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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주가의 고백 -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이덕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인문이면서도 문학이면서도 에세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어느 애주가의 고백>이란 책을 보며, 나 역시 고백이라도 해야
하나? 란 생각부터 들게 하였다.
책의 표지 및 재질이 너무 고급스러워서 놀랐고,
책을 읽으며 저자의 정직함에 놀랐다. 저자의 과거의 삶을 현재 살고 있는 난,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묵묵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알코올중독자라고 해도 겉으로 표시가 나는 건 아니다. 그들은 외관상 망가져 보이지도 않고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다. 노숙자로 살지도 않고 친구와 직장이 있다. 이들은 술을 마시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낀다. 그러나 서둘러 술을 찾아 마심으로써 그 깨달음을 무마시킨다. 대부분의
알코올중독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증세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저 술 없는 인생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뿐이다. pg17
이 책을 읽으며 애써 부인하지 않으려
한다. 술 없는 인생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뿐더러 주기적으로 마시지 않으면 공허함을 느끼고 삶이 재미없는 것 같은 기분을 가져다주는 것이
알코올중독자의 행동과 생각이라면 난 알코올중독자가 맞다.
저자가 왜 술을 끊으려
했는지에 대한 동기가 뭔가 파격적인 계기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저 왜 힘든지, 왜 이런 상실감이 드는지 그 이유를 따지는 일 조차
어려워지며 자신을 규정짓는 유일한 주체인 내면이 술로 인해 망가졌다 판단하고 끝없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한다.
그가 술에 대해 미운 감정이 들기 시작하고 헤어짐을 선언하며 금주를 시도하는 과정을
읽으며 웃기기도 하고 그의 진신성에 반하기도 했다. 이렇게 폭풍공감을 할 수 있는 저자라니... 아마 내가 금주를 시도한다면 동일한 과정을 겪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꼭 끊어야 하나?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어슬렁 어슬렁 살면 안 되나? 란 생각과, 열심히 바르게 의미
있게 살려면 술을 끊는 것이 답이야! 란 생각이 계속
대립한다.
불안한 상태, 우울한 기분, 정신적 물리적 자기 공격을 일삼는 행위가
저자는 술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는데, 그 점이 내가 아직 동의하지 못하겠다. 술을 약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음식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커피를 안 마시면 뭔가 허전하다고 커피 중독자라 하여 끊으려 노력하지 않다.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담소를 나누며 혹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이왕이면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것이 꼭 나쁘냐? 고 자꾸 방어를 하게 되기에 여전히
애주가로 남아있나 보다.
술 때문에 의식을 잃거나 부끄러운 짓을 하며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저자와는 다르게 난 술 때문에 의식을 잃지도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알코올중독자도 아니고 계속 마셔도 되는
걸까? 그냥 건강에 나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죄책감이 들고, 술과 술안주로 인해 뱃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속상함이 드는 것뿐이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했던 것처럼 술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하겠다. 아니 이 맛있고 씁쓸한 것을 안 먹느냔 말이다.
저자의 이어지는 고백과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끝없이 나와 비교하고 질문을 하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저자는 현재 독일 일간지 <타츠>에 독일의 알코올 문화와 저자의 금주 경험을 담은 월간 칼럼을 쓰고 있다고
한다. 독자의 반응 역시 극과 극으로 나누는데, 감동을 받았다는 독자도 있지만, 큰 반항심과 분노에 찬 반응도 많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나는 어느 쪽에 서게 되려나...
도가 지나치면 아니한만 못하다는 말처럼
너무 폭음을 일삼지 말고 적당히 즐기며 살아야겠다. 애주가의 삶은 여전히 이어지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다. 10년 후에 다시 이 글을 보면 후회를
하려나? 잘
모르겠다.
최근 독일의 연방보건청의 조사에 의하면 성인 인구 중
음주로 인해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폐해라는 결과를 걱정해야 하는 인구가 27%에 달했다. 연구에 따르면 음주자 중 27%는 알코올의존증 환자거나
알코올중독의 문턱을 넘고 있다. pg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