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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평점 :
이 책을 이년전에 샀는데, 그때 분명히 읽어보고 싶어 샀지만, 책이 워낙 두꺼워서 나중에 연휴때 읽어야지 하면서 책장에 꽂아 놓고, 지금까지 잊혀져 있었던 책이었다. 그러다 책 좀 정리한다고 끄내다가 "앗" 하고 발견된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1867~1916) 도쿄제국대학 강사로 활동하다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호평을 받으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그 이후 여러 작품을 연이어 발표해서 일본인들에게 "국민 작가"라고 불리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고양이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짐작 안가고,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데서 야옹야옹 울었다. 그리고 결코 잘생긴 고양이도 아니다. 키도 그렇고 털 색깔도 그렇고, 얼굴 생김새도 그렇고, 나는 페르시안 산 고양이처럼 노란빛이 도는 엷은 회색에 옺칠을 한 것 같은 얼룩이 있는 피부를 갖고 있다. 인간이라는 족속을 처음 대면 한 것은 서생이라는 그의 손바닥에 얹혀 올려졌을 때이다. 참 묘하게 생긴 족속이 다 있구나 느낌이었다. 나는 배가 너무 고파서 어느 집 허물어진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 부엌으로 직행했지만 그 집 하녀에게 잡혀 네댓번이나 내동댕이 쳐 졌다가 그 집 주인이 나와 그냥 자신의 집에 뇌두라해서 나는 이 집을 거쳐로 삼게 되었다. 이 집 주인은 말이 없고 직업은 중학교 영어 선생이며 학교에 돌아오면 하루 종일 서재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의 서재를 엿보았는데 대체로 그는 낮잠을 잔다. 그런 주제에 선생의 친구들이 찾아오면 선생만큼 힘든 일이 없다며 구시렁구시렁 불편을 늘어놓는다. 이 집 주인은 무슨 일이고 남들보다 잘하는 것도 없지만, 무슨 일이든 참견하고 싶어한다. 엉터리 영문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활에 빠지기도 하고, 우타이를 배우기도 하고, 그림을 배우기도 하는데 제대로 하는 게 없다. 또한, 방자하며, 고집쟁이에다가, 무뚝뚝하고, 흥을 깨는 재주까지 있으며 그것도 모잘라서 속도 좁은 인간이다. 이 집을 거쳐로 살면서 나는 이 집 주인과 이 집 가족과 이 집 주인의 친구들을 만났는데, 인간이라는 족속은 겉만 멀쩡한 것 같다. 또 인간만큼 인정 머리 없는 족속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 집에 머물러 지내면서 독심술을 터득해 주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원래 정리된 이야기의 줄거리가 있는 보통 소설이 아니어서 어디서 끊어 읽어도 흥미 면에서 그다지 영향이 없다고 첫 페이지에 써져 있는데, 정말 조금씩 끊어서 읽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 집 주인 구샤민을 찾아오는 친구들의 어이 없는 황당한 대화와 이 집 주인의 성격으로 인해 겪는 대사건, 그리고 고양이 자신 이야기가 그다지 길지가 않다.
아무튼 여기 나오는 고양이는 자기가 인간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는 똑똑하다고 어려운 말 구사하면서 이야기를 내놓는데 그런 고양이가 쥐도 잡지 못하고, 집에 도둑놈이 들어와도 그냥 냅둔다. 어떻게 보면 주인하고 같이 어리석다. 그리고 구샤민을 찾아오는 친구 중에 미학자 메이테이가 있는데, 그 친구는 무책임한 말을 퍼트려 사람을 감쪽같이 속이는 걸 유일한 낙으로 삼는 사람이다. 그 친구가 찾아올 때마다 대화가 재미있어 진다. 어이 없는 황당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있는데, 그 중에서 하나는 조금 듣기 싫은 이야기가 있었다. (뱀 이야기....) 말장난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간혹 그 말장난 속에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그 시대의 모습을 살짝 엿 볼 수 있었으며, 우리나라보다 외국문화를 빨리 받아들였지만, 아직 적응 못한 일본인 사고 방식도 볼 수 있었다. 또한 나쓰메 소세키 자신의 모습 중 일부를 구샤미에 집어 넣어 자신의 대한 평가를 냉정하게 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정말 이 책은 이 시대에 읽어도 전혀 손색 없는 글이었다. 더군다나 유머도 감미해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