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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과 개
공은주 지음 / 청어람 / 2015년 4월
평점 :
예전엔 신간이 나오면 닥치는대로 읽었었는데 요즘엔 무기력해져서 그런지 책을 고르는데 까다로워졌네요. 이 책도 처음 나왔을 적에 제목이
로설과 맞지 않은 듯 해서 쳐다보지도 않은 부류로 분류했는데 어느 님이 말한 '정말 잘 쓴 복수물' 이라고 해서 어제 퇴근 길에 집어왔어요.
저녁 일정 소화 한 후 10시 즘 읽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멈추질 못하겠어서 새벽 2시까지 다 읽었어요. 뭐 하나 부족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다 읽고 난 후에도 잘 읽었다 싶은 책이예요. 처음 장면은 두 사람이 본인의 가정 안에서 자기가 얼마나 불우한지를 각자 보여주는데 그 안에서
삐뚤어지지 않고 올바른 정신으로 살아가는게 대단하게 보여지더라고요. 부모가 되어서 자식을 학대와 방치하고 아직은 어리니까 참고 견디고 때를
기다리는 와신상담 하는 모습에서 짠하고, 고작 닭다리 뿐인 작은 호의에도 찡한 감동을 느끼는 여주의 애정 결핍적인 모습도, 악어 눈물로 불리함을
피하려 하는 조연의 가증스러움도 잘 살리셨더라고요. 서로가 불우하기 때문에 서로의 편이 되어 정신적 의지처가 되는 두 어린 연인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잠시만의 이별을 택하는 현명함도 보여주고요. 그 후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빨라요. 복수하는 꿈까지 꿀 정도로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진
자경이 깔끔하고 시원하게 복수하는 과정도 즐겁게 봤고 십여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의 재회가 어색하지 않은 것은 헤어져 있음에도 오직 서로를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돌아갈 발판을 담금질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두 사람의 감정씬은 아주 깨끗해요. 정말 이 사람만 위하는 마음엔 조금의
때가 없어요. 의심도, 밀당도 없고 120% 온전히 다 보여주는 감정이라서 둘이지만 하나인 아름다운 결합이었지요. 또한 승서의
살벌(?)한 고백도 좋았고요.
"이자경 나 버리면 삼대가 빌어먹게 해줄거야. 삼대가 뭐야. 대대손손 거지꼴 못 면하게 해줄 테니까 다른 사람 따윈 쳐다볼 생각따윈
하지마. 끝까지 나만 책임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