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소설집 [창밖은 봄]의 서문을 통해서 작가 자신이 쓴 '박완서 연보'를 통해 그녀의 삶을, 초기 작품을 썼던 시기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머리 꽁당이를 쌍둥 잘라 단발머리를 시키더니 서울로 데려가 국민학교에 입학시켰다는 어머니 이야기를 읽으며, 깨어있는 의식과 앞서가는 교육철학이 있었던 '부모'가 흠칫 부러워진다. 결혼해 1남 4녀를 다 키우고 마흔이 넘어 시작한 작가생활이 참 도전이 된다. '나는 무엇을 할수 있을까? 나는 잘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만 하다 어느새 마흔 중반이 된 까닭 때문인가 보다.
처녀작 이후 자발적으로 글을 쓸 겨를 없이 청탁에 덜미잡혀 쫓기듯 글을 쓴 세월을 '고달팠다' 말한다. 독자에겐 글쓰기가 그저 꿈 같고, 멋진 일거리로 생각되지만 작가들에게는 '고달픔' 이 되는 것, 그 고단함에 공감해본다. 그런데 1980년 샘터에서 출간한 동화집 [마지막 임금님]은 글을 쓰는 동안 거짓 없이 순수했기에 행복했다고 한다. '순수한 마음'을 찾고 싶다면 동화를 써볼까? 한참 후에 나온 장편동화 '부숭이는 힘이 세다'와 동화집 '자전거 도둑'등은 손주를 본 육십 넘어서 쓴 동화이니 어찌 더 말하랴.
소설 속 화두가 되는 6.25, 독립투사의 후손, 이산가족, 결혼, 분단... 등에 관한 작가의 생각과 개인적인 신앙,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을 보여준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읽을 때는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 했다. 이상문학상에 당선된 [엄마의 말뚝2]가 실린 문학사상사의 [침묵과 실어]의 발문을 읽으면서는 어떤 작품일까 너무 궁금해지기도 했다. "저는 그 작품이 활자가 되어 돌아다니는 동안 줄창 이렇게 불편했고 불안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소설이기 이전에 한바탕의 참아내지 못한 통곡 같은 거였습니다. 저는 통곡을 참아내지 못한 자신에게 정이 떨어졌고 쓴다는 것은 과연 뭘까? 하는 근원적이여 주기적인 질문으로 자신을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닦달질해야 했습니다." 이런 수상 소감이라니... 어떤 작품이길래.
작년 요맘때 작가정신에서 개정판으로 펴낸 [나의 아름다운 이웃]의 초판 발문도 반갑고 이걸 읽고 개정판의 장녀 호원숙 수필가의 서문을 읽어보면 더욱 의미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글쓰기의 연륜이 쌓여도 작가에게 '쓰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니었구나 싶은 대목들, 새삼 작가들에 대한 고마움이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