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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모리미 도미히코를 교토의 천재 작가라고 한다. 올여름 더위를 가시게 할 서늘하고 기묘한 밤의 여행이 시작된다는 책의 부재와 겉표지 그림이 매우 고풍스럽고 멋져서 작가에 대해 또는 책 내용이 대략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른 체 책 읽기를 시작했다.
책 제목도 야행인데, 당연히 밤에 읽어야지! 싶은 마음에 밤에, 모든 식구들이 잠든 후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 파악하고 이야기 내용에 점점 빠져들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쫘악 끼쳐서 읽던 책도 중단하고 숨을 고르 쉬었다. 모랄까 실질적으로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것은 전혀 아닌데 왜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을까. 작가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알듯 모를 듯 작가의 리드에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어느 순간 퍼뜩 스파크가 생기기도 했던, 최근 책을 읽으며 경험해보지 못한 묘한 분위기의 책을 만났다.
얼마나 오싹했으면 읽던 중, 너무 무서워서 '아무래도 안되겠어, 난 낮에 봐야겠다.' 하고 책을 내려놓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밤에 소나기와 천둥번개까지 쳐서 나의 오싹한 기운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처음 이야기부터 무서웠던 것은 아니다. 어떤 내용의 책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어리둥절 이야기를 따라갔다. 두 번째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를 읽는데, 점점 이야기는 미궁 속으로 빠지고 현실과 마경, 현재와 과거를 드나들며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많은 책들이 그렇겠지만, 이 책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싶다면 스포일러를 조심해야 할 듯싶다. 나 역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가면서 많은 조각 파편들이 퍼즐 맞추듯 맞춰져 갈 때의 기분 또한 잊을 수가 없다. 끝으로 옮긴이의 말은 3쪽밖에 안되는데 정말 이 3쪽이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점 또한 너무 독서의 즐거움을 한층 높인 것 같다. 다 읽고 나니 그렇게 무서운 책은 아니었다. 무섭다는 표현보다 기묘하다는 말이 더 알맞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반응 중 "기묘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했다. 책 내용 속으로 휘리릭 빨려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작가의 펜힘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 책의 제목인 <야행>의 야행 열차를 혹은 백귀야행을 떠나보길 적극 추천한다. 더불어 이 책은 꼭 밤에 혼자 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