다. 학생들은 안내문에서 중요한 내용을 크게 쓰거나 강조해도 끝까지 읽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이해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반 전체를 대상으로 안내하면 아무도 듣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름을 불러 일대일로 이야기하면 그제야 ‘내 일’로 받아들인다. 결국 문제는 문해력 이전에 ‘읽고, 듣고,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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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성인 중 1년에 책 한 권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학생들 역시 문제집과 교과서를 제외하면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경험이 거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생활기록부에 넣기 위해 제출된 독서감상문 속 책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ChatGPT에 요청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제출하고, 교사는 이제 ‘읽었는지’가 아니라 ‘책이 실제로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쯤 되면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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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이면서 7살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결국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 답은 단순하다. 책을 읽는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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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난 ‘동시’는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짧아서 부담이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다. 아이와 함께 넘기며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읽고, 모르는 단어를 이야기하고, 따라 쓰기까지 이어갈 수 있다.

한 권의 책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글에는 이렇게 어여쁜 말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된다.

아이에게는 동시를 읽어주며, 나는 올해 시집 한 권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을 막 배우기 시작한 어린이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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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교육교사모임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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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는 건 뭘까? ㅣ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미세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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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늘 하는 말이 있다. 세상에는 다 좋은 것도 없고 다 나쁜 것도 없다고. 그런데 정작 나는 호불호가 강한 성격이라는 핑계를 대며 싫은 것이 많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질문들이 떠올랐다.


‘싫다는 건 무엇일까?’

‘싫은 것이 많으면 나쁜 걸까?’

‘싫은 것을 일일이 말해야 하는 걸까?’

‘다른 사람이 싫다고 말하는 것을 누가 듣고 싶어 할까?’

‘혹시 내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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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마음속에서 느끼는 ‘싫다’와 입 밖으로 꺼내는 ‘싫다’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는 것 같다. 말을 하는 순간 그 감정이 더 또렷해지고, 어쩌면 나는 그것을 계속 싫어하는 사람으로 남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좋으면서도 싫고, 싫으면서도 좋은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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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변의 미혼 남녀들에게 종종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말한다. 연애란 단순히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좋음’과 ‘싫음’은 결국 나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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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읽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그 안에는 생각할 거리와 질문이 참 많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 만약 이 책을 7살 유치원 형님반 아이에게 읽어준다면 어떤 질문을 할까 궁금해진다. 아이의 질문을 듣다 보면 어쩌면 ‘싫다는 것’의 의미를 어른보다 더 솔직하게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짧지만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이었다.


덧, 밑줄긋기 문장을 쓰려고 책을 다시 보니 페이지가 안 적혀 있다 무슨 의도일지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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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교육교사모임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책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싫다는 건 나를 알아 가는 열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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