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출근길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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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출근길에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일에 대한 즐거움이나 행복함보다는 피곤함과 무기력감과 같은 다소 맥이 빠진 모습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루 24시간 중 씻고 준비하는 시간을 포함해 수면 등의 휴식을 취하는 8시간, 출퇴근시간 2시간, 바로 퇴근해서 가족과 집에서 함께하는 시간은 길어야 4시간 남짓이다. 이를 뺀 나머지 10시간정도를 샐러리맨은 직장에서 상사든 부하들과 지지고 볶으며 하루를 보낸다. 야근에 회식으로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 자정을 넘길 때가 많아지면 집은 그저 잠만 자고 옷 갈아입고 나오는 여인숙이나 별반 다를 게 없을 때도 있다. 이런 생활 속에서 행복한 출근길을 기대하기란 여간 쉽지 않거나, 남의 나라 얘기처럼도 느껴진다.

그렇다면 소위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매일매일 행복한 출근길을 걷고 있을까? 이 물음에도 전제가 있다. 단지 경제적인 성공만으로는 행복한 출근길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돈만 많이 벌 수 있는 직장에 다니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도 늘 출근하는 얼굴에 수심은 가득하다. 그들은 여전히 사회적인 인정과 경제적인 안정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래 피우던 담배를 쉽게 끊기 힘든 것과 같은 무한경쟁의 구도 속에서 사로잡혀 자신을 이길 다음 상대자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내색은 못하지만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슴 한 구석에 떠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사회적인 인정과 경제적인 안정도 행복한 출근길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과연 무엇이 우리의 출근길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그 해답은 바로 자기 자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에 대하 깨달음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도 자신의 우월함이란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는 삶의 실마리를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일들에서 찾으려 했기 때문에 그 수렁의 깊이를 높여만 갔던 것 같다.

<행복한 출근길> 에서 우리는 법륜 스님과 그동안 출근하는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던 직장생활 중에 겪는 개인적인 고민, 혹은 넓게 가정과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풀지 못했던 어쩌면 인생의 의문점에 대해서 선문답의 형식을 빌어서 대화하게 된다. 이 대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먼저 버려야할 것은 바로 종교적인 선입견이다. 분명 대한민국의 불교를 대표하시는 스님과의 대화 속에는 자연스럽게 불교적인 언어와 해석이 녹아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거기에 집착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마음이 벗어나게 된다. 물론 최대한 법륜스님의 말씀 속에서도 그러한 종교적인 생각의 차이에서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을 최소화 시켜 그저 스승과 제자가 작은 가르침을 나누듯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나는 책속에서 만났던 단어들 중 아래의 단어들이 바로 법륜 스님께서 우리를 행복한 출근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각별한 키워드라 생각했다. 바로 “우열”, “중도(中道)”, “업장(業障)”, “대결정심” 이다.

첫째, “우열” 대화에서 법륜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객관적인 존재에서는 우열이 없습니다. 우열은 비교에 의해서 생깁니다.” (p.40) 이 한마디에 그동안 우리는 모든 일의 결과에 대한 평가를 우등과 열등으로 꼭 가려야만 직성이 풀렸던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자신이나 남편, 부인, 자식들까지도 우등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더욱이 남들에게 열등감을 느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작은 열등감이라도 스스로 견뎌내는 법을 배울 수 없었다. 그런 탓에 조금만 주위로부터 열등감을 느끼게 되면 참을 수 없게 되고, 자학에까지 이르는 자신들의 지난 모습을 보게 된다.

둘째, “중도(中道)” 무엇보다 자학의 결과는 곧 화(禍)를 부르게 마련이다. 이에 불교에서는 화를 극복을 위한 해탈의 길을 화나면 화를 내 버리는 제1의 길 쾌락도 화를 무조건 참는 제2의 길인 고행도 아닌 마음의 화를 다스릴 수 있게 되는 제3의 길 중도(中道)로 삼고 있다. 우리는 순간순간 깨어있어 수시로 일어날 수 있는 화를 알아차리고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셋째, “업장(業障)” 바로 무엇보다 자신을 그동안 오래토록 새장처럼 가두고 있었으며 반복적으로 출근길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던 좋지 못한 습관인 업장(業障)들을 뒤돌아보고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각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결정심”‘죽어도 좋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업장들을 깨우침으로 바꿔가는 노력에 있어서의 신중함을 말한다. 스님께서는 이런 비유로 말씀하셨다. 담배가 나쁘다고 좋은 담배로 바꾼다고 몸에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건 단지 자신과 남들에게 말하기 편한 변명을 만들어 위안으로 삼는 것일 뿐 제자리걸음과 같다는 것이다. 깨우침에 이를 수 있는 길의 방향을 전해 들었다면 결국 자신을 이겨내 진정한 승리자가 되었을 때, 앞으로 매일마다 선사 될 아침에 밝은 햇살을 축복삼아 행복한 출근길 발걸음을 일터로 옮겨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됨 깨달아야 한다.

내가 책속에서 크게 느낀 네 가지의 단어 외에도 회사와 가정에서 생길 수 있는 사소한 갈등들에 대처하는 마음가짐과 가르침은 두 번 세 번 지난 일상을 돌아보고 잘못된 업장들에 대해 반성하고, 그렇게 반성하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자신을 포함한 주위에 고된 직장생활과 복잡한 가정사에 무거운 발걸음을 매일매일 직장과 집으로 옮기는 이가 있다면 서슴없이 <행복한 출근길>로 법륜 스님과의 대화에 초대를 해보라. 분명 술 마시기전 숙취에 좋은 음료를 마셔 다음날 아침 맑은 정신으로 내일을 맞이하듯, 희망 가득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에 나가 즐기듯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변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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