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물의 철학적 하루 - 마음을 뒤흔드는 동물 우화 21편
두리안 스케가와 지음, 미조카미 이쿠코 그림, 홍성민 옮김 / 공명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이 책을 <텍스트 다큐>라고 부르기로 했다❞⠀
카메라는 없지만 화자를 통해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그들의 삶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솝우화 정도를
기대했는데, 훨씬 묵직한 철학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물 이야기인데, 페이지마다 자꾸만 일상이 겹친다.
⠀
⠀
저자 두리안 스케가와는 소설 〈앙: 단팥 인생 이야기〉의
원작자로,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동물 21종의 생태에 철학을
한 스푼 더한 이야기를 엮었다. 각 동물의 이야기는 어둡고
깊은 판화 한 장으로 시작된다. 글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
무게가 먼저 스며드는 느낌. 생태와 습성을 담은 백과 정보까지
더해지니,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연스럽게
철학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
⠀
화자는 그들을 마주칠 때마다 조용히 이름을 붙여준다.
"이름은 Q라고 부르도록 하자." 그렇게 독자는 화자 옆에
나란히 앉아 그 하루를 따라가게 된다.
⠀
동물들의 귀여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장면들이 많지만,
그들은 인간과 공생하는 동물 자체로 끝까지 묘사된다.
포식자의 사냥도, 로드킬도, 인간의 쇠덫에 잘린 발도
슬프게 포장하지 않고 그냥 보여준다. 묘하게도
그 죽음들이 가장 오래 머물고, 때로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
⠀
자연의 잔혹함은 질서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잔혹함에는
선택이 있다. 있는 사실을 나열할 뿐인데, 그렇기에 인간이
더욱 잔인하게 느껴진다.
⠀
⠀
가장 마음이 머물렀던 건
늙은 엄마 알바트로스와 마지막 아이 파롤의 이야기다.
멸종위기종을 연구하는 학자가 붙여준 이름을 가진 파롤은,
육아 베테랑 엄마의 눈에도 모든 점에서 부족한 아이였지만,
말을 잘하는 재주가 있었다. 알바트로스에게 말이 무슨 소용일까.
엄마 눈에도 그 재능이 어디에 쓰일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믿어주는 마음을 작가는 그려낸다.
용기, 희생, 믿음.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 사상은
나 자신을 향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타인을 향하기도 한다.
다정한 상상이지만, 그 덕분에 차가운 생태계 너머
뜨거운 생명력을 발견하게 된다.
존재의 고유함을 응원하는 마음,
그 마음에 한없이 밑줄을 긋게 된다.
⠀
이 책이 말하는 세계관은 '원(Circle)'이다.
인간 사회는 늘 위로 올라가야 하는 수직의 계단 같지만,
자연은 먹고 먹히며 순환하는 거대한 원이다.
다람쥐가 숨겨둔 도토리가 상수리나무가 되듯,
우리도 타인과의 공생 속에서 비로소 존재한다.
읽는 내내 공생이라는 단어를 유독 오래 붙들게 되는 책이다.
⠀
⠀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새끼 멧돼지도,
낮의 빛을 동경하는 박쥐도,
묵묵히 땅을 파는 두더지도 투덜대고 방황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아낸다.
⠀
각 동물의 습성이 철학 사상과 맞닿는 순간,
그 연결이 놀랍도록 자연스럽다.
억지로 끼워 맞춘 게 아니라,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
자신만의 길을 찾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매주 한 편씩 꼭 들려주고 싶다.
청소년들에게는 말로 형언할 수 없지만
이런 감정이 철학이구나 싶은,
첫 철학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
나를 바꾸는 것만이 성장이 아니라는 것,
우리 아이들도 각자의 재능을 사랑하며
자라길 바라며.
⠀
#동물의철학적하루 #두리안스케가와 #동물 #철학 #공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