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철학자
도마노 잇토쿠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저자 도마노 잇토쿠의 특유의 말투와 솔직 담백한 입담으로 책을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었다. 설마 진짜? 그런 일을 했었어? 그렇게 생각을 하고 그런 병까지? 이런 생각을 줄곧 하며 어쩌면 누군가는 숨기고 싶은 일들도 스스럼없이 폭로하는 느낌마저 드는 책이었다.

이 책은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던 저자가 철학을 만나 삶의 변화되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철학의 전반적인 이해,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도움을 받는 방법에 대해서 논한다.

나이도 아직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80년생), 벌써 저서가 꽤 되는 것을 보니 생각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분이 맞는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들을 철학적으로 접근해서 설을 풀어나가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어릴 때부터 철학자』인가 보다.


저자가 성경책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 나 역시 저자와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점에 공감을 백배하게 되었다. 성경 안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하느님이 시키는 것을 목격하며 나 역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기이한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이런 종교,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야!"하고 완곡하게 거부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많은 물음표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좋은 말씀은 귀 기울여 듣자는 마음은 있지만 열정적으로 믿고 따르기엔 내 마음에 불신이 크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든 슬픈 이유를 찾는다. 무슨 말을 들어도 상처를 받는다. 그들을 불쌍히 여기면 모욕을 받았다고 느끼고 구제받기 어려운 불행처럼 생각해 버린다.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으면 이번에는 자신에게는 이제 친구란 없고, 이 세상에 홀로 남은 외톨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pg163
19~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Alain) <행복론 Proposur le bonheur> 중에서


괴테의 작품 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나 역시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 책이 '어디에 감동할 곳이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였던 것 같다. 이 정도로 우울한 사람의 마음을 잘 그린 말이 없다지만 난 크게 감동이나 공감, 이해를 못했던 것 같다. 저자는 책 내용 중에 한 대목을 소개하지만, 여전히 난 잘 모르겠다.

친구여, 사실 난 내 기분을 억누르기가 어려울 때도 이런 사람들을 보면 마음의 소용돌이가 가 앉는다네. 이들은 어려운 처지를 감수하며 평온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가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아도 "아아, 겨울이 오는구나."하고 생각할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절망의 달인 키에르케고르,
인간을 너무나 잘 알았던 헤겔,
남다른 천재 루소,
르상티망의 영혼 니체,
이성의 정밀기계 칸트
그들은 모두 중 2병이었다!


유쾌하게 때로는 안타깝게 이 책을 읽은 것 같다. 역시 인간은 나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질문을 하며 살게 되는 것 같다. 철학에 관련된 책을 최근 들어 많이 읽고 있는데 저자처럼 인생이 180도 바뀌었을 정도로 큰 도움이 된 건 아직 잘 모르겠지만 독서를 통해 삶의 기쁨을 얻은 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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