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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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닷컴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논픽션 1위, 빌 게이츠와 소설가 김훈이 추천한 화제의 책이라는 엄청난 수식어가 붙은 『힐빌리의 노래』를 만나보았다.

논픽션이라기에 처음에는 저자 자신의 인생 성공 스토리 쯤을 쓴 자서전일까란 생각했다. 프롤로그 첫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고백을 먼저 하며 시작하는 책이라니. J.D. 밴스는 서른한 살밖에 안되었고 대단한 일을 이루어서 책을 쓴다기보단 뭔가 꼭 책을 써야만 한 그만의 이유가 있어서라기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면서 자서전과 회고록의 차이가 뭘까? 생각해보았다.
찾아보니, 회고록은 특정 사건에 대해 쓰는 거고, 자서전은 자신의 일대기에 대해 전체적으로 쓰는 거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 자서전이 아닌 회고록이란 말을 쓴 이유는 자신의 생애를 서술하기 위함이 아닌 '힐빌리',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인듯싶다.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성공의 이면에 약물 중독에 빠진 엄마, 그리고 그녀의 여러 남자들, 양육권을 포기한 아빠, 가난, 가정 폭력, 우울과 불안, 사회적 소외감과 무관심에 대해 솔직하게 폭로?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붕괴, 가족 해체, 미래에 대한 체념, 소외와 가난이라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서술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이 일들이 비단 미국에서만 있는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쓰름해졌다. 저자의 나이를 보니 나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에 진학을 했을 텐데 미국이라는 같은 나라 안에서 정말 다른 인생을 살았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J.D. 밴스가 잘 자라주어 말이다. 저자에게 물질적 빈곤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목표의식의 부재라는 정신적 빈곤이 더 컸다는 말에 너무 놀랐다. 여전히 빈곤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정의 문화, 건강한 가정의 중요성에 또 한번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와 밥 아저씨를 보면서 나는 부부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배워 나갔다. 내가 배운 방법이란 이런 것들이었다. 고함을 지를 수 있을 때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는 말하지 않는다, 싸움이 격해지면 남자가 먼저 때리지 않는 한 따귀를 때리거나 주먹질을 해도 된다, 감정 표현은 항상 배우자에게 모욕이나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한다,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을 때는 아이들과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의 모텔로 가되 배우자에게 행선지를 알리지 않는다. 배우자가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되면 걱정을 덜 하게 되므로 가출의 효과가 떨어진다. pg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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