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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사색 -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서서
강원상 지음 / 지금이책 / 2017년 3월
평점 :
책을 읽는 내내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한 권을 한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었다. 평소에 생각해봤던 이야기에 저자 강원상의 깊이가 더해져서 그의 문장 문장들이 다 주옥같고 공감되며 글을 읽고 사색에 잠기게 한다. 실로 기가 막히게 잘 지어진 책 이름 같다. 내용 또한 정말 너무 훌륭하다.
사회학적, 정치적, 철학적, 인문학적, 도덕적, 윤리적으로 모든 다방면의 관점에서 현재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 꼭 한번 생각해봐야 할 거리들에 대해 논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인 <어린 왕자>의 내용을 풍자한 글도 와 닿았다.
바오밥나무의 비극을 막고 대한민국이라는 별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평소 세 가지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첫째, 바오밥나무의 씨앗을 알아볼 줄 아는 지혜와 관심,
둘째, 꾸준히 그것을 솎아내고 골라내는 성실함,
셋째, 민주주의란 꽃이 피어날 수 있는 기름진 땅을 만들겠다는 신념.
책 내용 중 인상적인 내용이 너무 많다.
왕과 신하, 백성, 권력 등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고, 직설적이면서도 고급스럽게 솔직하게 풀어낸 요즘 상황들도 매우 통쾌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에 대한 재해석, 친일파, 광화문 집회, 진보와 보수, 지도자란 무엇인가 등등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데 논리적으로 참 잘 정리되어 있고 현실의 바쁨 속에서 잊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최근 읽었던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 책을 기반으로 <공감사색>을 읽으니 나의 의견이 더 많이 수립되고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 정의롭고 바람직한 국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고, 우리나라의 현시점은 어떤지, 앞으로의 방향은 어떤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치는 '인간의 걱정을 없애주는 노력'이길 희망한다. 나폴레옹의 말처럼 '지도자란 희망을 파는 상인'인 듯 당선되면 이행하겠다던 정치인들의 헛된 공약에 그들의 무책임함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덤터기를 써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시점이 너무 슬프다.
걱정의 연속으로 살아 하는 우리들이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월 화 수 목 금요일에 일요일까지 출근을 하고 매일매일 야근을 하는 남편, 미친 대치동 엄마들이 되자니 아닌 것 같고, 안되자니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은 극심한 걱정에 휩싸이는 엄마, 놀기를 원하지만 놀이터엔 정작 친구들이 없고 학원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슬픈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 경제력도 없이 덜컥 둘째 딸을 낳아 그녀의 앞날이 막막하기만 한 요즘 <공감사색>을 읽으니 혼돈의 시대에서 삶을 헤쳐나가야 하는 우리들이, 우리의 잘못인가, 아니면 국가의 잘못인가? 개선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짧은 글이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개인이 사기를 치면 경찰서로 가지만
정치인이 사기를 치면 종종 면죄를 받는다. pg82
면죄를 받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앞으로 정치인도 지도자도 사기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승무원은 결코 서비스직이 아니다"라는 글도 공감이 많이 되는 글 중 하나였다. 2013년 '포스코 라면 상무 사건', 2014 '땅콩 회항 사건', 2015 '가수 바비킴 만취 난동 사건' 등 기내 불법 행위에 대한 기사를 보곤 한다. 2016년 상방기에만 300건이 넘는다니 실로 엄청나다. 글에서 언급된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을 나 또한 숨죽이며 보았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에 더 분통을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비행기의 최초 목적은 하늘을 나는 것, 그다음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너무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어 바비인형 같은 승무원만 고집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그녀들이 실로 위험에 처했을 때 안전하게 승객들을 구출할 수 있을까. 이와 동시에 빈번하게 벌어지는 갑질에 대한 연구결과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실로 우월감과 한정된 공간의 압박감으로 인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2017년 3월에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 중 스튜어디스를 가리켜 '할머니 스타일'이라고 적어 배포했다. 스튜어디스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이 가벼운 농담으로 보기엔 과하다고 생각이 든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으로 인해 거대해진 회사를 운영하는 지도자로써 굳이 그런 농담을 임직원에게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시가총액 5조 억 원이 넘는 회사의 미래가 가벼운 농담을 친구에게 하는 것도 아니고 임직원에게 스스럼없이 하시는 분이라는 점이 매우 실망스러웠다. "가모장제"라는 글을 읽으며 여자 독자로서 쓴웃음을 짓게 하였다. 혹 박현주 회장님은 미래에셋그룹이라는 작은 왕국에서 스스로를 왕으로 자칭하며 임직원이라는 졸개들을 거느리고 사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어쨌든 이건 추측할 수 있겠다. 할머니 스타일의 여직원은 뽑지 않을 것 같다. 그녀가 아무리 훌륭한 인재이고 inner beauty를 지닌 사람이더라도 왠지 미래에셋그룹에선 선택받지 못할 것 같다. 부디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항상 가슴에 품고 계시길 감히 조언 드리고 싶다.
이 밖에도 너무 많은 좋은 글들이 있다. 어지러운 시대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공감사색>을 읽으며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세상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