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 스티커 - 제1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9
황보나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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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 스티커>

: 황보나 / 출판: 문학동네

 

우리 엄마 무당이야. 작업복 입은 거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네임 스티커 p111

 

나는 이 부분에서 깔깔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찜찜하게 품고 있던 나의 깊은 편견을 이토록 명쾌하게 틀렸다고 말하다니 속이 시원했다.

그동안 나와 다른 것에 얼마나 많은 잣대를 들이댔을까? 고작 그 잣대라는 것도 내가 가진 하찮은 경험치일 뿐이면서 말이다.

아무렇지 않게 단정했던 수많은 삶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무례했는지 나는 작가의 담담한 말투와 절제된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네임 스티커는 제14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황보나 작가는 첫 소설로 단박에 청소년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작가가 차곡차곡 쌓아온 엄청난 내공으로 써나갈 앞으로의 작품이 궁금해진다.

 

윤성희 소설가의 이 작가의 문장 뒤에는 많은 것이 감추어져 있다. 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쓰지 않은 것. 그것을 통해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자세다.’라는 평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마주할 수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은서네는 재혼가정이다. 새엄마는 늘 친절하고 어른들은 은서의 마음이 다칠까 애쓴다. 하지만 어쩐지 은서는 이 관계가 편치않다.

 

민구는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민구의 할머니는 무당이었고, 이제 민구의 엄마가 무당이다. 민구와 할머니를 매일 찾아와 돌보는 유일한 어른인 명두 삼촌은 여장을 즐긴다.

 

은서는 그런 명두 삼촌이 어쩐지 마음에 든다. 그건 아마도 타인의 다름에 관대하지만 나의 다름을 수용하지 못하고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는 모습이 닮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민구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것은 바로 네임 스티커에 이름을 써서 화분에 붙이고 무언가를 빌면 이루어지는 괴이한 능력이다. 이 능력이 괴이한 이유는 바로 대상의 행운이 아닌 불행을 빌때만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은서와 민구는 네임 스티커의 비밀을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네임 스티커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를 통해 은서는 타인 및 스스로의 다름을 수용하는 자세를 배우고 마음이 힘을 깨달으며 성장해 간다.

 

<다르다는 것>

 

너 명두 삼촌이랑 이야기해 봤어

말도 안 나눠 봤으면서 이상한 사람인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네임 스티커 p129

 

은서가 타인의 다름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독자 역시 이야기 속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네임 스티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상한 면들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들의 이상한 면들을 설명하거나 변명하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할 뿐이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그것이 정말 이상한 것이 맞는지 조용히 곱씹어 볼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다르다는 것에 유난히 주관적인 기준을 들이댄다. 나와 다른 것은 불편하고 그 불편은 결국 상대를 이상하다 단정 짓게 한다. 다른 것은 낯설다. 낯선 것은 모두 이상한 것일까? 낯설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는 뜻일 뿐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다. 낯선 것들은 그렇게 서로를 곁에 두고 어울리며 익숙해지는 것이다. 낯선 것은 이렇듯 익숙해지기 전을 의미하는 것뿐이다. 결국 나와 다르다는 것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의 또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네임 스티커의 힘>

 

네임 스티커가 정말 괴이한 능력을 발휘했던 걸까?

그것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민구는 네임 스티커에 이름을 적고 불행을 빌었다. 왜 그랬는지 묻는 은서에게 민구는 말한다.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거야

무슨 의미가 있는 지는 모르겠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나도 괴롭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러는 거라고.” 

네임 스티커 p63

 

남몰래 고양이를 괴롭히는 재욱, 담배를 사기 위해 노숙 노인을 함부로 대하는 도훈 그리고 은서의 지갑을 훔친 승희의 이름을 적기까지 수없이 고민했을 민구의 선택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과연 네임 스티커에 이름을 쓰는 민구와 이름이 적힌 이들 중 누가 더 이상할까?

 

정말로 이상한 것이 무엇인지 화분에 붙여진 네임 스티커를 통해 되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나쁜 것이 아닐까?

 

나 말해도 돼? 유혜주. 그리고 임선영도.”

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서 입술을 힘주어 앙다물었다.

네임 스티커 p62


은서는 네임 스티커에 이름을 적는다. 은서는 왜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을까? 은서가 그들에게 느끼는 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은서에게 상처를 줬으니 그들이 나쁜 것일까?


은서의 미움은 극한으로 치닿지만 결국 산뜻하지 못한 마음에 속앓이를 한다. 펄펄 끓어오르던 미움과 미안함 속에서 괴로워하던 은서는 결국 상대의 불행을 바랐던 것은 네임 스티커의 힘이 아니라 모두 마음의 힘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미워하는 마음이 제게도 얼마나 아픈 상처를 남기는지 알게된 은서는 비로소 미움을 거둔 제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은서는 진짜 제 모습을 발견하고 마침내 성숙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산뜻하지 않음을 느낀다면 잠깜 멈춰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네임 스티커 작가의 말 p166

 

<거리 두기>

 

어떤 가족 관계는 거리 두기가 필요한 것 같아

엄마랑 나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멀지 않다고 생각해.” 

네임 스티커 p149

 

민구는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과도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말하며 엄마, 명두 삼촌의 거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 냉정한 것 같아 쓸쓸하기도 했지만 나는 민구를 통해 타인을 대하는 존중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거리 두기. 어떤 관계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나는 과연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하고 있을까? 선을 넘으며 오지랖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어쩌면 다름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나 서운함을 넘어선 미움까지 모두 거리 두기의 실패에서 오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보태기>


네임 스티커의 또 다른 재미는 시지근한 냄새’, ‘나릿나릿한 걸음’, ‘배치작 배치작 문을 열고’, ‘여청한 부름’, ‘기억을 톺아보더라도’, ‘겁꾸러기 시절’, ‘자울자울 졸아서등과 같은 생경한 표현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곱씹어 의미를 유추하고, 소리 내 읽으며 낯선 단어가 주는 억양을 느껴보면 우리말이 주는 말맛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 초등맘 카페에서 당첨되었습니다,

문학동네로부터 제공받아 직접 체험 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네임스티커 #황보나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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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모자 - 2015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4 동원 책꾸러기 바람그림책 22
다카기 상고 글, 구로이 켄 그림, 최윤영 옮김 / 천개의바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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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모자 ?

도대체 달님은 어떤 모자를 쓰는 걸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에 흥미가 높았다.

책을 처음 받아본 4살짜리 아들녀석도 달님도 모자를 쓰냐며 관심을 보였다.

 

책은 제목에서 풍기는 호기심에 들뜬 마음을 다독이듯 잔잔한 어투와 편안한 그림으로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책을 다 본 아이는 모자를 만들고 싶다며 자연스레 미술활동으로 연결되어

종이컵과 도화지로 모자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여서 그런지 모자를 쓰면서 보여지는 달님의 달라지는 얼굴 크기와 우리가 실제로 보는 달님의 모양 변화를 연결시키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금 큰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자연스레 달의 모양 변화를 관찰하며 어떤 모자를 썼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좋을 듯 싶다.

 

책은 전체적으로 잔잔한 내용으로 자기 전에 읽으며 안정적인 마음으로 취침하기에 좋을 듯 싶다. 다만 아이가 자주 찾을 만큼의 이야기의 강렬함이 부족한 것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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