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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저와 춤추시겠습니까 세트 - 전2권 ㅣ 블랙 라벨 클럽 18
서휘지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예전에 봤던 고전 영화가 생각나더라고요.
명작 영화였는데 배경이 70년대풍 잘 사는(?) 집안이라 표지와 같은 고풍스런 계단이 있어서
내려오는 여자를 아래에서 남자가 우아하게 기다리는 장면이었거든요.
그렇게 여자가 계단을 다 내려와 손을 잡으면서 서로를 바라봤던 장면이었지요.
잊고 있었는데 표지를 본 순간 그 장면이 팍 하고 떠오르더라고요...참 예뻣던 장면이었는데...
책 띠지에 '전쟁 포로가 된 왕녀와 적국의 폭군이 자아내는 희대의 로맨스'라고 써 있어서 궁금했어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열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진도가 안나가더라고요.
무채색 마냥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안나서 읽는데 고역스러웠지요.
고역스럽다 보니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 이상해보이더라고요.
입 밖으로 내보니 혀가 꼬일것 같은 그 나라의 인사말도 그렇고..
각 사람의 이름 또한 책의 한 부분인데도 이름들이 다 하나같이 부르기 어렵고 예쁘지가 않네요.
르아브르가 폭군이라 하지만 너무도 신사다운 왕으로 나오고
전쟁포로 치고는 대우를 잘 받는 여주이고 언제 진도가 나갈까 하고 인내하며 보게 된 1권이었지요.
에슈티가 춤추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을 봤는데 보면서 그 장면을 상상해 보려해도
어떤 춤을 추는건지 춤에 대해서 아는게 하나도 없다보니 상상이 전혀 안되네요..
르아브르가 반했다는 춤이 어떤건지 궁금했는데...
그러다보니 떠오른게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였어요..
걍 '그 가녀린 팔로 자신을 감싼' 부분에서 그 프리스케이팅이 생각났지요.
세헤라자데와 죽음의 무도를 검색해서 보고 난 후 다시 묘사부분을 읽으니 조금 아름다워 보이더라고요.
거의 간신히 1권을 마칠 무렵 나온 플로카와 헤티론 그리고 델피누스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전 그 이야기들이 더 몰입 되더라고요.
어떻게 집시였던 플로카가 후궁이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읽어보니 델피누스가 오히려 폭군이었네요.
플로카와 헤티론도 가엽고 델피누스의 그 집착의 결과로 여러 사람이 다치는 부분들이 안타깝고..
델피누스도 나름 그이의 방식대로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일방적이어서 플로카와 헤티론에겐 폭력이었을뿐인데..
2권에선 1권 보다는 진도가 좀 나갔지요.
르아브르와 에슈티에겐 각자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죠.
부모의 '사랑'이 그렇게 아름답지가 않았으니깐요.
그걸 보고 자란 두 사람이 정상적인 사랑을 할 수있을까 싶었는데
자신의 감정에 먼저 용기를 낸 르아브르의 끊임없는 애정에
서서히 속박에서 깨어나는 에슈티의 내면을 잘 묘사했더라고요.
그런데 그 후의 이야기가 달달하기 보다는 오글거려요.
처음 사랑에 빠진 커플들이라 그렇지만 대사들도 그렇고 대사 사이사이에 설명이 넘 길어서 살짝 지루하기도 하고요.
대사만 골라서 읽는 부분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긴장감이 없더라고요.
주변 인물들이 하나같이 약해보이고..결혼을 선포했을 때 뭔가 일이 생길 줄 알았어요.
반역을 도운 주변 가주들의 욕심이나 자식들을 눈 앞에서 잃은 전 왕비나 후궁들이 너무 조용해서 심심하더라고요.
뭔 사고를 칠 줄 알았는데..합죽이 마냥 가만 있고..
물에 물 탄듯 술에 술탄듯한 밍밍한 스토리라서 오히려 짧게 짧게 나오는 주변 인물들 에피소드가 더 재미있을 정도였지요.
살짝 아쉬운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