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의 산책 - 별로 떠난 떠돌이 개
알무데나 파노 지음,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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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우주견 라이카는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비행한 최초의 동물이다. 나 역시 그 정도의 사실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을 읽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라이카가 애초부터 돌아올 수 없는 우주선에 실렸다는 사실이었다.


모스크바의 떠돌이 개였던 라이카는 귀환 기술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우주 경쟁의 한가운데로 내몰렸다. 결국 로켓의 단열재가 떨어져 나가며 우주선 내부 온도가 41도까지 치솟았고,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 속에서 발사 후 불과 5~7시간 만에 생을 마감했다. 인류 최초의 우주견이라는 영광 뒤에는 이렇게 잔인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마리 개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한 줄을 남기기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냉전이라는 시대적 경쟁 속에서 라이카는 과학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되었고, 그 선택은 오랫동안 정당화되었다.


책을 덮으며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인공지능 시대가 떠올랐다. 기술은 언제나 발전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까.


예를 들어 AI 데이터센터는 서버의 과열을 막기 위해 막대한 양의 냉각수를 사용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로 인해 지역 수자원 부족과 주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기술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비용' 정도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100년 뒤 우리의 후손들은 이 시대를 어떻게 평가할까. 냉전 시대 사람들이 라이카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처럼, 우리 역시 미래 세대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곱 살 아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는 "왜 다시 돌아오지도 못하는 우주선에 강아지를 보냈어?"라고 물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아직 냉전이라는 시대를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순수한 질문이 가장 본질적인 질문인지도 모른다. 시대와 이념, 국가 간 경쟁을 모두 걷어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한 생명을 희생시킨 인간의 선택뿐이기 때문이다.


『라이카의 산책』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른들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나 그 발전이 무엇을 희생시키고 있는지 끊임없이 돌아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라이카'를 만들면서도 그것을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책을 증정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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