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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힘
가이 필드 지음, 홍주연 옮김 / 더숲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책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정말 닫힌 머릿속을 열어주는 책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키보드에 점점 더 익숙해지는 요즘 필사, 글쓰기, 캘리그래피가 유행 아닌 유행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당연히 써야 하는 글씨들, 그림들이거늘 요즘은 당연한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아지고 있다. 점점 글을 쓸 일이, 연필을 잡을 일이 줄어드는 요즘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장 연필을 잡고 뭐라도 끄적이고 싶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어떤 글을 쓰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 워드나 파워포인트로 구연해 내지만, 시작은 항상 빈 종이와 연필이었다. 나름의 로직을 써 내려가고 도식화하며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될 때 컴퓨터 앞에 앉아 그려냈었다.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 앞에서 기계적으로 뭔가를 그려내고 써내고 있어 뭔가 아쉬운 생각마저 든다. 이 책을 통해 평범한 연필로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을 수가를 보며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다. 특히 연필 돌리기 부분에 빵 터져다.
사람의 손과 뇌가 기본적인 선이나 모양, 무늬를 인식한다면 연필이 비로소 그 인식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연필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다양한 연필의 종류의 소개부터 만들어지는 방법, 분류 체계, 사용 용도, 그리기 방법 등등 많은 내용이 포함된다. 그중 특히 손 그리기의 중요성 부분에서 손 그리는 방법이 소개가 되는데 따라 그려봤는데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생각보다 쉽게 할 수 있었다. 손가락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포개져 있는 세 개의 원통이라 생각하고 그리면 손가락스러운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요즘 책 만들기에 푹 빠진 우리 아들을 보며 나의 어렸을 때를 회상한다. 흑심이 손가락과 새끼손가락 부분이 검게 되고 뭘 만져도 묻어나서 손을 씻고 오라고 말은 하지만 자기만에 세계에 빠져 히죽거리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니 연필과 종이로 저렇게 행복해질 수 있고 창의적인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니 경의감마저 생긴다. 나도 어렸을 땐 저랬었는데.. 란 생각에 나도 연필을 잡고 뭐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