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이벤트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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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 No Boys, No Cr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지금 자신의 인생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현대의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경제위기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1순위는 돈일 것 같다. 그다음으로는 아마 직장이나 이성문제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누구도 남들에게 쉽게 드러내기 힘들어 마음속에 담고 극복하려 발버둥치는 인생 최대의 발목잡이는 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속에서 지우고 싶다고 지울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곁에서 떼어내고 싶다고 쉽게 버릴 수 없는 숙명같은 가족. 하지만 자신의 존재의 가치는 바로 가족에서 시작된다는 점은 까맣게 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 <보트>에서 만나는 두 주인공 형구(하정우)와 토오루(츠마부키 사토시)의 가족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이 아니다. 스트립댄서인 엄마에게 버려진 형구나 애 셋 딸린 미혼모 여동생과 치매 걸린 할머니를 부양해야하는 토오루에게 가족은 인생의 커다란 걸림돌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이들의 꿈은 큰 부자를 꿈꾸는 것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가정 속에서 살고 싶은 게 전부다.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서 아들, 딸 낳아 키우며 사는 그런 삶 말이다. 이것은 어쩌면 모두의 꿈이기도 하다. 얼핏 생각하면 그게 뭐가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막상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부족함과 불만으로 그 평범함을 받아들이려 하지 못하고, 비범한 삶이라 자책하기도 한다.
나는 영화 속에서 형구나 토오루 앞에 펼쳐진 암울한 일상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각자의 인생은 사막의 다 같은 모래알속에 있어도 모습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 보기에 힘들고 벅차 보이는 운명을 이겨내는 것이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의 이유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결국 누군가는 그 자리를 채워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존재의 의미를 두 배우의 암울한 일상에 항거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몸짓과 울분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그러나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메시지나 생각이 종합적이지도, 단편적이지도 않은 다소 난립한 탓에 스토리 전개에까지 영향을 주어 집중력을 떨어뜨린 느낌이다. 결국 배우의 대사와 연기를 통해 전해지는 스토리의 긴장감마저 떨어지게 만들어 아쉬움을 남긴다. 가족에 대한 희생적인 사랑이든, 애인을 위한 열정이든 보다 단편적인 인간의 감성에 집중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이것은 마치 짬뽕을 먹고 나서 짬뽕국물의 종합적인 얼큰하고 시원한 맛도 못 찾고, 각각의 재료가 갖고 있는 독특한 맛도 찾지 못한 느낌이다.
역시 영화 <보트> 에서도 한일 양국의 감성연기를 대표하는 배우들답게 하정우와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와 대사는 관객들이 밖으로 내뱉고 싶은 심정의 말과 행동을 대신해 주었다. 어머니가 볼모로 잡혀있다는 전화를 받고 자신을 버린 엄마였지만,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아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나, 버리고 싶지만 보면 볼수록 지켜보는 자신보다 더욱 안타깝게 느끼기에 눈물을 머금고 버티며, 그러한 심정을 웃음 섞어 이야기할 때, 그리고, 조카의 장난감을 철창사이에서 꺼내다가 찔렸을 때 옆에 아무 죄 없는 자전거들을 짓밟으며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통해서 가슴에 담고 있던 나의 응어리진 심정까지도 함께 실려 폭발하는 듯 느꼈다. 더욱이 노래자랑 무대에서 형구와 토오루가 함께 목 놓아 노래“アジアのじゅんしん(아시아의 순진)”을 부르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난날 품고 있던 답답함이 일순간 사라지는 듯 통쾌하다.
망망대해에 홀로 탄 체 떠도는 보트를 보고, 보트만을 바라본 다면 물론 그 보트는 외롭고 처량한 자신의 마음을 담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트는 홀로 떠있지 않고 어머니의 품과 같은 바다가 감싸고 하늘이 지켜보고 있다 라며 바라본다면 결코 외롭거나 처량하게 느껴지지 않을 거다. 이는 망망대해에 홀로 선 느낌으로 자신의 감싸는 모든 일들을 홀로 싸워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의 짐만 벗어 던질 수 있다면 모든 것은 자신을 돕는 것들이 된다. 영화 <보트>는 이렇듯 한 줄 긍정의 힘을 나에게 선사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