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가 좋아 -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김향미.양학용 지음 / 별글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오스가 좋아 / 김향미, 양학용 / 별글 / 304 / 해외여행 동남아시아

 

요즘 라오스에 관한 책이 꽤 출간되고 있는 눈치다. 원래 이렇게 유명한 여행지였던가 아니면 내가 최근에 여행에 관련한 책에 눈이 가서 인지하게 된 것일까라오스가 좋아』는 부부가 함께 여행하면서 작성한 감성 여행 에세이 이다. 여행 중 사진을 보며, 저자의 생각을 읽으며 마치 함께 여행을 하듯 나도 함께 라오스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는 결혼한 지 10년이 되던 해 긴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5개월 간 유럽에서, 4개월간 캐나다에서, 그리고 남미에서 967일간 47개국을 여행했다. 대단한 용기이거나 이 시대와 불화 하면서 살아가는 듯 보이기도 했다. 책 내용 중 두 부부가 핸드폰을 없앴다는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Normal 하지 않은 그렇다고 abnormal은 아닌 특이한? 아니 부러운 자유로운 영혼인들 같았다.

 

나도 결혼 10주년에 제 2의 허니문을 떠나자고 결혼할 때 약속을 하였다. 과연 실천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어디론가 꼭 라오스가 아니더라도 용기를 내어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부부는 사실 여행을 매우 좋아하거나 즐겨 찾아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고, 여행을 가더라도 현실에서의 고단함을 풀고자 최대한 덜 돌아다니고 최대한 고급진 곳에서 힐링하는 마음으로 떠났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므로 인해 여행을 다녀와도 그 여행지에 대해서는 남는 것이 없다. 남는 것은 호텔과 무진장 많이 잔 잠, 그리고 함께 있는 사진 몇 컷. 이젠 그나마 사진도 많이 찍지 않게 된다.

 

어떤 여행이 더 멋있고 좋은지 구별을 짓거나 속단하는 것은 안되겠지만 김향미 양학용 부부처럼 여행을 하면 인생에 대해 좀 더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너무 고되게 여행의 여정이 펼쳐질 때 오히려 사람이 참 단순하게 된다는 말이 와 닿았다. 미리 정해 놓은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 할 수 없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 듯 여행하는 그들로부터 강한 정신력을 볼 수 있었다. 묶기로 했던 게스트하우스가 보이지 않을 때, 오토바이에 넣어야 할 기름이 바닥이 나 길거리에 주저 앉아 있어야 할 때, 에어컨이 성치 않아 땀으로 샤워를 해야 할 때, 그 속에서 바람이 불 때의 기쁨을 느낄 때 등등 생생하게 들려주는 감성 여행 에세이가 나의 마음에도 바람을 불어 넣어주는 것 같았다.

 

길 위에서의 시간이 길어지면 여행은 또 하나의 삶이 되는 법이다. 여행에는 설렘과 기쁨, 그리움 같은 감정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때론 지루하고 외롭고 쓸쓸하며,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삶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감정들이 한 번의 여행 안에 다 녹아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긴 여행을 다녀온 여행자는 한 번의 삶을 다 살아낸 것처럼 피로해진다. 그러고는 여행이 또 하나의 삶이고, 삶 또한 사실은 여행이라는 오래된 비밀의 문 앞에서 서성이게 되는 것이다.” 99, 101pg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꼭 어딘가로 떠나야만 그것이 여행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 현재 살아가는 삶 역시 우리의 삶의 여정, 즉 여행이다. 다만, 현실에 타협할 수 밖에 없고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을 못하며 살아갈 때가 안타까울 뿐이다. 남들이 바라봤을 때 마땅히 가지고 있는, 또는 가져야 할 것 같은 것을 위해 너무 달리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조금만 내려놓고 진정으로 자신이 살고 싶은 방법으로 살아 갈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나는 또 버릇처럼 중얼거린다. 떠나와 있으면서도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나는, 어떤 존재일까. 떠나고 도착하는 시간 자체를 좋아하는 인간? 생각해 보면, 난 배낭의 무게가 내 어깨를 묵직하게 잡아주는 그 순간,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순간에 알 수 없는 삶에 의지같은 것을 느낀다.” 135pg

 

 

 




이 책은 라오스 라는 나라에 대해서만 설명을 한다기 보단 여행을 통해 저자가 느끼는 점, 다양한 경험담을 독자와 대화를 나누듯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저자는 라오스라는 나라의 풍경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여행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풍경 사진도 많이 있긴 하지만 나의 느낌은 그랬다. 그렇다고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이유는 많은 사진들이 인물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도 보니 그런 것 같다. 멋진 나무, , 폭포, 사철들도 좋지만 역시 인간사 사는 재미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나가는 추억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훈훈하고 여행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앞으로 나도 어디를 가든 나만의 여행 에세이를 만들어 가는 것도 굉장히 뜻 깊은 일이 되지 않을 까란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