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에 울이 있다 - 4학년 2학기 <국어> 나 교과서 수록도서 푸른 동시놀이터 6
박방희 지음, 김미화 그림 / 푸른책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방희 동시조 모음집을 아이와 함께 만나보았다. 사실 좀 당황스러웠던 점은 우리 아이가 동시는 재미가 없다고 안 읽겠다고 거부를 해서였다. 어떠한 장르이건 간에 다 받아들이는 줄 알았는데, "동시는 재미없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걸보고 아이들도 벌써 장르에 따라 편독을 하기 시작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 아들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어른인 나도 동시나 시를 접할 때면 어렵게만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오히려 동시는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르의 분야고, 소설이나 동화처럼 길지 않고 짧지만 매력 있고 노래 가사 같고 여운이 남는 것이라 설명을 하며, 짤막짤막하게 아무 곳이나 펼쳐서 한 편씩 읽어주었다. 

<우리 속에 울이 있다> 동시 중, '사과'라는 시가 있다.

사과
사과는 몸에 좋고
마음에는 더 좋은 약

오해가 이해로
서먹함은 다정으로

사과를
주고받으면
사이가 더 좋아져요.

사과 그림도 너무 예쁘고, 사과란 단어로 동시를 만든 내용을 함께 읽으며, 이렇게 감칠맛 나는 글이 바로 동시라고, 마치 이 동시가 노래 가사 같고 짧지만 강하다고 설명을 하는데, 어느 정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사과'라는 동시를 시작으로, 이리저리 살피며 몇 개씩 읽고 덮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내도 최근에 읽는 시집을 꺼내 들었다.

동시를 곁에 두고 매일 접하고 있는 요즘,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 숙제 중 독후 활동이 있는데, 어떤 책을 읽고 독후 활동으로, 줄거리 쓰기, 주요 장면 그리기, 동시 짓기가 있었다.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초등학교에서 독후 활동으로 동시 짓기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림을 그리거나 줄거리를 썼을 아이인데, 동시를 짓는 것을 보고 뭔가 이 <우리 속에 울이 있다>를 읽은 후 아이가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시조집 뒷면에 수록되어 있는 인터뷰나 시인의 말 때문이었을까. 뭔가 아이의 인식을 바꾸어 줄 필요성이 느껴졌다. 뉴베리 상을 수상한 한국계 민국인 린다 수 박이 출간한 영어 동시조집인 <Tap Dancing on the Roof:Sijo>가 있는데 그녀는 캐빈 오록이 펴낸 <The Book of Korean Shijo> (Harvard University Asia Center, 2002)란 시조 창작 이론을 참고했다고 한다. "이처럼 절묘한 접점은 문학과 문화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더욱이 한국 전통 시가 형식 중 가장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시조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pg87 시조의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굉장히 뿌듯한 마음이 들게 한다.

초등학교에서 동시조 교육이 있어야 합니다. 저학년 때부터 동시조 읽고 쓰기 수업이 시작되고 고학년 때까지 이어지면 우리 고유의 민족시는 자연스레 국민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교과서에도 동시조가 대폭 실리고 동시조 창착도 활발해지겠지요. 또한 아이들이 읽지 않으면 어른들 먼저 읽게 하면 어떨까요. 어른들이 읽고 빠져들면 자연히 아이들도 따라 읽고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pg89

문학과 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나 역시 시, 시조, 동시에 대해 이해나 소양이 깊어지는 독자가 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