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탈리 아줄레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누드 재본으로 소장하게 되는 책이 이번이 2번째다. 원래 프랑스 책이 보통 이렇게 출판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누드 재본 책 모두 프랑스  저자의 책이다.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이 한껏 더 서정적으로 느끼고 아껴주고 싶게 만든다. 만지면 언제라도 부서질 것 같아 조심조심 책장을 넘기게 된다. 물론 마감 처리나 작업이 잘 되어 있어 부서질 일은 없겠지만.

저자 나탈리 아줄레의 『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2015년 공쿠르상, 페미니상 최종 후보작이었고, 메디치상을 수상한 수식어가 화려하게 붙은 책이었다. 프랑스 3대 문학상이 주목한 작품이라니 실로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 문학작품일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초반부에 책을 읽는데 프랑스 소설은 이번이 2번째여서 인지 여전히 낯설었다. 티투스는 그의 합법적인 아내이자 자식들의 어머니인 로마를 떠나지 않기 위해 베레니스를 떠난다. 티투스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데 다시 아내에게 돌아간다고 결정한다. "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고 그래서 그녀를 떠난다"pg9 서문부터 슬픈 이별이 펼쳐진다. 1세기 로마 황제 티투스와 유대 공주 베레니스 이야기이다. 티투스는 로마 백성들이 반대해서 사랑하는 베레니스를 버리고 황제가 되었다고 한다. 베레니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충격을 스스로 극복하고자 장 라신의 작품들을 찾아 읽기 시작한다. 그녀의 책장에는 『앙드로마크』, 『페드르』, 『베레니스』 가 있다. 그녀는 읽으며 아래와 같은 문구를 찾아낸다.
"언제나 슬픈 포로가 되어, 나 자신에게 성가신 존재가 되어 끊임없이 증오하고, 언제나 벌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나를 아프게 하고, 나를 해치고, 또 해치려고 획책한다." "나는 카이사레아를 오래도록 떠돌 것이다." 그녀는 분노, 버림받은 느낌, 긴장감 같은, 자신의 굴곡진 기분과 어울리는 시구를 언제나 찾아낸다. pg13

프랑스 문학에 배경지식이 없어서, 책을 읽다 "장 라신"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장 라신(Jean Racine)은 17세기 코르네유, 몰리에르와 더불어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한다. 1600년대는 라신뿐 아니라 프랑스 고전주의에 가장 중요한 시기였으며, 바로크 양식, 즉 환상, 모험, 기분 등의 풍조와 싸웠다고 한다.

슬픔에 빠진 베레니스와 함께 장 라신의 이야기에 들어와 그의 고뇌와 아픔, 혼란, 사랑 등에 대해 느끼게 된다. 다소 낯설지만 신선하고 몽롱한 기분을 들게 하는 책이었다. 최근에 읽은 책들과는 느낌이 매우 다른, 단연 새로운 문학을 경험한 느낌이다.

만약 그(장 라신)가 여자들의 사랑에 관해 어떻게 감동적인 시를 쓸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면 티투스가 왜 그녀(베레니스)를 떠났는지도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시작과 함께 책을 읽는다. 실연당한 모든 여자의 이름으로 대변되는 베레니스가 장 라신을 통해 위로를 받고, 21세기에 사는 모든 베레니스들은 저자 나탈리 아줄레를 통해 위로를 받을 것이라는 책 설명에 공감이 된다.


A는 절대 B를 사랑할 수 없지만 반대로 사랑받을 수는 있다. 상호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 집요함이 어떤 날에는 그녀를 위로해준다. 마치 그것이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 불가능한 반대를 주장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의 불행은 천년의 행렬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녀가 행복했더라면 그녀는 하나의 예외가, 괴물이 되었을 것이다. 베레니스가 티투스를 사랑하고, 티투스가 베레니스를 사랑한다면. pg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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