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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7월
평점 :
이 책의 주인공은 달팽이이다. 이 달팽이는 달팽이들이 왜 그렇게 느린지 알고 싶어하고 이름을 갖고 싶어 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자신에게는
이름조차 없는 것에 불만이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수리부엉이를 만나 해답을 얻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안락하고 편안한 민들레 나라
납매나무를 떠나 자기 자아를 찾기 위함이다.
달팽이들이 왜 그렇게 느린지 알고 싶어 하는 달팽이에게 수리부엉이는 '기억'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달팽이는 느릿느릿, 아주 느릿느릿하게 길을 가다가 '기억'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북이를 만난다. 그
거북이는 '모든 걸 기억 속에 담아 주기 위해' 몸집이 커지고 느려지게 된 것이라고 달팽이에게 답을 한다. 그리고 달팽이는 '반항아'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반항아'는 바깥세상을 보며 인간들의 행동에 놀라게 된다.
"인간들은 평생 똑같은 일과 동작,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면서
지낸다고 말이야. 이런 걸 두고 그들은 관습이라고 한다더군. Pg24" 달팽이, 수리부엉이, 거북이 눈에 인간들은 단조롭다. 그리고 달팽이의
터전을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있다.
느리면 느린 대로, 조용하면 조용한 대로 그냥 체념하면서 살았던 거야. Pg13
오랜 생각 끝에 그는 인간들과 함께 살면서 배운 것을 알려 주기로 했어.
가령 <그렇게 빨리하려고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라든지 <꼭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해지는 걸까?>처럼 거북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을 두고 보통 <반항아>라고 한다고 말해 주었지. Pg41
저자가 내린 반항아의 정의가 눈에 들어왔다. 많은
질문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려는 자들을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혹 반항아라고 가리키는 건 아닌지 말이다.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고, 반항을 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마지막 꽃잎을 먹고 있던 거북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단다. 만약 달팽이가 그렇게
느리지 않다면, 즉 느릿느릿하게 걷지 않고 송골매처럼 빨리 날거나, 메뚜기들처럼 저 먼 데가지 폴짝폴짤 뛰어다니거나, 벌처럼 우리 눈이 못
쫓아갈 정도로 날쌔게 날아다닌다면, 아마 둘, 그러니까 달팽이와 거북이의 만남은 절대 이루어지지 못 했을 거라고 말이야.
Pg48
달팽이들은 누릿느릿 아주 느릿느릿하게 반항아의 뒤를 따라갔단다. 하지만 너무 굶주리고 지친 나머지 어떤 달팽이들은
마지막 의욕마저 잃고 말았지. 그렇게 계속 가느니 차라리 껍질 속으로 기어 들어가 꿈과 희망을 모두 버리고 영원히 잠들고 싶었던 거야.
pg88
삶이 힘들고 지키고 그냥 포기하고 싶을 때가 분명 있다. 중도 포기한 달팽이들의 최후를 보고 반항아 달팽이는 깜짝 놀라는
대목에서, 우리가 신문에서 자주 보는 사람들의 극적인 결정의 결과와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꿈과 희망이 우리 인생을 열심히 살게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전 정말로 많은 걸 깨우칠 수 있었답니다. 특히 느림의 중요성을 말이죠. 그리고
아주 힘든 경험이긴 했지만 이번에도 아주 소중한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됐어요. 민들레 나라는 저 먼 곳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간절한 마음속에
있었다는 걸 말에요. pg93
결국 달팽이도, 우리 인간도 꿈과 희망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먹기 달려 있는 것
같다. 너무 빨리 달리지 않아도 된다. 느림의 중요성을 인지하자.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24시간이다. 이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고 열정적으로
살면 된다. 아무리 우리가 복잡한 인간세계라 할지라도 사실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먹고 자고 꿈을 꾸고 실행에 옮기는 것? 하나 덧붙이자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쯤 되지 않나 생각해본다.
짧지만 많은 생각을 안겨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