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정이 넘치는 사랑이 있기도 하지만 상대를 위한 배려가 오롯이 사랑으로 담긴 100도가 아닌 36.5도의 사랑 이야기를 만났다.

이야기는 모니카가 리노에게 곧 결혼을 할 거라는 통보와 함께 시작된다. 리노보다 7살 연상인 모니카,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지만 세속적인 세상에서 나이 차이를 극복하기란 여간 어렵다. 신학대학에 가려 공부하는 리노를 리노의 어머님의 부탁으로 모니카는 의과대학에 진학할 것을 장려하고, 리노를 자신의 목장으로 데려와 공부를 도와준다. 모니카 역시 결혼을 하기로 했던 준걸이 있는데 완전 세상 둘도 없는 나쁜 남자, 파혼을 했음에도 자꾸 모니카 주변을 돌며 괴롭힌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에 욱하는 마음마저 든다.

마음에 이미 상처가 있는 모니카, 불붙는 사랑을 간직한 리노, 그들의 나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 모니카는 결혼을 하고 리노가 모니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나쁜 준걸을 막아주는 일 뿐이다.

7년 먼저 떠난 리노의 누나가 부활이라도 한 듯 모니카가 리노의 가족에 다가왔고, 리노 역시 모니카의 부모에겐 먼저 떠난 아들뻘이라도 되는 마냥 대해준다. 아무리 그래도 고3과 7살 연상 누나와 한방에서 같이 자는 설정은 좀 비상식적이라고 생각을 했다. 

각자의 인생을 걸어가며 봉착한 새로운 인연들, 리노와 모니카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각자 리노의 입장에서, 그리고 모니카의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간혹 한 사람의 입장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어 상대방의 생각이 궁금했던 소설이 몇 있어서 <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이 점에서 명쾌했다.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는, 윤리적 사랑은 무엇이고 순고한 사랑은 무엇일까? 과연 모니카와 리노가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사랑의 결실을 맺었으면 어땠을까? 

어찌 보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서로를 사랑했다. 그저 방법을 표현할 줄을 제대로 몰랐을 뿐. 파혼을 하고도 모니카 주변을 맴도는 준걸도 마음의 병으로 인해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시몬과 아녜스.

잔잔한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자 김홍신의 말처럼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라는 말처럼 추억과 상처를 끌어안는 영원한 사랑의 향기를 맡아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