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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무덤 케이크 ㅣ 스피리투스 청소년문학 5
서윤빈 지음 / 스피리투스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시간이 멸종해 버린 것처럼,
멸종 뒤로도 세계가 망하지 않는 것처럼❞
코끼리가 멸종된 세상.
코끼리를 사랑하는 소년, 민형이 있다.
모두에게 존댓말을 쓰고 도무지 감정을
읽어낼 수 없는 민형은 인간 AI 같다.
기억하는 한 민형의 아버지는 줄곧 코마상태였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은 민형의 생일이 되고 만다.
베개에 파묻은 채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방 밖으로 새어 나온다. 아버지의 기억이
거의 없는 민형은 어머니를 통해 슬픔을
빌려 울어본다.
왜소한 몸집의 민형은 벌써 3년째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어머니의 짐덩이가 되고 싶지 않아 모든 상황을 침묵한다.
민형에게 유일할 탈출구는 게임 속 가상 세계다.
가상 속 민형의 캐릭터는 자유롭고 무엇보다 용감하다.
오직 어머니의 슬픔을 덜어주고자 가상 속 아버지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던
민형은 아버지의 오래된 유품을 들고 생전 흔적들을 찾아 나선다.
어머니의 슬픔을 멸종시키기 위한 민형의 비밀 퀘스트는
어떤 결말을 가져올까?
죽음은 여러 번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결혼하고 몇 해 되지 않아 시댁 쪽의
상을 치르며, 남편과 같은 추억을 가지지
못한 나는 가슴으로 함께 슬퍼하지 못했다.
민형이를 보니 그때 생각이 떠오른다. 당연한
일이지만 어쩐지 거리감과 혼란스러움이
먼저였던 것 같다.
아버지의 추억을 함께 나누지 못한 어머니와
민형 사이 소통의 부재는 오히려 서로에게
더 큰 외로움을 남겼다.
코끼리들의 장례에 대해 본 적이 있다.
장례식이다, 아니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이들만의 애도 방식은 인간의 장례와 유사하다.
동료를 위해 애도하는 것.
민형에게도 게임 길드원들이 실제로 아버지
장례식장에 참석하여 그들만의 조금은 유쾌한
방식으로 애도한다.
어머니, 게임 속 길드원, 비밀 퀘스트를 함께한
아파트 경비원 조 아저씨까지, 세상 속 소외 계층 어른들은
함께 어린 민형을 무리 안으로 품어 준다.
코끼리가 무리를 이루듯....
죽음을 소재로 다뤄 조금은 무겁지만 오히려
직설적인 대화들은 어느 소설보다 현실감 있다.
세상은 아직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다고
나쁜 상황들은 곧 멸종할거라고 스스로
믿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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