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공부방 - 평생 경력단절 없는
임보라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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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라 선생님의 <평생 경력단절 없는 엄마의 공부방>을 만나보았다. 경단녀, 워킹맘, 전업맘, 맘충, 승포맘... 책 첫 장부터 저자가 나열하는 뭔가 짠하고 억울한 느낌인,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된 여자를 향한 단어들을 읽으며 살짝 울컥하게 된다. 어쩌면 저자의 의도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살짝 희망이란 단어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해외 유학 10년 이상하고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편했던 시절, 그 당시 기업에선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뭐 그런 이상한 상황이 있었고, 혜택을 맘껏 즐기던 시절이, 아이를 낳기 전까지 그런 시절을 누릴 때가 있었다.

아이를 낳고 한국의 정말 말도 안 되는 업무시간과 스케줄로 인해 아이가 점점 힘들었던 시기에 엄마는 아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었다. 직장맘이 아닌 것에 감사할 때도 상당히 많지만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리던 내가 하루아침에 아무 소속감 없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아 괴로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좋은 친구들의 후덕한 덕담들로 인해 지금까지 잘 견디며 아이들의 재롱을 보며 지내는 것 같다.

첫째가 점점 커가면서 더 여유로운 시간이 많이지고 아이에게 엄마표 영어교육을 시키며 자녀 영어교육에 더 관심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놀이터에서 만나는 동네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쳐달라고 요청이 들어왔고 조심스럽게 6명 정도 아이를 받아 어쭙잖게 과외도 아닌 공부방도 아닌 상태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향상되는 것에 대한 보람이 매우 컸다. 유학시절 미국에서 쓴 돈을 생각하면 우리 한국에서 지내는 아이들도 미국에 방문을 마치 한 것처럼 영어를 구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도 컸다. 그러던 중 둘째 임신과 출산을 동시에, 그 공부방은 해체가 되었고, 지금은 또다시 무직인 상태이다. 다시 공부방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보다, 혹 나는 나태해서 모든 것을 다시 그만둔 건 아닐까, 다시 회상해보니 아이들이 더 늘지 않고 소규모로 밖에 운영이 안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란 생각도 들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역시 난 저자보다 열정이 부족하긴 했던 것 같다. 내 시간이 더 중요했고, 자만심도 있었다. 시장 조사 및 운영 방침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홍보, 그런 건 생각도 안 했다. 그것이 문제였을까? 물론 가장 문제는 나의 출산이긴 했지만...

책에는 그럴싸한 모든 답이 있다기보단 공부방을 운영하며 생겼던 고민, 해결방안, 저자의 의견과 철학이 담긴 책이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던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특히 임보라의 One Point 멘토링 레슨 부분에 질의응답이 있는데, 매우 유익하다. 공부방을 준비하거나 현재 운영 중인 사람들에게 좋은 조언이 될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공부방은 재능기부가 아니라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생각을 구체적으로 안 했던 것이 나의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만약 공부방을 다시 운영할 계획이라면 앞으로 주의할 점, 고려할 점 등을 심도 있게 고려한 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어, 너무 어렸을 때부터 공부해도 문제지만 너무 노출이 안돼도 문제가 되는 것 같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영어를 너무 학문적으로 다루고 시험이라는 체계를 통해 검사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영어를 그 나라의 문화, 언어 소통의 수단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영어울렁증이 생기지 않을 것인데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경력이 단절되고 집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단지 돈을 벌고 싶어서 공부방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으로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에 대해 깊게 고민을 하고, 평생을 업으로 삼아도 가슴 뛰게 기쁜 인일에 대해 고민하는 유익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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