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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투성이 제아 ㅣ 이마주 창작동화
황선미 지음, 최정인 그림,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7년 6월
평점 :
우정, 자아, 성장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일투성이 제아』를 읽었다. 초등학교 4, 5, 6학년이 읽으면 좋겠다고 추천하지만, 이
이야기는 어른인 나에도 너무 재미있고 유익했다. 실제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관계라는 건 어리든 어른이 되든 여전히 어려운 것이란
걸 새삼 또 생각하게 한다.
『일투성이 제아』를 읽으며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나의 유년시절, 친구가 인생에 전부인 줄 알고 지냈던 순박했던 시절이 떠올랐고, 부모와의 갈등에서 내가 느꼈던 점에 대해 새삼 기억이
떠오르며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나에게 대했는지, 잊고 살았는데 잠재의식 속에서 하나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이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의 관계, 마지막으로 내면의 나와의 관계도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암에 걸렸으나 암을 치유하는
데 마음을 쏟기보단 문화센터에서 벨리댄스를 배우기로 결정한 할머니, 항상 바쁜 보험회사 직원 아빠, 외벌이가 힘들어 가게를 오픈해 너무 바쁜
엄마, 쌍둥이 동생과 남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첫째 딸 윤제아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처음에 제아의 현실에서 견뎌내야 하는 일들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 나도 부모지만 부모가 너무 했다 싶을 정도로. 하지만 또 현실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어쩌면
제아가 있기 때문에 엄마도 돈을 벌겠다고 결정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챙기는 일을 힘들어하지만 맏딸로서 꿋꿋이 해내는 과정 중에,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생겨나는 작은 일들을 통해 친구관계, 우정에 대해 고민을 한다. 어쩌면 우리 어른들도 다 한 번쯤 경험을 했던 것들을
말이다. 문제는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성장을 해 어른이 되어 아이 어른처럼 대인관계를 너무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아직 덜 성숙하다고 해야 하나. 이런 관계들 속에서 갈등을 겪고 아파하고 사람들로 인해 치유되는 과정이 어찌 보면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싶다.
친구도, 가족도, 사랑하는 이들도 다 나 같지 않아 생각도 가치관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 가고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것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잠재의식 중에 묻어놨던 상처들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제아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우정을 쌓고 한층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제아와 같은 고민과 생각, 경험을
하며 성장하겠구나를 생각하니 귀엽기도 했다.
내용은 너무
순수하고 솔직하고 신중하다. 제아의 경험을 통해 이 책을 읽는 우리 아이들의 생각도 성장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긍정적이고 사춘기 시절을 자아
형성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 많은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모도 함께 말이다.
엄마 아빠가 돌아가며 묻고 또 물었다. 나를 속속들이
파헤치려고 말이다. 나쁜 애들이랑 어울리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며 마로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놨지만 나는 입에 자물쇠를 채워 버렸다. 사실대로
말해 봐야 잔소리만 더 들을 거고, 잘못한 주제에 밥까지 먹는 건 양심 불량이니까. 효과는 좀 엉뚱했다. (중략) 얻어맞은 등짝보다 배고픈 게
더 괴로웠다. pg99
엄마들은 다 그래. 성공이 전부인가. pg103
아이들은 자기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엄마들은 자기
자식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
pg113
혼자 걷는 건 참 슬프다. 불쌍한 애 같고 남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만 같다. 수연이랑 워낙 친했을 뿐, 내가 외톨이는 아니다. 나에게 수학 문제를 묻는 친구도 있고, 장난치고 싶어 하는
남자애들도 있으니까. 모둠에서 나는 중심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왜 계속 혼자라고 느껴지는지. 물론 수연이 때문이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중략) 아마 자존심 때문인가 보다. 자존심이 상해서 이렇게 속상한 모양이다.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우정이 아니라 자존심 때문이라면
우리가 진짜 친구였을까. 어쩌다 이런 생각까지. 난 정말로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건 맞다. pg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