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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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엄청난 책을 만났다. 작가인 테드 창은 천재구나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하는 SF 소설을 만났다. SF 소설이니 단순 외계인이 등장해 지구를 멸망시키는 진부한 내용의 책이 아니라, 테드 창은 언어, 물리, 종교, 철학, 인류 등 다방면의 소재로 SF, 과학소설을 정교하게 썼다. 그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상상력에 내가 과연 제대로 그를 따라가고 있는지도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왜 그 많은 상들을 받으며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중요한 작품집"이라며 극찬을 받는지 알 것 같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S 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는 총 8개의 중. 단편 소설로 구성된다.
바빌론의 탑 Tower of Babylon
이해 Understand
영으로 나누면 Division by Zero
네 인생의 이야기 Story of Your Life
일흔두 글자 Seventy-Two Letters
인류 과학의 진화 The Evolution of Human Science
지옥은 신의 부재 Hell Is the Absence of God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Liking What You See: A Documentary

먼저 처음 책을 읽으며 아마 읽기 가장 오래 걸린 작품은 <바빌론의 탑>이 아닌가 싶다. 테드 창의 작품의 제일 처음 작품이고 그의 말들을 파악하느라 신경이 곤두서있으며, 그의 글을 머릿속에서 계속 곱씹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설명하는 것은 무엇인지, 탑을 어떻게 사람들이 쌓고, 천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그가 묘사하는 것들 하나하나를 생각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지나가고 올라가는 것인지를 계속 상상하며 내 상상 속의 형체를 수정하며 intense 한 상태에서 숨죽이며 읽었던 것 같다.

야훼의 모든 피조물을 보고 싶어 하게 되었다. 하늘을 우러러보고, 하늘의 물이 담긴 저수지 위에 있는 야훼의 주거란 도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연유로 몇 세기 전 이 탑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하늘에 닿는 이 기둥은 인간이 야훼의 위업을 보기 위해 올라가기 위한 계단이자, 야훼가 인간의 위업을 보기 위해 내려오기 위한 계단이었다. Pg18

우리가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건 야훼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우리는 지금까지 줄곧 그렇게 살아왔고, 우리 조상들도 몇십 세대 전부터 그렇게 살아왔어. 우리만큼이나 의로운 사람들에게 그렇게 가혹한 벌을 내릴 리가 없어.

우리가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한 목적을 위해 일해온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현명하게 판단했다는 보장이 있을까? 인간이 자기 몸을 빚어낸 대지를 떠나 살아가려고 선택한 것이 정말 올바른 길이었을까? 야훼는 한 번도 이 선택이 옳았다고 한 적이 없어. 그리고 지금 우리는 머리 웨에 물이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하늘에 구멍을 뚫으려 하고 있어. 만약 우리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야훼가 우리를 우리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나? Pg39

 

바빌론의 탑. 그 꼭대기에서 하늘의 천장을 뚫고 있는 사내들. 천장 위로 올라갔지만 결국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온 힐라룸. 그러면서 왜 야훼가 탑을 무너뜨리지 않는지, 정해진 경계 너머로 손을 뻗치는 인간들을 왜 벌하지 않는지에 대해 인지하게 되는 부분을 읽으며 이 세계의 원통형 인장 모양을 함께 상상해본다.

세계는 천상과 지상이 서로 인접하도록 어떤 현묘한 방법에 의해 둥글게 말려 있는 것이다. 이 세계를 통해 야훼의 업적은 밝혀지고, 그와 동시에 숨겨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인간은 자신의 위치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pg51

테드 창의 중. 단편 소설의 특징은 책장이 쉭쉭 넘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렵게 느껴지는 과학적 지식이나 용어 때문일 수 있지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많은 상상과 내 생각을 접목해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2장밖에 안되지만 <인류 과학의 진화>는 글을 읽고 작가의 창작 노트를 읽고 또다시 글을 읽었다. 그 정도로 작품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다.

2016 말에 개봉될 영화인 컨택트 Arrival은 <네 인생의 이야기>를  드니 빌뇌브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테드 창의 소설 중 가장 궁금했던 작품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로 읽는 것이 항상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영화를 보며 다소 실망을 하지만, 그래도 훨씬 더 이해도 잘 되고 내용을 더 재밌게 느낄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고 어떤 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질지에 대해 훨씬 더 궁금해진다. 그 이유는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놓은 순서 때문이다. '어법, 어순부터 뭔가 이상하네'란 생각을 하며 계속 읽어나간 작품이며 맨 마지막이 되어서야 비로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게 되었다.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와 글을 읽으며 어.머.나.란 말이 절로 나왔다. 왜 그랬는지 궁금하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

이 작품은 언어학자가 다른 외계 지성인 헵타포드와의 communication을 통해이럴 수도 있겠구나를 공감하게 된다. 비록 '페르마의 최단 시간의 원리'를 정확하게 모르더라도 이 원리를 활요하여 연구하고 분석하는 그 자체만으로 흥미로웠던 것 같다. 헵타포드(외계인)는 왜 지구에 왔으며 지구 정복이 목적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인간들이 동기 파악을 하는 과정에서 그냥 떠나버린다. 외계인과의 접촉을 통해 꼭 어떠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기보단 그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들의 언어를 추출해 내는 기발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당신은 인과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데만 익숙해 있어. 수면에 도달하는 것은 원인이고, 그 방향이 바뀌는 것은 결과라는 식이지. 페르마의 원리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 건 빛의 행동을 목표 지향적인 표현을 써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야. 마치 광선에 대한 계명의 느낌이랄까. '네 목표로 갈 때는 도달 시간을 최소화하거나 최대화할지어다'하는 식으로 말야. pg200
미래를 아는 일이 정말로 가능한 것일까? 단지 추측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절대적으로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실제로 아는 것이 가능할까? 물리학의 기본 법칙들은 시간 대칭적이며, 과거와 미래 사이에 물리적인 차이는 없다고 한다. Pg209 <br />

자유의지의 존재는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의지란 의식의 본질적인 일부인 것이다. Pg210

고유의 창의적인 소재가 각 작품마다 소개가 되어 독자로 하여금 읽는 내내 신비로움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작가의 상상력에 매료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SF 과학소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며, 이 장르를 처음 접해보는 독자들도 꼭 만나보기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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