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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산 ㅣ 형사 베니 시리즈 1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소설 『악마의 산』은 주유소 좀도둑들에 의해 아들 파카밀레를 잃은 코사족 흑인 '토벨라 음파이펠리', 알코올중독에 걸린 실력 있는 경찰 '베니 그리설', 세 살짜리 딸 소니아를 둔 콜걸 '크리스틴 반 루옌' 을 중심으로 이 세 사람의 시점이 오고 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배경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며, 다양한 인종으로 이뤄진 국가인 것을 엿볼 수 있었고 심한 인종차별이 사회에 녹여져 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무지개의 나라'라는 별명이 있다고 한다. 다채로운 민족 문화를 상징하는 것 같다. 소설 속 크리스틴과 그리설은 아프리카너 백인이고, 토벨라는 위에서 언급했듯 코사족 흑인이다.
크리스틴, 베니, 토벨라는 모두 실수를 저지른다. 그들의 공통된 실수가 다른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결과를 초례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소름이 끼쳤다. 그들이 지키려고 하는 것은 다르지만 그들의 용기가 가상해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으로 흡입력 있는 스토리 전개로 숨 가쁘게 진행된다.
토벨라는 전쟁이 끝나고 복귀했을 때 새로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전투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었으나 부름을 받지 못하면서 어둠의 세계에 몸을 담는다. 마약 대금을 수금하거나 마약 거래 루트를 6년 동안이나 했다. 저격수 교육을 받고 유럽에서 열일곱 명을 숙청한 베테랑이 사회에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에서 국가는 그를 나락으로 몰아넣은 샘이다. 토벨라는 자신이 잃은 아들을 위한 것이라는 듯, '아세가이'를 사용해 소아성애자를 직접 제거하는 일을 시작한다. 사법체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누구한테 의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그러면서 그는 "정의의 살인자"로써 아동 성추행범을 추격한다. 미디어에선 그를 '아르테미스'라고 부른다. 토벨라의 실수는 '정의'라고 생각했던 숙청 작업이 결과적으로 항상 정의롭지만 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가 보고 판단하여 내린 결정이 항상 옳지 않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된다. 하지만 그를 살인마라고 무조건 손가락질을 할 수도 없다는 점이 안타깝기도 했다.
베니는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들로 인해 귀에서 환청이 들리며 괴로움을 호소하며 알코올에 빠져 산다. 결국 그의 아내 애니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직장에서의 생활도 녹녹치 않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베니는 스스로 괴로워한다. 자신은 원래 이렇게 별로인 사람이라고. 자존감 바닥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저자는 이런 부분을 자세히 묘사하는데 감정이입이 잘 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크리스틴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엄마에게 들었을 때 묘사된 그녀의 심리를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
크리스틴도 자기가 왜 우는지 알 수 없었다. 상실감, 죄책감, 자기 연민, 슬픔, 그중에서도 상실감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다. 여태 아버지를 그렇게 미워했는데. 나중에서야 그 눈물의 이유가 분명해졌다. 자신이 지금까지 저지른 일, 자신이 집을 떠나 버린 것,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이 차지했던 역할, 엄마의 외로움, 엄마에게 갑자기 찾아온 자유 때문이었다. 앞으로는 영영 아빠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도 언젠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똑똑히 느끼게 됐다. Pg186,186
크리스틴은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안 그 날밤 자기 몸에 상처를 낸다. 그리고 상습적으로 자기 몸에 자해를 가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꼈다. 콜걸 크리스틴은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코카인 마약상이고 다혈질의 성격 소유자인 카를로스 상그리네그라를 만난다. 그러면서 크리스틴은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계획을 세운다. 크리스틴은 답답하게 그녀를 옳아내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유년기 때부터 잘못된 결정을 지속적으로 해온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면,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엉망이 되진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문득 그리설은 깨달았다. 그는 범죄자들과 마찬가지였고, 범죄자들도 그와 마찬가지인 인간이었다. 그리설이 그들보다 더 나은 사람인 건 아니었다. pg427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용기를 가지고 지키려고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나약한 인간이다. 남의 잘못을 우리가 판단하고 정의를 내리기엔 나 스스로도 완전하지 않다.
『악마의 산』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문제점을 볼 수 있었다. 세계 마약의 유통 활로, 치안과 공권력의 부패, 성범죄, 높은 에이즈 감염률, 인종차별로 인한 교육과 빈부의 격차가 실제로 어떤 토벨라, 베니, 그리고 크리스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디온 메이어는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설이 새롭게 활약할 시리즈인 『13시간』도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