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의사는 자기 아이에게 약을 먹이지 않는다 - 한 소아과 의사 엄마의 양심 고백
도리우미 가요코 지음, 채숙향 옮김 / 일요일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기적으로 아픈 아이들을 둔 엄마 입장에서 소아과 방문은 매우 규칙적이다. 특별히 이상이 있다기보단 걸핏하면 걸리는 감기, 감기가 중이염으로 옮겨질 때도 있고, 혹여라도 더 심각한 병인데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소아과를 쉽게 쉽게 방문하게 된다. 우리나라 복지가 잘 되어 있어 사실 소아과에서 진료받는 비용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미국에선 아이들이 소아과 한번 방문하려고 하면 좋은 직장에 다녀 보험이 많이 커버되는 것이 아니라면 한번 의사 얼굴 구경하는데 100불은 족히 든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아프다고 쉽게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건 알겠다. 그런데 약 처방, 이것이 참 문제다. 여러 번 아이가 아파 놀라 큰 병원에도 가보고 미국에 있는 지인에게 문의를 해보며 깨달았다. 한국에선 너무 약을 세게 쓴다는 점이다. 병이 잘 낫지 않으면 소아과든 다른 병원이든 환자 손님이 오지 않기 때문에 무슨 경쟁이라도 하는 듯 약을 과하게 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나도 알면서 자꾸 병원에 데리고 가게 된다. 전문가도 아닌데 나 혼자 섣부른 판단으로 화를 부를까 하는 점이 가장 두려운 것 같다. 도리우미 가요코의 <소아과 의사는 자기 아이에게 약을 먹이지 않는다>는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나의 약물 철학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팔랑귀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전문 의사가 약을 처방하며 먹이라는데 정말 큰맘을 먹지 않고선 약을 안 먹이긴 쉽지 않다. 특히 아이가 너무 괴로워하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 아이가 가장 많이 먹은 약은 아마 항생제가 아닌가 싶다. 물론 콧물감기, 목감기, 기침 감기약도 무진장 많이 먹었다. 첫째 땐 정말 처방받는 대로 모두 다 먹였던 것 같다. 둘째 땐 좀 더 튼튼하고 자립적으로 키우자는 마음에서 약을 덜 먹이려 하는데, 그 또한 쉽지 않다. 감기약을 안 먹이면 콧물이 하루 종일 흘러내리는데, 안쓰럽기도 하고 내가 더 큰 병을 키우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저자의 말처럼 감기 증상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세균을 퇴치하기 위한 항생제는 먹여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먹이지 말라고 한다.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나 노로바이러스, 그 밖의 다른 바이러스를 직접 퇴치하는 약은 없다고 한다. 그럼 그동안 우리 아이에게 무슨 약을 먹였더란 말인가...
결국 저자는 먹든 먹지 않든, 별 차이는 없다고 한다. 그저 약간 도움을 줄 뿐.

저자가 소개하는 조언을 읽으며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의 반대를 말한다. 감기약 항상 먹이고, 시판 중에 판매되는 종합 감기약 역시 걸핏하면 먹였다. 면역력인 취약한 아이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아이들에게 적어도 3세까지 많은 병원체를 만나 그것을 얼마나 잘 극복해 가는지가 중요하지, 조금 아프다고 병원에 가서 약 처방받고 먹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병원이 돈을 벌려면 약을 처방해야 하므로, 그걸 잊지 말라는 이야기도 한다.

약 처방 및 질병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고, 기본적으로 아이를 양육하며 알아두어야 할 유용할 팁들도 많이 있다. 알고 있으나 실제 실천을 못하고 있는 부분을 읽으며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며 아이들을 더 챙겨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쌍둥이를 둔 소아과 의사선생님이 직접 들려주는 솔직한 건강이야기, 그중 약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식사 습관에 대한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꼭 한번 읽어보며 각인을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