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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작품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래요>로 처음 만났다. 그 후 그의 작품을 하나둘 만나보았다.
이번 신작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기존에 만났던 두꺼운 소설과 첫인상부터 사뭇 달랐다. 우선 책의 두께가 현저히 얇았고 책에 담긴
글이 매우 간결하고 깔끔했다. 기존 책이 지저분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 책들은 여느 소설책스럽게 생겼는데, 이번 책은 뭔가 시적이고 산문 같은
느낌을 느끼게 하는 소설책인 것 같았다.
책의 도입부를 읽으며 프레드릭 배크만의
생각을 읽어내려 노력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무슨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것일까 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래요>에서도 그랬지만,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찾는 것도 재미있다.
어른들은 화만 내고, 웃는 건 어린애들이랑 노인들뿐이잖아요. pg 72
어린 노아노아의 말처럼 어느새 나도 화만 내는 어른 인건
아닐까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노아노아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할아버지와 서서히 이별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역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구나, 틀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다 함께 공존하고 있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수학을 좋아하는 할아버지와 노아, 글을 좋아하는
테디와 노아의 딸, 그러면서 우리 가족을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아들이 가족에 대해 설명하는 책자를 만들었다. 가족의 특징을 작성하는
부분에 할아버지는 잘 웃는다라고, 엄마는 동생을 잘 돌봐준다고, 그리고 아빠는 화를 잘 낸다고 썼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학교에서 정말 아빠는
화만 내는 사람인 줄 알겠다란 생각에 우리 아이의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보기 전에 남의 이목부터 걱정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저를 잊어버리면 저하고 다시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건 꽤 재미있을 거예요. 제가
친하게 지내기에 제법 괜찮은 사람이거든요. pg134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현재를 살고 있다. 또한 지금
현재 젊은 나는 노인이 되지 않을 것처럼 나이 든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우리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해야 맞고, 지금은 건강하고 젊지만 늙고 병들고 어쩌면 정신이 혼미해질 수 있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에 지금 내 주변에 병들고 늙은
사람들을 돌봐주어야 할 것이다.
최근 노인학대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더 슬픈 건
가해자는 거의 대부분이 가족, 그것도 아들이라는 것이다. 부모는 아들의 폭행에도 행여 아들에게 누가 될까 봐 아들이 폭행을 한 것이 아니라 거짓
자백을 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 기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글을 읽는
내내 할머니와의 추억을 기억하는 할아버지, 기억의 끈이 희미해지는 할아버지,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 손주, 그리고 그 손주의 딸을 생각하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기주의 <말의 품격>에서 생을
마감하는 환자들 중 마지막 유언이 "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한다. 며칠째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방황하다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
손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가족에게 손 한번 마지막으로 잡아달라는, 인간의 고질적인 외로움과 가족의 따뜻한 손길을 갈망하는 인간에 대해 생각이
들었다.
너무 정신없이 살기에 급급해하지 말고 삶에 여유를 조금 더 가지면서 배크만의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