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교양 - 일상에서 나를 살리고 살리는 최소한의 지적 무기
이용택.김경미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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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과 死을 가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교양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모르면 잠시 쪽팔리겠지만... 그런데 제목이 생존 교양이라니...

하지만 남들 앞에선 절대 기죽을 수 없다면 이 책을 통해 상식을 키워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나만 몰랐을 것 같은',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알아두면 쏠쏠할 것 같은' 3Part로 구분되어 있다.

Part 1. 나만 몰랐을 것 같은

파트 제목만 보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남들 모르게 얼른 내 머리에 넣어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든다.

미켈란젤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린 사람이 바로 미켈란젤로이다. 원래 천재 조각가이었는데 이를 시샘한 화가들이 그에게 프레스코 화법의 그림에 도전하게 했다. 미켈란젤로는 이전에 프레스코 화법으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 프레스코 화법은 석회가 말라버리기 전에 물감을 입혀 그림을 완성하는 기법이다. 실수했을 경우 석회를 아예 떼어내야 하기에 정확하고 빠르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

미켈란젤로는 4년 6개월 동안 천장 작업대에 올라 몸을 뒤로 젖혀 누운 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550제곱 미터 규모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만 300명이 넘는다. 결국 천재 화가는 이 작업을 완성했다.

약 30년 후 예순이 넘은 미켈란 장소는 같은 장속에 <최후의 심판>을 완성한다. 약 167제곱 미터 공간에 391명의 인물로 인류의 종말을 표현했다.

이렇게 한 천재 화가의 손에서 성경 속 인류의 시작과 종말이 한 장소 안에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판사판 공사판

지금은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지만 원래 이 용어는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이판승(산중에 은거하며 경론을 공부하고 참선을 수행하는 승려)과 사판승(마을에 시주를 얻으러 다니고 농사도 지어 사찰 살림을 꾸리는 승려)을 합쳐서 만든 말이다.

불교에서는 어떤 사안을 논의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대중의 참여 속에 공개회의를 하는데, 이를 '대중공사'라 한다. 줄여서 '공사'나 '공사판'이라고 불렀다. 즉, 이판사판 공사판은 이판승과 사판승이 함께하는 회의인 셈인데 그 의미가 바뀌어 막다른 처지에 몰리거나 일이 뒤죽박죽 섞여버린 상황을 나타내는 비속어가 됐다.

Part 2.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자세한 뜻이나 용어를 모르는 것들을 쉽게 설명해 준다.

황제 & 왕

황제를 칭하는 일인칭 대명사는? '짐', 조선의 군주인 임금을 칭하는 일인칭 대명사? '과인'

신하들이 황제를 부를 때는? "폐하", 임금을 부를 때는? "전하"

신하들은 왕을 만날 때 왕이 정사를 보는 전각 아래에 서 있었기에 '낮은 자리를 바라봐 주십사'하는 마음을 담아 '전하'라 불렀다.

황제를 알현할 때는 전각보다 낮은, 그 아래 섬돌 밑에서 조아리고 있었기에 "폐하"라고 부르게 되었다.

홍위병

홍위병은 중국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문화대혁명, 이른바 '문혁'을 주도한 급진 세력을 일컫는다.

마오쩌둥은 1958년 농공업의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며 '대약진운동'을 시작했지만,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정책으로 오히려 4천만 명이 굶어 죽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그 책임을 지고 권력에서 물러났고, 그 뒤를 이어 개혁파인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이 등장하며 자본주의경제를 일부 도입했다. 권력에서 밀려난 마오쩌둥은 다시 권력을 잡기 위해 반정부적 학생 조직을 선택했다. 마오쩌둥은 낡은 사고, 낡은 문화, 낡은 풍습, 낡은 습성을 타도해야 새로운 세상이 온다며 혁명의 순수성을 지킬 것은 청년들밖에 없다며 이들을 부추겼다.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10대의 홍위병들은 구시대적, 자본주의적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때려 부쉈다. 공자의 묘가 파헤쳐 지고, 유교 경전이 불태워졌으며, 역사적 유산들이 제 모습을 잃었다. 지식인, 예술인들이 거리로 끌려 나와 '인민재판'을 당했고 강제 노동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들은 낡은 관습을 버리지 않는 스승을 두들겨 패고, 아버지의 뺨을 갈기고, 부잣집을 습격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반동분자로 내몰았다.

홍위병의 도움으로 숙적을 물리친 마오쩌둥은 1년 6개월 만에 홍위병마저 물리치지만, 문혁은 이후로도 8년 더 이어진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학 입시는 중단됐고, 대다수 공장도 문을 닫았다. 경제적 피해는 5천억 위안(약 85조)에 달했다. 이런 재앙은 마오쩌둥이 사망한 1976년 9월 9일에 비로소 끝났다.

Part 3. 알아두면 쏠쏠할 것 같은

파트 제목만 보면 이 부분만 읽으면 나도 좀 똑똑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테슬라

미국의 유명한 전기차 회사의 이름, 과천 과학관의 테슬라 코일을 만든 사람, 에디슨을 바보로 만든 천재 과학자 등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정작 대부분의 사람은 그의 이름을 처음 듣는다. 하지만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는 테슬라의 발명이 있지 않았다면 무용지물이었다.

어? 전기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에디슨'인데? 란 의구심이 들 것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은 '직류 전기', 테슬라가 발명한 것은 '교류 전기'이다.

얼마나 천재이고 기괴한 발명을 했던 사람인지 그 이력을 보면 알 것이다.

처음으로 전신을 보낸 사람, 땅에다 전기를 흘려 아무 데서나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사람, 타임머신을 개발하려던 사람 등등.

아마도 테슬라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로망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아모르(AMOR)'를 거꾸로 읽으면 '로마(ROMA)'가 된다.

로마에 있던 지식인들은 고급 라틴어로 철학과 예술을 논했다. 하지만 로마의 지배를 받던 프랑스, 에스파냐, 포르투갈, 루마니아 등 주변 지역 사람들은 고급 라틴어에 사투리를 섞어 독자적인 언어 체계를 구축하게 되는데, 이것을 로망스어라 불렀다. 이런 어원을 가진 '로망'이 시간이 지나며 '로마의 지배를 받던 지역의 언어'라는 뜻에서 하나의 문학 장르를 의미하는 단어로 발전돼 '로마 스타일의 문학'을 일컫게 된다.

당시 로망스어로 쓰인 로마 스타일의 문학은 주로 기사의 모험과 사랑을 담은 소설이 주를 이루었다. 중세의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는 과거 혹은 사회의 이념과 다른 상상과 공상의 세계를 다룬 게 특징이었다. 여기서 유래된 단어가 '로맨틱'이다. 원래는 '로마스럽다'라는 뜻이지만, '낭만적이다. 사랑스럽다'라는 의미를 갖게 됐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에 걸쳐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로맨티시즘', 즉 로맨티시즘도 그 어원은 로마이고 로맨스다.

로맨티시즘은 고전주의와 합리주의를 반대하고 개성, 감성, 정서 등을 중시한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낭만주의'라고 부르게 된 걸까?

여기에는 일본의 영향이 크다. 일본에 '로망'이라는 단어가 유입됐을 때 발음이 비슷한 '낭만'이라는 단어를 차용해 부르게 된 게 그대로 우리말로 받아들여진 탓이다. 한국어로는 '낭만'이지만 일본 발음은 '로만'이다. 한자 단어 '낭만'의 뜻과 '로망'의 의미가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단지 발음만 차용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빨간 줄을 너무 많이 그은 것 같다. 그만큼 그 뜻과 어원을 몰랐고, 굳이 알려 노력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책을 통해서 몰랐던 사실과 근원을 알고 나니 나름 뿌듯한 생각이 든다.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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