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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개인적으로 역자를 만나 더 특별한 책이다. 어떤 내용일지 너무나도 기대를 많이 하며 책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도 했다. 은은한 빛깔의 책표지, 한 남자아이의 뒷모습, 하늘에 있는 연을 보며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직접 연을 날리고 있는 것일까? 아련한 색상을 담은 책표지의 디자인을 보며 소설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은 나오키상 수상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이며 일본 드라마 <아침이 온다>의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는 일본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일본의 대표 작가라고 한다. 역자 이정민씨와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역자는 "이번 달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당신에게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라는 한 도쿄 서점의 문구를 통해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을 만났고 그 후 그녀의 매력에 빠져 작품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아침의 온다>라는 책 역시 책을 항상 가까이하지 않아온 사람이더라도 쉽게 책 읽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 인물의 심리를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만의 시선으로 잘 묘사되어 있어 어떤 면에서는 독자들이 책을 통해 위로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나와는 다른, 나는 어쩌면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이 다른 이들에겐 간절히 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것 같다. 사토코와 그의 남편 기요카즈는 무정자증으로 인해 아이를 갖지 못한다. 베이비 배턴이라는 한 기관을 통해 아사토라는 아이를 만나 입양을 하여 키우게 된다. 중학생이던 히카리는 아이를 낳고 아이를 떠나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사토의 친모라고 주장하는 여인이 집을 방문하며 돈을 요구한다. 이 여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자신이 아사토의 친모인 가타쿠라 히카리라는데 진실일까? 행방불명이 되었다며 경찰이 찾아오기까지 하는 그녀는 누구일까? 아이를 갑자기 돌려달라고, 아니면 돈을 달라며 협박을 하던 그녀가 정말 친모가 맞는 걸까? 나 역시 기요카즈처럼 그녀의 정체가 매우 의심스러웠다. 실제 친모가 남긴 친필 편지를 내보였더니 자신은 친모가 아니라며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채 집을 나와 다시 방황을 하게 되는 이 모든 상황이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실제 아이를 입양하고 키우며 입양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아이에게도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고 양육을 한다는 설정이 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점점 내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보니, 미국인이 굳이 동양인 아이를 입양해 키우거나 백인이 흑인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처음에는 왜 "입양한 아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것을 알면서 저렇게 누가 봐도 다른 피부색을 가졌기에 입양을 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며 키우는 것일까?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꼭 그렇지는 않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배 아파 낳은 자식도 키우기 힘들다고 징징대는데 가슴으로 낳은 자식을 이렇게 성실히 훌륭하게 키우는 모습을 보며 살짝 반성을 한다. 나 역시 "제대로"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생각에 우리 아이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각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며 내면의 갈등, 심리묘사가 훌륭하게 되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훈훈해진다. 생모가 아이를 낳아 준 덕분에 입양할 수 있었다며 생모까지 포함해서 한 가족으로 여기는 가정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 역시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생각에 나 역시 넉넉한 마음씨를 가져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책, 재미있다. 읽는 내내 이상하게 가슴을 졸이긴 했지만 아마 인물들의 심리를 내가 모두 알 수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너무나도 쌀쌀한 가을, <아침이 온다>를 읽으며 겨울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해를 가리려고 아기들에게 씌운 연분홍빛과 물빛 모자를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Pg119
죽은 자식 나이 세기라는 속담을 듣는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말해 봐야 소용없는 과거의 일을 후회할 때 쓰는 말이다. pg 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