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 없이 시로야마 사부로의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를 만났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작가가 집필하다가 작가 역시 완성을 하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나 둘째 딸의 도움과 편집장의 도움으로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소개가 눈에 끌렸다.
매일 으르렁대고 사는 울 신랑과 사별을 한다면?이라는 생각에 아직은 어리지만 먼 미래에 겪게 될 이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고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 같다.
짧은 편지처럼, 짧은 메모처럼, 에세이를 엮은 책같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읽기도 수월하고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너무 감정이 과하지 않은, 잔잔한 호수와도 같이 글이 써내려진 것 같다고나 할까.
저자의 글을 읽으며 일본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도 대략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재미도 있었다. 선남선녀의 혼수 이야기, 작가의 50년 동안 지속된 스터디그룹 이야기, 무엇보다 저자가 어떻게 아내 요코를 만났고, 이별을 했으며 재회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아름답다.
최근 읽은 소설들이 너무 삭막한 세상에 대해 들어내는 책이거나, 추리소설, 불륜, 이혼, 우울증 등 슬프고 마음 아픈 이야기만 만나서 그런지,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를 읽으니 이렇게 마음에 평온이 찾아올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며, '그래~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아름다운 거지~' 란 생각이 절로 난다. 남편에 의지하고 아내를 사랑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슬프게도 먼저 반려자가 떠나더라도 남은 자는 먼저 떠난 사람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란 생각이 든다. "살아 있을 때 서로 잘하자"란 뜬금없는 얘기를 남편에게 툭 던지기까지 했다.
지금 현실이 너무 행복하고 사랑이 충만하다면 너무나도 다행이지만, 혹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을 읽으며 사실 나도 이렇게 서로 위해주며 살 수 있는데... 란 용기를 얻게 된 것 같다. 요코와 저자의 이별은 정말 너무 아름답기까지 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특히 아내 없이 7년간 홀로 버티며 살다가 급성폐렴으로 건강이 안 좋아진 저자가 떠나기 전에, "엄마는?"이란 말도 소름이 끼쳤다. 나도 시간이 더 많이 흘러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그런 애잔한 마음이 들까? 신랑한테 꼭 읽고 싶다며 신랑이 손수 사주었으면 한다고 했던 책인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을 생각하니 너무 부끄럽고 신랑한테 마냥 미안한 마음도 생겼다. 그 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한 인생, 너무 신경 곤두서며 살 필요 뭐 있나.. 싶은 생각이 마구 들게 하는 책이었다.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누군가의 인생을 보며 나의 마음에도 평온이 찾아온다. 인생을 아름답게 그리고 뜻깊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