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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준비하는 초등 생활 - 알아주고 읽어 주는 우리 아이 감정 가이드
변영혜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6월
평점 :
그림책을 좋아한다.
짧은 글과 친절한 그림 속 숨겨진 깊은 여운이 좋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이야기는 예리하고, 따뜻하고, 솔직하며 때때로 가슴을 울린다. 그래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 슬며시 그림책을 건넨다. 이만큼 세련되게 아이의 마음을 두드리는 방법은 또 없다.
하지만 번번이 느끼는 어려움은 그림책에서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아쉬움이다. 오히려 짧은 이야기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쉬 그 의미를 놓치고 만다. 내가 놓쳐버린 수많은 메시지에 대한 아쉬움에 최근 다양한 그림책 관련 도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언가 안내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그림책으로 준비하는 초등 생활’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만 보고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위한 책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10대를 앞둔 또는 막 10대에 접어든 아이들의 다양하고 깊어진 감정을 그림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변영혜, 이귀영, 정소희, 한선희, 허지연 다섯 명의 공동 저자는 저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유아 및 초등 아이들을 만난 전, 현직 교사들이다. 선생님들은 프롤로그를 통해 자신이 그림책을 매개로 느꼈던 위로, 소통, 치유, 공감의 경험을 독자와 함께 나누길 희망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단단해진 어른의 마음으로 아이를 보듬을 수 있도록 방법을 제안한다. 그렇기에 책에서 다루고 있는 그림책 활용 방식은 구체적이며, 꼭 교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간결하다.
나는 무엇보다 ‘그림책으로 준비하는 초등 생활’에서 좋았던 점은 최근 5년 내 출판된 그림책을 다수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최근 출판된 책들을 다루고 있어 다른 그림책 관련 도서들과 쉽게 겹치지 않아 새로웠고, 그림책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높일 수 있었다.
구성은 크게 실전편과 활용편으로 나뉜다.
우선, 실전편에서는 그림책을 통한 우리 마음 속 희로애락과 용기를 하나씩 만날 수 있다. 각각의 감정에 대한 그림책을 소개하고 실질적인 감정코칭을 안내하기 전 감정 어휘를 다루고 있는 점이 좋았다. 본격적으로 그림책을 감상하기 전 감정 어휘를 천천히 읽으며 내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표현할 적절한 어휘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천천히 그림책을 소개하고, 그림책을 활용한 감정코칭을 안내한다. 이때, ‘책을 보며 대화를 나눠요’라는 꼭지를 통해 그림책을 매개로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부모를 위한 자세한 대화법을 배울 수 있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었다면 ‘함께 해요’라는 꼭지에서 제안하는 미술 활동을 통해 감정을 언어뿐 아니라 감각을 활용해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제안하는 미술 활동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는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없이 도전할 수 있다.
게다가 그렇게 마주한 감정을 하나의 활동과 그림책에서 그치지 않도록 결이 비슷한 책을 추가로 추천하며 다양한 그림책 독서를 독려한다.
다음, 활용편은 그림책 활용 집약체라고 볼 수 있다. 전문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들을 위한 가이드에 가깝다. 형식을 갖춘 계획안을 작성하고자 하는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실전편을 통해 충분히 아이와 함께 그림책 독서를 경험한 부모라면 활용편 또한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전편과 활용편에서 소개하는 그림책을 통한 다양한 감정코칭을 아이와 함께한다면 아이뿐 아니라 내 안의 숨겨진 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지금의 내 나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출산과 동시에 엄마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나는 한 해 한 해 아이와 함께 나이를 먹으며 다시 자란다. 그래서 서툰 부모는 아이와 똑같이 때로는 실수하고 뜻하지 않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부모이기 때문에 그 상처에 잠식되어서는 안된다.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끝없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져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도 나도 마음을 단단히 다지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건강한 성장에 그림책이 따뜻한 다독임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또한, ‘그림책으로 준비하는 초등 생활’과 같이 부모의 마음을 알아주는 좋은 안내서가 있어 더욱 마음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