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결혼생활 - 제멋대로 섹시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나우리 지음 / 이야기나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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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거의 10년 차, 정말 산전수전 공수전까지 다 겪은 것 같다. 유학생활을 10년 이상해서 외국물이 제대로 든 나, 한국에서 착실히 자라온 신랑과 회사에서 만나 어리바리 결혼이란 걸 했다. 왜 그랬을까?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을 한다. 다 내 업보지~ 로 끝나는 결론. ㅋㅋ

제목부터 흥미가 갔다. 프랑스식 결혼생활이라... 프랑스 작가들을 좋아해서 프랑스는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고, 나 역시 타지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외국인과 생활을 많이 했던 찰나에 결혼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여전히 한국인이 끌렸고, 정에 끌려 지금 이 시점까지 되었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외국인과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어찌 보면 나 역시 경험할 수 있었을법한, 하지만 선택을 안한 길이기에 더 궁금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연애든 결혼이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든 주체는 내가 돼야 되고 상대방은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주변에서 정말 협조를 안 해서 내 삶을 불행하게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을 견뎌내고 살아가느냐 뛰쳐나가서 새로 개척하느냐는 나에 달렸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옳고 그른 것은 없다. 그저 선택과 그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란 것을 더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을 한 저자 3명, 나금, 우경, 이나의 어린 시절의 모습, 결혼할 당시의 상황, 그리고 결혼 후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당차고 유머러스하고 솔직 담백한 모습에 정말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느꼈다. 어두운 과거가 있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모습에 불쌍하다는 생각보다는 우리네 역시 그와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다 해봤고, 느꼈고 이겨냈고, 그러므로 우리가 여기 이 시점, 현재 시점에 있노라 생각이 드는데 동질감마저 들었다.

미국에 어렸을 때 어리바리 열정 하나로 가서 공부를 하며 언어적 충격, 문화적 충격을 받았으나 한국으로 자존심으로 인해 돌아갈 수 없어 버티고 버텼던 나의 유년 시절이 많이 생각났었다. 동양인이고 영어를 못해서 괜히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면 더 가시를 돋아 상대방을 어떻게든 이겨야 했고 월등히 뭐든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춘기 시절을 제대로 겪지도 못하며 자랐던 나 자신이 문득 생각이 났다.

과거가 어쨌든 과거로 인해 현재 내가 있다는 말이 참 와 닿았다. 과거의 나의 모습이 좋던 싫던, 어떤 이들을 만나 내가 어떻게 변했든 간에 나 역시 운명적으로 지극히 한국인 남편을 만났고 어리바리 6개월의 연애 이후 결혼을 해서 지금까지 살아오는 것을 보면, 인생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자유분방하고 나 스스로의 자존감,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었는데 이렇게 변했다니.. 란 생각을 하니 다소 씁쓸하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를 가꾸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뭔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괜찮다며 스스로는 스담스담해주는 시간도 가졌다.

이 책 속의 세 명의 여자를 만나며 이야기를 들으니, 나 역시 봇물이 터진 듯 나의 이야기가 너무 하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나 스스로에게다. 괜찮다, 잘 살았다, 노력했다, 수고했다. 앞으로 괜찮아질 것이고 더 괜찮아질 일만 남았노라고.

모든 인간들이, 더 좁게 말하자면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선 억압받고 힘들게 결혼생활을 하지 않나 감히 상상해본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해 나갈 것이며 이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이며 실천할 것이다. 더불어 현명하고 슬기롭게 재미있고 활기차게 결혼생활을 하려 노력할 것이다. 남편이 프랑스 인이던 미국인이던, 한국인이던 말이다. 프랑스의 시댁을 아름다운 시댁이라는 어휘가 참 인상적이었다.
 
동화책에서 행복하게 평생 살았답니다~는 동화 속 이야기이고, 결혼생활을 그럴 수 없다. 가치관에 대해 서로 논쟁하고 맞추고 개선하고 서로 이해하지 않으면 참 힘든 것이 결혼생활이다. 프랑스식 결혼생활을 통해, 외국인과 살면서 느끼는 우리 한국인 친구들을 바라볼 수 있었고, 비로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안도가 되었고, 나 또한 이들처럼 잘 살아야겠노라고 생각이 드는, 만 가지 생각이 교차되는 책이었던 것 같다.

결혼생활은 결국 두 부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 모든 한국 남자들이 똑같지 않듯, 모든 프랑스인들이 똑같지는 않다. 물론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비슷한 부분을 찾을 수 있지만 말이다. mankind, 남자라서 보여주는 성향은 국적을 떠나 비슷하려나? 이 책을 통해 내 가정의 소중함을 오히려 더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지은이인 저자 나우리를 응원하든, 나 스스로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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