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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실종 사건 - 제5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17
정현정 지음, 신민재 그림 / 살림어린이 / 2015년 7월
평점 :

(정현정 글, 신민재 그림, 살림어린이 펴냄)
그림자 실종 사건이라니?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걸까?
표지 그림은 무섭고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여자아이와 반대편에 같은 옷과 치마를 입고 있지만 그 표정은 으시시하기만 한 또다른 한 여자아이의 그림이 이 무더운 여름에 어울릴만한 공포 이야기가 한편 펼쳐질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제5회 살림어린이 문학상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엄마의 건강 때문에 한적한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된 주인공 연우가 전학간 학교에서 친구들과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심리적 갈등을 그려주고, 그 갈등이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도깨비에 관련된 이야기 속에서 풀려지는 재미있고 환성적인 이야기이다.
주인공 연우는 다니던 학교에서 친구들과도 관계가 좋았고 제법 모범적인 아이였다. 비록 손톱 물어 뜯는 안 좋은 습관이 있기는 했지만...ㅎㅎ
전학 온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서 나름대로 노력해 보지만 쉽지가 않고, 특별이 선아와 송미라는 여자친구는 연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연우가 좋아하는 민재와의 관계에서도 갈등이 생긴다.
연우의 이런 일상을 통해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아이들의 심리를 읽어볼 수 있었다. 동성 친구 관계에서 오는 여러 어려움들, 또 이성친구에게 관심이 생기게 되는 연령에서 보여지는 심리적인 묘사가 연우의 독백과 행동을 통해서 잘 표현되어 있다. 그래도 이런 어려움들을 잘 극복해 보려고 애쓰는 연우의 용기와 예쁜 마음을 칭찬해 주고 싶다.

이야기 초반부에만 해도 이런 연우와 친구들의 관계문제, 심리적인 표현으로 가득한데, 중반부로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활기와 에너지가 넘쳐난다. 연우가 힘이 없고 아파서 학교를 결석하게 된 날...자신은 분명 결석을 했는데 또다른 연우가 학교에 출석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연우는 자신의 그림자가 점점 없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요괴대장이 사람들이 뜯어서 버린 손톱을 주워먹고 점점 더 그 세력을 키워나가는 시궁쥐 떼를 이용해 가짜 사람을 만들어서 나쁜 짓을 하는일에 연관된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마을 전체를 요괴의 소굴로 만들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는 다소 무시무시한 이야기. 그러니까 또다른 연우도, 연우에게 못되게 굴었던 또다른 송미도 모두 변신한 쥐 요괴였다는 이야기...ㅋㅋ
이 때부터 도깨비와 사람이 결혼해서 태어나게 된 반도깨비 새환이, 벌을 받아 고양이 친친이가 된 장도깨비 짱돌이, 요괴대장 아저씨와 시궁쥐 떼 등의 등장으로 기발한 상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이, 도깨비가 어디 있어?"라고 말하기 전에 도깨비가 있다고 믿는 어린이의 동심을 그려내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엿보이고,
더불어 연우라는 아이가 전학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통해 그 또래 아이들이 친구관계에서 배울만한 교훈도 가르쳐주고 있다.
"이전 학교에서도 전학 오는 아이들이 하나둘 있었다. 그 아이들도 지금 연우만큼이나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없이 반에서 겉도는 아이도 있었다. 다들 힘들었을 것이다. 연우는 자신이 그런 아이들에게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45,연우생각)
연우가 마을에 서 있는 미루나무 세 그루를 보면서 미루나무 같은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던 그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리고 모든 친구들이 미루나무처럼 몸도 마음도 쑥쑥 크면 좋겠다는 새해 소망을 또 가져본다.
나의 아이들도, 그리고 아이들의 친구들도 세 그루의 미루나무처럼 서로 서로 친한 사이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몸과 마음도 쑥쑥 건강하게 자라길 나도 함께 소원해 본다.

후반부는 우리나라의 옛이야기 중 많이 등장하는 도깨비 문화를 소중하게 꺼내드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초록 기와집과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옛 문화들, 할아버지가 연우에게 선물해주신 방패연까지 책에 등장하는 소재 하나 하나가 우리의 옛문화를 풍성하게 보여 주고 있다. 특별히 작가는 초등 5,6학년들도 제법 모를 만한 우리의 것을 책 전체에서 자주 등장시킨다.
이사간 마을에서 먹게되는 가리비 젓갈, 곰취 장아찌, 머뮈 잎, 가막사리와 이상한 아저씨의 삿갓, 도롱이...그리고 초록 기와집 안에 가득한 장구, 북, 징.. .문갑, 반닫이, 머릿장이, 등잔, 호롱불, 화로, 남포동... 양반탈, 말뚝이탈, 각시탈.... 등등.
그리고 속담을 아주 많이 사용한다. 내 코가 석 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마파바람에 게 눈 감추듯,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 놀란다...등등.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린이들의 어휘력이 훨씬 풍성해 질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초등4학년 딸아이의 재미있는 소감은 '손톱을 물어뜯지 말아야겠다.'이다.ㅎㅎ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는 습관이 있는 주인공 연우, 결국 뜯겨서 버려진 손톱 덕분에 세력이 점점 커졌던 쥐들과 주인공 친구들의 끔찍한 한판 전쟁을 보면서 얻게 된 결론인 것 같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다는 것을...
스트레스 많은 우리의 아이들이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이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날려버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